- M 병원 인수자금 300억원 리베이트 제공설 … 10년간 매출액 7배 이상 늘어
10년 만에 매출 3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급성장한 지오영이 광범위한 의약품 리베이트 살포 및 M병원 후방 지원 밀거래 의혹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 최대 의약품도매상 지오영그룹이 의약품 리베이트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고 있다. 서울서부지검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단장 이성희 부장검사)은 23일 지오영 서대문 본사와 인천 영업소를 압수수색하고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제약사 거래 장부 등을 확보했다.
이 회사는 의약품 도매업만으로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제약사업, 의약품수출 등으로 2조원 이상의 규모로 알려져 있다. 전국의 모든 제약사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어 이를 통해 의약품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오영은 2002년에 100억원의 자본금으로 설립돼 2004년에 매출 3000억원을 돌파했다. 의약품 유통사업 부분에서 국내 최대 유통망을 가지고 최대 매출액을 올리는 회사로 지난해에는 업계 사상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달성했고 올해는 2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2006년 연합약품 인수, 2007년 익수제약 인수, 2013년에 제주 지오영 신설 등을 통해 10년여 만에 급성장했다.
이 회사 창립자인 조선혜 회장은 전 인천의료원 약제과장 출신으로 부천·인천을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지오영그룹은 지오영네트웍스(지주회사)를 중심으로 지오영(수도권), 강원지오영, 대전지오영, 호남지오영, 제주지오영, 청십자약품, 경남청십자약품, 익수제약이 포진해 있다.
조 회장은 현재 대한약사회 부회장과 한국의약품유통협회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올해 숙명인상과 동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지난 3월에는 포브스코리아가 선정한 ‘아시아파워 여성기업인’에 선정됐다.
의약품 도매업계 관계자는 “지오영이 형편이 어려운 도매상에게 응급자금을 수혈하거나 인수하면서 한국의약품유통협회(옛 한국의약품도매협회)의 목소리를 키운 사실상의 리더”라며 “직접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도 외국계 거대 제약업체와 대립각을 세우며 명분과 실리를 챙기며 회사를 팽창시켰다”고 말했다.
도매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여러 종합병원 또는 대학병원들에게 전방위로 리베이트를 제공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리베이트 자금 조달 경로나 전달 방식이 어땠는지 알 수 없지만 이 바닥에선 오래전부터 의구심을 가져온 게 사실이고, 이번 검찰조사로 제약 및 도매업계 전반과 의사 사회에 큰 파장이 올 것”이라고 밝혔다.
지오영에 근무했던 관계자는 “회사 직원에게는 돈을 쓰지 않아도 의사나 병원에게는 아낌없이 돈을 써왔다는 내부 소문이 자자했고, 간부들이 직원 화장실 가는 횟수까지 제한하면서 일을 시켜 고달팠다”고 털어놨다.
이밖에 의료계에는 지오영이 M모 종합병원의 인수 과정에서 300억원을 지원했다는 설이 파다해 검찰이 추가 조사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M 사학재단 관계자는 “거액의 돈은 M 병원을 인수하는데 쓰였지만 차후 지오영 약을 전폭적으로 구매한다는 조건이 달렸을 것”이라며 “단순히 의약품 구매에 국한되지 않고 M 병원이 간접적이지만 전폭적으로 지오영 사업을 후방 지원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M 병원 이사장은 M 병원 인수 당시 의료계에서 ‘새우가 고래를 먹었다’고 회자될 정도로 ‘자수성가형’ 의료경영인으로 손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