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각종 감염병의 발생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손씻기와 안전한 음식물 섭취가 강조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10일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여름철을 앞두고 수인성·식품매개감염병, 모기매개감염병, 호흡기감염병 등의 발병위험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철저한 개인위생관리를 당부했다.
여름철에는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세균성이질, 장티푸스 등 물이나 음식을 통해 전파되는 수인성·식품매개감염병이 유행할 수 있다. 장티푸스는 장티푸스균(Salmonella Typhi) 감염에 의한 급성 전신성·발열성질환으로 고열이 지속되면서 오한, 두통, 복통, 설사, 변비, 상대적 서맥, 장미진, 간·비장종대 등 증상이 나타난다. 잠복기간은 보통 1~3주로 균의 수에 따라 다르다. 환자 중 2~5%는 영구보균자가 된다. 합병증으로 장천공, 장출혈, 담낭염, 독성뇌병증, 뇌혈전증 등이 발생한다.
파라티푸스는 파라티푸스균(Salmonella Paratyphi A, B, C) 감염에 의한 급성 전신성·발열성질환이다. 잠복기간과 증상 등이 장티푸스와 비슷하지만 정도가 경미하다.
세균성이질은 이질균(Shigella속)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염증성 장염을 의미한다. 잠복기간은 최소 12시간에서 최대 7일, 전염기는 발병 후 4주 이내다. 간혹 보균상태가 수개월 이상 지속된다. 주요 증상으로 고열, 구역질, 구토, 경련성 복통, 후중기(뒤가 무지근한 느낌)를 동반한 설사 등이 나타나며 대변에 혈액이나 고름이 섞여 나올 때가 많다.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장출혈성대장균(Enterohemorrhagic Escherichia coli)에 의해 출혈성 장염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특별한 증상이 없을 때가 많으며 복통, 미열, 오심, 구토, 설사 등이 나타날 경우 해당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질환 초기 수양성설사(물설사)에서 점차 혈성설사로 이행된다.
특히 올해에는 수족구병의 발생률이 6세 미만 영유아를 중심으로 예년보다 급증하는 추세다. 수족구병은 엔테로바이러스군(Enterovirus group)에 속하는 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되는 급성 바이러스성질환으로 소아에서 발생률이 높다. 발열, 식욕부진, 인후통이 있다면 이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보통 열이 나기 시작한 1~2일 후 구강내 통증이 혀·잇몸·뺨 안쪽에 발생한다. 손바닥·발바닥·엉덩이·외음부 등에 가려움이 없는 작고 붉은 반점이 나타난다. 이같은 피부발진은 물집이 된 후 궤양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대부분 증상이 경미해 치료받지 않아도 7~10일 후 자연회복된다. 그러나 간혹 발열·두통·경직·요통 등을 동반하는 바이러스뇌막염이나 소아마비와 유사한 증상 등 중증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모기가 늘어나는 경기 북부 지역에서는 말라리아를, 기타 지역에서는 일본뇌염을 주의해야 한다. 어패류를 충분히 익히지 않은 상태에서 섭취하면 비브리오패혈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수해지역이나 오염된 계곡에서는 유행성 눈병 및 피부병의 발병위험이 높아진다.
사람보카바이러스(hBoV),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 등은 여름철에 주로 증식해 급성호흡기감염증을 일으킨다. 이 중 2005년 처음 발견된 사람보카바이러스는 파보바이러스(parvovirus)에 의해 유발되는 질환으로 콧물, 인후염, 기침, 호흡곤란, 천명음, 폐렴, 중이염, 발열, 메스꺼움, 구토, 설사 등 증상이 나타난다.
사람보카바이러스는 총 4가지 유전형이 있으며 1형은 호흡기감염증과 폐렴을 일으키는 원인 병원체다. 전세계 상기도·하기도감염증 환자의 2~19%에서 검출되며, 영유아에서 검출률이 높다. 2~4형은 주로 대변 검체에서 발견된다. 이 바이러스의 명확한 감염경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호흡, 감염된 가래, 분변, 소변 등과의 접촉으로 감염되는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 이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나 백신은 없다. 단 어머니로부터 유전된 항체가 생후 몇 개월 동안 바이러스 감염으로부터 신생아를 보호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모유 수우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손을 자주 닦고, 컵이나 식기를 함께 사용하지 않는 등 개인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면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는 데 도움된다.
질본은 여름철 주요 감염병 발생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9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감염병관리대책을 전파하고 감염병 취약지역에 대한 사전점검에 철저히 나설 것을 당부했다.
지난 5월부터 하절기 감염병 및 집단 설사환자 발생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비상방역을 시행하고 있다. 또 최근 급증한 수족구병을 억제하기 위해 영유아가 많이 모이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에 철저한 예방관리를 주문했다. 이와 함께 손소독제 등 감염병 예방 물품을 확보하고, 이를 침수지역 등에 지원해 감염병 발생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질본은 또 철저한 손씻기 등 개인위생 준수와 안전한 음식물의 섭취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각종 수인성·식품매개감염병, 수족구병, 유행성 눈병, 급성호흡기감염증 등 대부분의 감염병은 철저한 손씻기로 90% 이상 예방할 수 있다.
음식물은 충분히 가열한 후 섭취하고, 조리한 음식은 오래 보관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모기 매개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집 주변에 고인물을 제거하고, 모기의 활동이 왕성한 저녁부터 새벽까지는 외출을 자제하는 게 좋다.
비브리오패혈증 위험은 줄이기 위해서는 피부에 상처가 있는 사람은 낚시나 해수욕을 삼가고, 만성 간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은 반드시 어패류를 익혀먹어야 한다.
열이나 설사가 있고, 눈과 피부가 가렵고 붓는 등 몸에 이상반응이 나타날 경우 바로 병원을 찾아 진료받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