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료기간 6주 줄여, 기존 방사선 치료와 국소재발률 비슷 … 종양 너무 크거나 유방 작으면 적용 불가
정준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유방암센터 외과 교수
정준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유방암센터 외과 교수팀은 국내 최초로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수술 중 방사선치료법(Intraoperative Radiotherapy, IORT)’을 시행했다고 27일 밝혔다.
정 교수팀은 지난 21일 우측 유방에 2.3㎝ 크기의 침윤성 유방암을 지닌 48세 환자에게 유방보존술을 시행했다. 이후 수술실 내부에서 IORT 장비를 사용해 약 26분간 수술 부위에 방사선을 조사했다. 환자는 방사선치료를 마친 뒤 회복실을 거쳐 병실로 이송됐으며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보통 종양과 일부 유방을 제거하는 유방보존술을 시행할 땐 유방암의 국소재발률을 낮추기 위해 전체 유방조직을 대상으로 방사선치료를 시행한다. 한 번에 고용량의 방사선에 노출되면 문제가 발생하므로 6~7주에 걸쳐 매일 조금씩 조사한다. 하지만 장기간 반복되는 방사선치료는 환자와 의료진에게 부담이 됐다. 이 때문에 방사선 조사 횟수를 줄이면서 기존 방사선치료와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유방보존술 이후 암의 국소 재발은 대부분 종양이 처음 발견된 부위 근처에서 발생한다. 정 교수팀이 시행한 IORT는 수술과 동시에 이 부위에 집중적으로 방사선을 조사하면 국소재발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유방보존술 후 수술실에서 IORT를 받은 환자는 방사선치료 기간이 1~2주로 기존 치료 기간인 6~7주(33회)보다 훨씬 짧았다. 국소재발률과 부작용 위험은 기존 방사선치료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조기 유방암 환자에선 IORT가 전통적인 방사선치료를 완전히 대체해 수술 중 한 번의 치료만으로 모든 치료과정을 완료할 수 있다.
정 교수는 “IORT는 수술 중 고용량의 방사선을 조사해 방사선치료 기간을 대폭 줄임으로써 환자의 부담을 덜어준다”며 “그러나 종양이 너무 크지 않거나, 수술 전 종양이 하나만 발견된 일부 환자에게만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방 크기가 너무 작으면 수술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수술 후 조직검사 결과 절제연이 1㎜ 미만이거나, 상피내에 암이 퍼져있거나, 유관암이 아닌 소엽암인 경우에는 절제하고 남은 유방에도 암세포가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추가적인 외부방사선 치료가 필요하다.
정 교수는 “IORT는 이미 유럽 여러 나라에서 기존 방사선치료를 대체하고 있다”며 “해당 국가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 재발률, 사망률 등을 검증한 자료가 란셋(Lancet) 등 권위 있는 학술지에 발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에서도 종양 크기가 작고, 증상이 양호한 일부 조기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 방사선치료를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지속적인 환자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을 진행해 국내 유방암 환자의 IORT 효과를 객관화함으로써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하겠다”며 “이를 토대로 IORT 시행 범위를 점차 넓혀 장기간 방사선치료로 겪는 불편함을 해소하고 유방암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