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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시범사업 무산 … 의사 vs 정부, 갈등 증폭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4-07-29 12:01:17
  • 수정 2014-08-01 18:3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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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접근성 높아 필요성 의문, 야당·의협 반대 공조 … 대형이통사 등 IT업체 무산될까 속앓이

원격의료가 도입되면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 현상이 가속화돼 동네의원 등 1차의료기관이 몰락할 수 있다.

이달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원격모니터링 등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결국 무산되면서 정부와 의료계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3일 상임이사회 회의를 열어 원격의료 시범사업 및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설립을 위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24일까지 원격의료 관련 세부 방안을 제출하라는 보건복지부의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추무진 의협 회장은 26일 “원격의료는 국민건강과 밀접하게 관련된 사안으로 의료계 전체의 합의가 필요한데, 의협 회원들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시범사업에 참여할 수는 없다”며 “정부가 의협의 동의 없이 시범사업을 강행하면 국민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의협은 복지부와 의·정 합의 이행추진단 회의를 가졌지만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대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복지부 주도의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진행될 경우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되고 원격의료 시행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복지부는 논의를  중단하고 원격모니터링 시범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의협은 복지부 관계자에게 원격의료 관련 설명을 듣는 설명회를 개최하려 했지만 의료계 내부의 강력한 반발로 결국 무산됐다.
이에 따라 원격의료의 향방은 지난 3월 의정간 극적인 합의를 이뤄낸지 4개월 만에 다시 안개 속에 빠지게 됐다. 일각에서는 집단휴진 사태가 다시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원격의료는 정보통신기술(IT)을 활용해 만성질환자나 증상이 가벼운 환자를 대상으로 관찰, 상담, 교육 등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의료법 개정안에 따르면 위험성이 낮은 재진 환자 중 상시적 질병관리가 필요한 경우로 제한된다. 혈압·혈당 수치가 안정적인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자, 장기간 진료받는 정신질환자, 퇴원 후 추적 관찰이 필요한 환자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거동이 어려운 노인·장애인, 도서·벽지 주민,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 군·교도소 종사자 등은 초진도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퇴원 후 관리가 필요한 재택 환자, 군·교도소 종사자,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는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도 원격진료가 가능하다.

원격의료 자체를 무조건 나쁘다고는 볼 수 없지만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세계 최고 수준인 국내 상황에서 대형병원을 제외한 의료계 대부분이 반대하는 원격의료를 무리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느냐는 게 의사들의 논리다. 최근 조사결과 한국의 의사 밀도(국토면적 대비 의사수)는 2010년 기준 1㎢당 0.95명으로 벨기에(1.0명)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의사 밀도가 높다는 것은 의료기관이 밀집해 있어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그동안 실시된 정부·민간 합동 시범사업으로 원격진료가 만성질환 관리 및 의료접근성 강화 등에 효과적이라는 게 입증됐다”며 “미국·일본 등 의료선진국도 의사·환자간 원격진료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반면 의료계는 원격의료를 의료민영화의 수순으로 보고 강력히 반대해왔다.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현상을 가속화해 1차의료기관은 물론 의료시스템 전체의 붕괴를 가져온다는 게 반대 이유다. 의협 관계자는 “현재 전국에 있는 1차의료기관들은 지리적 접근성에 기반해 생존을 유지하고 있다”며 “지리적 접근성을 무시하는 원격진료가 허용되면 의료기관 종별간 무차별 경쟁이 발생하게 되고, 이는 동네의원과 동네약국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원격진료 대상을 1차의료기관, 거동이 불편한 노인·장애인이나 도서벽지 주민 중 재진 환자 등으로 한정하고 있지만 이는 임시 방편에 불과하며, 결국 모두 대형병원에 흡수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자본과 영업력을 갖춘 건강관리서비스 전문 회사가 등장해 동네의원 등 1차의료기관의 몰락을 야기하는 문제도 생각해볼 수 있다.

정부의 무리한 원격의료 추진에는 의료기기·IT 관련 대기업의 입깁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 중소 IT기업 관계자는 “전국민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원격의료를 추진하려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원격의료 장비를 수입·제조·판매하는 대형 의료기기·IT업체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실제로 LG유플러스, SK텔레콤, KT 등 대형 이동통신사들은 몇년 전부터 원격의료 전담팀을 구성하고 관련 애플리케이션과 플랫폼을 개발하는 등 언제든 원격의료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의사들 간 갈등으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무산되면서 이들 업체의 시름이 커져 가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구글이나 애플 등 글로벌 IT업체들이 모바일과 의료를 융합한 새로운 형태의 의료서비스 개발에 착수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업체들의 위기감은 커져가고 있다.

원격의료의 안전성과 효과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전세계에서 시행된 연구들을 살펴보면 원격의료가 만성질환 관리에 효과적이라는 결과와 그렇지 않다는 결과가 혼재돼 있고, 최근 이뤄진 대규모 다기관 연구에서는 원격의료가 효과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결론적으로 원격의료의 안전성·효과성·경제성에 대한 학술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대면진료에 비해 원격의료의 진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견해다.

최근 의협과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원격의료 도입을 저지하기 위한 공동노선을 구축키로 합의했다. 경기도의사회는 지난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간사 겸 법안소위 위원인 김성주 의원을 방문해 원격의료 및 원격모니터링 시범사업 등에 대한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 이날 김 의원은 “당 차원에서 원격의료 법안 저지를 위해 총력을 쏟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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