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니, 시에라이온, 라이베리아 등 서아프리카지역을 중심으로 창궐한 에볼라바이러스가 지구촌 전체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지금까지 총 1603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이 중 887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지난달 이후 확진된 환자만 163명, 사망자는 61명에 달한다. 일부 전문가와 언론은 현지 주민들이 에볼라 감염여부를 숨기거나 시신을 몰래 불태우는 경우가 많아 WHO의 통계수치는 실제 사망자 수의 절반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감염시 나타나는 증상은?
8~10일의 잠복기를 거친 뒤 갑작스러운 발열, 두통, 근육통, 관절통, 인두통, 쇠약감, 식욕부진 등이 나타난다. 전신에 기운이 없어지고 혈압과 의식이 떨어지며 발병 5~7일째에 피부발진과 함께 피부가 벗겨지기 시작한다. 피부 및 내부장기 출혈, 저혈압, 다발성 장기손상, 쇼크 등의 원인으로 발병 10일내에 사망하게 된다. 눈, 코, 입, 귀 등으로 피를 쏟으며 사망하는 끔찍함 때문에 에볼라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초기에는 말라리아, 장티푸스, 콜레라 등과 증상이 비슷해 감염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다.
바이러스 아형에 따라 사망률이 다르다?
에볼라바이러스는 자이르형, 수단형, 레스턴형, 코트디부아르형, 분디부교형으로 구분된다.
자이르형은 발병빈도나 치사율면에서 인간에게 가장 치명적이다. 치사율은 1976년 88%, 1977년 100%, 1994년 59%, 1995년 81%, 1996년 73%, 2001~2002년 80%, 2003년 90%로 평균 83%를 기록했다. 1976년 자이르 북쪽 마을인 얌부쿠에서 처음 발견됐다.
수단형은 자이르형 다음으로 발견됐다. 수단 나자라(Nzara)의 솜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에서 발생했다. 2004년 5월 수단에서 유행했을 때 20명의 감염자 중 5명이 사망했다. 평균 치사율은 53.7%로 알려져 있다.
코트디부아르형은 1994년 11월 1일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의 타이 포레스트 국립공원에서 사망한 두 마리의 침팬지에서 처음 발견됐다. 침팬지를 부검한 결과 심장이 거의 파괴되고 폐가 혈액으로 가득 차 있었다. 부검하던 과학자 중 한명이 감염돼 뎅기열과 흡사한 증상을 보였지만 치료 후 회복됐다.
분디부교형은 2007년 11월 우간다내 분디부교 지구에서 처음 발병했으며 한달만에 감염자 119명 중 35명이 사망했다.
레스턴형은 1989년 11월 필리핀으로부터 미국 버지니아주 레스턴(Reston)으로 수입된 100마리의 게잡이원숭이에서 발견됐다. 영장류엔 치명적이지만 인간에게는 감수성이 없다. 또 필로바이러스과에 속하는 바이러스 중 유일하게 공기 전염이 가능하다. 레스턴에서 6명의 조련사가 바이러스에 감염됐지만 아무런 증상 없이 바이러스가 중화됐다.
감염자와 접촉하면 무조건 감염되나?
에볼라바이러스는 증상이 직접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잠복기에는 감염되지 않는다. 또 공기나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지 않으므로 중증 급성 호흡기증후군(SARS) 등 감염병보다 전염력이 약한 편이다. 바이러스가 전염되려면 증상이 나타나고 있는 환자와 직접 접촉해야 한다. 정액을 통해 전염될 수 있기 때문에 에볼라바이러스에 감염된 병력이 있는 남성은 회복 후 최소 7주간 성관계를 피해야 한다.
에볼라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회복했더라도 피와 분비물에는 바이러스가 남아 있을 수 있으므로 의료기관에서 장기간 모니터링을 받아야 한다. 벌레, 음식물, 공공장소에 묻어있는 체액 등 간접적인 접촉으로는 감염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에볼라바이러스 진단법은?
효소결합 면역흡수분석법(ELISA), 혈청중화검사, 항원검출검사 등으로 확진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백혈구 및 혈소판 감소, 간수치 상승 등 소견을 보인다.
에볼라바이러스는 어떤 메커니즘으로 면역체계를 마비시키나?
에볼라바이러스가 인체에 들어온 후 면역체계를 마비시키는 메커니즘이 최근 규명됐다. 가야 아마라싱헤 미국 워싱턴대 의대 미생물학과 교수가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에볼라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하면 ‘VP24(Virus Protein 24)’라는 물질이 방출돼 위급신호를 면역체계에 전달하는 인터페론의 신호전달 경로가 차단되고, 이로 인해 면역체계가 마비된다.
인체는 감염이 발생하면 위급신호를 백혈구에 전달하는 물질인 인터페론을 방출한다. 인터페론의 신호전달기능이 마비되면 인체는 바이러스에 무방비 상태가 된다.
아메라싱헤 박사는 VP24를 표적으로 하는 약을 개발하면 에볼라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일부 학자들은 VP24를 무력화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치료제가 없는 이유는?
바이러스는 핵심 구조가 잘 변하지 않아 백신을 만들기 편한 DNA형과 변화무쌍해 백신 제조가 어려운 RNA형으로 구분된다. 에볼라바이러스는 RNA유형이지만 현재 백신 기술을 통해 DNA유형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그런데도 백신이 개발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제약사들의 자본 논리다. 전문가들은 에볼라바이러스가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만 발병하고 환자수도 다른 질환보다 적다는 이유로 제약사들이 백신 및 치료제의 연구·개발에 투자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 유입 방지 대책은?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4월부터 바이러스출혈열(에볼라) 대책반을 구성 및 운영 중이며 ‘에볼라출혈열 국내유입 대비 대응지침’을 마련해 전국 검역소, 지방자치단체 감염병 담당부서에 배포했다. 또 바이러스 발생국가에서 입국한 사람에 대한 추적조사와 국내 유입상황에 대비한 모의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외교부는 기니(7월 31일자), 라이베리아 및 시에라리온(8월 1일자) 전지역에 특별여행경보를 발령하고 해당 국가에 거주 중인 국민들은 조속히 안전한 국가로 대피할 것을 권고했다.
국내 17개 병원에는 에볼라바이러스 환자를 격리·치료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