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타민A유도체 레티노이드, 유일한 광노화 예방물질 … 레티놀화장품보다 효과 10~100배 높다
자외선으로 인해 오른쪽·왼쪽 얼굴의 노화 정도가 확연히 차이나는 미국의 30년 경력 버스 운전기사 얼굴. 온라인 커뮤니티 출처
여드름치료제로 개발된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스티바A 크림(성분명 트레티노인, tretinoin)’은 광노화로 인한 피부노화 개선에 대한 적응증도 갖고 있다.
이 제품은 비타민A유도체(레티노이드산, Retinoic Acid)를 주성분이다. 애초 여드름약으로 개발됐으나 치료과정에서 환자의 피부톤이 밝아지고 주름이 옅어지는 등 부가적인 결과가 나타나 광노화치료제로의 가능성을 확인받았다.
광노화는 피부가 태양광선에 장기간 노출돼 발생한다. 피부노화는 크게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신체 기능이 퇴보해 나타나는 ‘내적노화’와, 흡연·영양실조·자외선 등에 의해 발생하는 ‘외적노화’로 구분된다.
광노화는 외적노화의 하나로 노안을 만드는 주범이다. 한때 온라인에서 미국의 30년 경력 버스 운전기사의 얼굴의 오른쪽·왼쪽 노화 정도가 확연히 달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버스 유리창으로 햇볕을 그대로 받은 왼쪽 피부면은 반대쪽 피부에 비해 노화가 심하게 진행됐다.
안면부 노화의 80%가 태양광선 노출에 의한 광노화인 만큼 햇빛으로부터 피부를 최대한 보호하면 내적노화와 달리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평소 비타민A유도체 연고를 발라주는 게 도움이 된다. 연고를 바르면 성분이 표피 속까지 작용해 주름도 개선한다. 특히 트레티노인 성분은 광노화질환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성분은 과도한 각질을 제거, 거친 피부를 부드럽게 만든다. 또 건조한 날씨로 인해 탄력을 잃은 피부에 콜라겐 생산 속도를 높여 잔주름을 없앤다. 이밖에 자외선으로 인해 발생된 멜라닌색소를 감소시키는 등 손상 입은 피부의 개선에 효과적이다.
박정민 GSK 메디컬어드바이저(피부과 전문의)는 “미세주름 등 경미한 광노화 증상은 제품을 3개월 정도 사용하면 효과가 나타난다”며 “임상 결과 4개월이 지나면 색소침착, 혈색, 검버섯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정이든 GSK 피부과학부 대리는 “스티바A에 함유된 트레티노인은 각질세포를 박리하고, 콜라겐을 합성하며, 멜라닌세포를 감소시키거나 균등하게 해주고, 자연스러운 홍조를 만든다”며 “심상성여드름뿐만 아니라 광노화 증상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기본 10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고가의 레티놀(retinol)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보다 레티노이드 연고를 사용하는 게 경제적일 수 있다.
각종 기능성 화장품 원료로 들어가는 레티놀은 레티노산으로 분해(산화)돼야 피부에 흡수돼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레티놀 중 레티노인산으로 변화되는 양은 미미하다.
조소연 서울대 보라매병원 피부과 교수는 “레티노이드(트레티노인, 이소트레티노인 등)는 거의 유일한 광노화예방물질”이라며 “실제로 연고를 꾸준히 사용한 사람은 나중에 피부가 20~30년은 젊어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비싼 화장품을 쓰는 것보다 연고 하나 처방받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레티노이드 연고는 기존 레티놀 화장품에 비해 효과가 10~100배 높다.
스티바A는 트레티노인 함유량에 따라 총 4가지로 분류된다. 함유량이 가장 적은 0.01%부터 0.025%, 0.05%, 0.1% 등이다. 농도와 효과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과도한 농도 증량은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처음 바르는 사람의 경우 1~2개월 적응기가 필요하다. 조 교수는 “처음 한두달은 각질이 생기고 얼굴이 붉어지며, 당기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게 바로 ‘레티노이드 피부염’”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피부건조증, 안면홍조, 포진반응, 알레르기반응, 따끔거림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각질이 나타났다고 해서 스크럽이나 필링젤 등으로 무리하게 제거하는 것보다 충분한 보습으로 이를 보완해야 한다. 보습 기능이 있는 판테놀(panthenol) 혹은 프로비타민B5·비타민E가 포함된 제품이 추천된다. 조 교수는 “특히 한국인의 피부는 백인보다 예민하기 때문에 세심하게 신경쓸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연고를 처음 쓰는 사람은 하루 1회, 잠자기 전에 바르는 게 추천된다. 세안 후 물기가 없는 피부에 연고를 면봉의 머리 크기 만큼 덜어 피부에 얇게 바른다. 이후 고보습 수분크림 등을 덧바르면 된다.
박정민 어드바이저는 “처음엔 이틀에 한번 바르다가 큰 문제가 없으면 하루에 한번으로 늘리는 게 좋다”며 “트레티노인은 햇빛에 분해되기 쉬워 아침에 바르면 효과가 떨어지므로 자기 전에 바르는 게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연고를 사용하면 피부가 햇빛에 약해져 심하면 햇빛화상을 입을 수 있어 철저한 자외선 차단은 필수”라고 덧붙였다.
다만 처음부터 빠른 효과를 얻어 보겠다고 고농도부터 바르기 시작하면 지나친 자극으로 염증이 유발될 수 있고, 오히려 노화가 가속화되기도 한다. 반드시 제일 낮은 농도부터 사용하는 게 권장된다. 피부가 얇고 민감하거나 아토피성 피부를 가진 사람은 얼굴에 주름이 깊거나 여드름이 많다고 해서 높은 농도를 선택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박 어드바이저는 “스티바A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꾸준히 사용해도 무방하다”며 “천천히 용량을 높이는 것도 좋지만 낮은 용도로도 충분한 효과를 보고 있다면 기존의 것을 계속 사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용량·고용량 제품의 차이는 효과가 얼마나 빨리 나타나느냐의 차이”라고 덧붙였다.
임산부나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은 가급적 연고 사용을 삼가는 게 좋다. 경구 레티노이드제는 복용하면 태아기형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르는 레티노이드 연고는 혈관으로 흡수되는 양이 미미하지만, 굳이 위험을 무릎쓸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