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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MC 원지동 이전, 서울 도심권 의료취약층은 관심 밖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4-09-09 22:55:55
  • 수정 2014-09-16 19:5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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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체 환자 68%가 강북 거주 의료급여 수급권자, 심각한 의료공백 우려 … 정부지원 절실

지난 1월 국립중앙의료원(NMC)의 서울 서초구 원지동 이전에 필요한 예산 165억3000만원이 확정됐지만 ‘이전 반대’를 외치는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가장 큰 반대 이유는 서울 중구 일대 도심권의 의료 공백이다.

이전 문제는 중앙정부 집중 해소와 지방분권화 이슈가 제기된 2001년경부터 제기됐다. 2003년 중앙정부(당시 고건 국무총리)와 서울시(당시 이명박 시장)가 원지동에 추모공원을 설립하면서 보상책으로 의료원을 이곳으로 이전하는 안에 합의했다. 서초구 주민들이 이에 반대하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2007년 대법원은 추모공원 건립이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판결했다.
지지부지했던 이전 문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재임 시절 재추진됐으며, 2010년 서울시와 국립중앙의료원은 이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의료원 측은 2018년 완공을 목표로 원지동 6만9575㎡(2만1046평) 부지에 약 700병상 규모로 병원을 신축·이전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중환자실과 외상병상 등을 갖춘 250병상 규모의 국가중앙외상센터도 함께 짓는다. 

1958년 개원한 이 병원은 서울 도심권 유일의 공공의료기관이다. 비교적 저렴한 치료비와 우수한 접근성을 바탕으로 서울 중구 주변의 의료 취약계층에게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최근 조사결과 지난해 전체 환자 50만5132명 중 68%를 의료급여 수급권자 등 의료취약계층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례식장 비용이 다른 곳보다 10% 이상 저렴하고 응급실 이용환자가 총2만2563명(일 평균 62명)에 달하는 등 공공의료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중구, 종로구, 성동구, 성북구, 동대문구 등 병원 인근 5개구 환자가 전체 서울시 외래환자 28만8천037명의 56%(16만2160명)에 이른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NMC가 이전할 경우 심각한 의료공백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전국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NMC가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저소득층 등 의료 취약계층에게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우선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며 “이전이 핵심이 아니라 현재 위치에서 이같은 목적사업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소문대로 서울백병원마저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경우 의료공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NMC가 병상 포화 상태인 강남으로 이전할 경우 공공의료기능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현재 서초구에는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등 일반병원급(30병상 이상) 이상 의료기관이 8곳, 총 병상수는 2161병상에 달한다. 반면 중구는 NMC, 인제대 서울백병원, 제일병원 등의 병상 수를 합쳐도 839병상에 불과하다.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장은 “대형병원이 즐비하고 병상 수가 3000개가 넘는 서초구에서는 민간병원처럼 효율성을 추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중구, 종로구 등 병원 인근 지역주민들은 이전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지난 3월 최창식 서울 중구청장과 김영종 서울 종로구청장은국립중앙의료원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주민의 의견을 외면하고 추진되는 국립중앙의료원 이전에 강력하게 반대하며, 이전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립중앙의료원은 서울 강북지역 주민들과 의료급여환자, 행려자, 노숙자, 홀몸노인 등 취약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서민의 대표 공공의료기관”이라며 “원지동 이전은 도심 의료공백 대책과 지역주민들의 의견도 고려하지 않은 채 결정된 것으로 강북권 주민과 취약계층의 생명을 위협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국립중앙의료원 이전 철회 추진협의회’(공동회장 김장환 중구문화원장·한영수 종로구 주민자치위원회협의회장)는 주민 4만5723명(중구 3만5019명, 종로구 1만0020명, 용산구 684명)이 서명한 서명부를 구청장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이처럼 NMC가 이전하면 강남과 강북의 의료격차가 확산되고 의료취약계층의 건강 불평등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 의료취약계층의 각종 응급상황 발생시 신속한 대처가 어려워 사망률이 높아지게 된다.
국회와 보건복지부는 의료원 이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나 대책을 전혀 마련하지 않고 있다.

서울 중구를 지역구로 하는 정호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NMC 이전은 2003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시, 원지동 화장장 건립에 대한 주민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보상책”이라며 “공공의료 기능을 선도해야 할 NMC를 화장장 건설 대가로 이전하는 게 과연 타당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공공의료를 책임져야할 기관이 아무런 대안 없이 강남으로 이전하는 것은 의료계의 이윤 창출만을 위해 국민들에게 의료비 부담을 전가하는 의료영리화 정책과 더불어 서민의 삶을 위협하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NMC 입장에선 이같은 논란이 답답할 수밖에 없다.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에 집중하기엔 정부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고, 수익성을 높이려고 하니 ‘의료영리화’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NMC 관계자는 “낙후된 시설을 개선하고 의료진을 확충해 전체적인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정부는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나 3대 비급여 개선 등 국민이 쉽게 체감할 수 있고 규모가 큰 정책 사업에만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의료계 인사들은 NMC가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췄음에도 보수적인 경영문화와 정부의 무관심으로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일반인 중에선 국립중앙의료원이라는 명칭을 아예 모르는 경우도 많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대외적 이미지나 경영면에서 총체적 난국에 빠진 NMC가 제 기능을 회복하려면 이전이 아니라 내실을 먼저 다져야 한다”며 “정부는 단순히 큰 이슈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NMC 등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투자 확대, 응급의료 개선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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