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라도 거르면 피임효과 ‘뚝’ … 라텍스 알레르기로 콘돔사용 곤란하면 ‘사야나’ 효과적
‘사야나’ 피임법은 매일 복용하는 경구피임약이나 체내에 기구를 삽입하는 루프 등을 이용한 피임법과 달리 3개월에 한번 피하주사로 이뤄져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직장인 김 모씨(28·여)는 지난해 남편과 여름휴가를 갔다가 곤란한 일을 겪었다. 김 씨 부부는 ‘딩크족’(DINK, Double Income, No Kids)으로 자녀를 원하지 않는다. 평소 라텍스에 알레르기를 갖고 있어 콘돔 대신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며 피임해왔지만, 작년 휴가 때에는 약을 챙기는 것을 깜빡했다. 게다가 전문의약품이라 쉬는 날에 처방을 받을 수도 없고, 성분이 다른 일반의약품 피임약을 복용하기엔 곤란했다. 결국 최선의 피임법이라는 ‘금욕’을 선택하게 돼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
김 씨처럼 경구피임약으로 피임하는 사람들은 약을 복용하는 동안엔 임신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다만 하루라도 약을 먹는 것을 빼먹으면 피임 효과가 사라져 유의해야 한다.
‘콘돔 알레르기’를 가진 여성은 생각보다 많다. 콘돔 재질과 콘돔에 발라져 있는 윤활유가 원인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콘돔 재질인 라텍스에 의한 알레르기는 적잖은 사람들이 겪고 있다. 또 콘돔에는 삽입을 용이하게 만드는 윤활제가 발라져 있는데, 물이나 글리세린, 오일 등이 주원료로 알레르기를 일으키기 쉽다. 이럴 경우 성관계 후 성기가 달아오르고 가려움증이 나타나며 상처가 생기기도 한다.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은 피임을 위해 경구 약물 복용법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방장훈 호산여성병원장은 “경구피임약 복용 시 기억해야 할 것은 ‘매일 같은 시간에, 규칙적으로’”라며 “최근 처방되는 전문의약품 경구피임약의 경우 저용량제제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하루만 빼먹어도 피임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구피임약은 보통 생리시작 첫날부터 복용해 1일 1정씩 복용하는데 7일간의 휴약기간이 있는 약이 있는가 하면, 월말에 호르몬 성분이 없는 약을 포함시켜 휴약기간 없이 계속 복용하는 것도 있다. 가능하면 매일 일정한 시간에 복용하는 게 좋은데 대개 취침 전을 약 먹는 시간으로 설정하는 게 편하다. 전날 약 먹는 것을 깜빡한 경우엔 12시간 내에 챙겨 먹으면 된다.
경구피임약은 제대로 복용할 경우 99%의 피임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시간 등 복용법을 신경쓰지 않고 매일 복용하는 정도라면 평균 피임률은 92% 정도로 떨어진다. 약을 불규칙하게 복용하면 피임효과가 떨어지는데다 불규칙한 출혈(부정출혈)이 초래돼 불편하다.
최근엔 주사 한번으로 3개월 간 피임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야나(SAYANA, 성분명 메드록시프로게스테론아세테이트)’ 피임법이 인기를 얻고 있다. 매일 복용하는 경구피임약이나 체내에 기구를 삽입하는 루프 등을 이용한 피임법과 달리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이 피임법은 피하주사로 시행된다. 방 원장은 “사야나는 프로게스테론 단일 성분으로 난포의 발달 및 배란을 막고 자궁내막을 얇게 해 피임을 유도한다”며 “피임효과가 3개월간 지속돼 매일 복용해야 했던 기존 경구피임약보다 편리하다”고 말했다.
3개월(12~14주)에 한번 씩 앞쪽 넓적다리나 복부에 주사한다. 1차 주사는 생리시작일로부터 5일 이내에 투여하고, 이후엔 12~14주마다 한번씩 맞으면 된다. 다른 피임약을 복용하다가 이 주사제로 피임법을 변경하고 싶다면 마지막 활성성분을 사용한 날짜로부터 일주일 이내에 1차 주사를 맞으면 된다. 출산 후 2개월부터 시술할 수 있고, 안전한 피임이 보장된다.
피임효과뿐만 아니라 자궁내막증 치료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궁내막증은 자궁내막세포가 난소나 난관 등 자궁이 아닌 부위로 퍼져 증식하는 질환으로 생리불순, 성교불쾌증, 골반통증, 골반압통, 골반경화 등을 유발한다.
이 제제는 자궁내막증으로 인한 통증을 관리하는 용도로 지난해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았다. 이를 이용한 피임법은 자궁내막증에도 효과가 있는 장점 덕분에 외국에서도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제제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미국·독일·네덜란드 등에서도 출시돼 있다.
방 원장은 “황체호르몬 단독제제의 문제점인 ‘부정출혈’이 나타날 수 있지만, 몸에 별 무리는 없는 경우 피임을 하지 않고 덜컥 임신되는 위험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