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이석 테마피부과 원장
여성은 보통 자신의 피부타입을 건성·지성·복합성·중성 등으로 자가진단하는 경우가 적잖다. 피부타입에 대해 물어보면 “심한 건성이라 화장품도 건성피부에 맞는 화장품만 고집해요”, “지성피부라 얼굴이 심하게 번들거려 평소 피부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등 자신의 피부타입을 한가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사실 이들 중 절반 이상은 자신의 피부타입을 잘못 알고 있다. 10명 중 9명은 계절에 따라 피부타입이 변하기 마련이다. 한 연구조사에서는 ‘주관적 판단에 따른 피부 상태’를 주제로 설문한 결과 복합성(45%), 건성(37%), 지성(9%), 중성(9%) 순으로 많은 대답이 나왔다.
하지만 이들의 4계절 T존(이마·코·턱) 및 U존(양볼)의 피지분비량 변화를 측정했더니 54%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결과가 달랐다. 1년 내내 같은 피부타입을 갖고 있는 여성은 11%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89%는 계절 등 환경변화에 따라 변하고 있었다.
연구조사에 참여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주관적으로 짐작한 자신의 피부타입을 평생 고정된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깨끗하고 맑은 피부를 원한다면 연중 자신의 피부타입을 정확히 측정해 계절별로 관리를 달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우선 피부타입 측정법을 숙지하고 자신의 피부타입을 알아야 한다. 우선 중성·지성·복합성·건성 등 4가지 타입별로 나뉜 질문지에 답을 한다. 체크된 항목이 가장 많은 게 자신의 피부타입이다. 만약 건성과 중성이 똑같이 많이 나왔다면 중건성피부다. 복합성과 지성의 개수가 똑같으면 지복합성피부로 볼 수 있다.
정상피부에 가까운 중성피부로 나왔다면, 유분기가 많은 화장품은 자제하는 게 좋다. 평소 수분관리를 철저히 하고 자외선차단제를 챙긴다. 꼼꼼한 세안도 피부상태를 유지해주는 만큼 신경쓴다.
지성피부의 가장 고민은 ‘여드름’이다. 화장품을 선택할 때 여드름을 유발하는 성분이 첨가되지 않은 제품을 고른다. 세안 후 피부를 닦아내는 타입의 토너는 상쾌하고 깨끗한 사용감을 느낄 수 있지만 피지생성을 줄여주지는 못하므로 유의한다.
여드름이 발생하면 벤조일퍼옥사이드(benzoyl peroxide)가 함유된 제품이 적합하다. 레티놀 제품은 피부의 번들거림을 줄여주고 여드름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된다. 색조화장을 할 때에는 오일성분이 없는 파운데이션이나 파우더가 좋다.
건성피부는 모이스처라이저를 충분히 사용해서 피부 내 수분도를 유지하고 순한 비누로 세안해서 피부의 기름기를 뺏기지 않도록 한다. 충분한 영양섭취로 피부의 각질화 현상을 막아주는 것도 중요하다.
복합성피부는 대개 T존 부위는 지성, 양 볼은 건성이나 정상에 가까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화장품을 사용할 때에는 부분별로 다른 타입의 제품을 쓰는 게 추천된다. T존은 기름기를 제거하고, 건조한 부위엔 모이스처라이저로 수분을 보충해주는 방법이 좋다.
그러나 집에서 소독한 기구를 쓰지 않고 더러운 손으로 여드름을 만지거나 짤 경우 감염의 우려가 있다. 이럴 경우 주위 혈관이 확장돼 얼굴이 붉게 변하며 조직이 손상되면서 흉터가 남는다. ‘여드름 연고’로 알려진 스테로이드연고도 부작용 위험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미 피부트러블이 생겼다면 가급적 빨리 병원을 찾아 치료받는 게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여드름은 증상에 따라 치료법을 달리 할 수 있다. 치료 목적은 피지분비를 줄이고, 모낭과 각질이 단단해지지 않도록 해주며, 모낭 속 세균을 없애 염증을 막는 것이다.
피부과에서는 필링 등 ‘메디컬스킨케어’, ‘테라클리어’·‘퍼펙타’·‘뉴스무스빔’ 등 레이저치료, 미세 절연침을 이용해 피지선만 파괴하는 ‘고바야시절연침’ 중에서 특정한 치료법을 선택하거나 여러 방법을 병용한다. 증상에 따라 항생제·레티노이드제제 등 경구약물요법을 쓰기도 한다.
여드름흉터나 넓어진 모공으로 고민하는 사람은 상태에 따라 ‘아이콘XD’, ‘프락셀레이저’, ‘박피시술’, ‘섬유아세포치료제’ 등으로 치료하고 여드름자국은 ‘색소혈관레이저’ 등으로 개선한다.
사람마다 피부 상태가 다른 만큼 같은 종류의 피부병변을 치료하더라도 치료법이나 기간이 달라질 수 있다. 최신장비나 유행을 고집할 게 아니라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한 뒤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골라 꾸준히 치료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TIP. 피부타입 체크하기
건성 1. 모공이 대체적으로 크지 않다.
2. 볼, 눈, 입 주위가 건조하고 잔주름이 보인다.
3. 피부톤이 전체적으로 밝으면서 고른 편이다.
4. 피부결이 고와 보이지만 윤기는 없다.
5. 세안 후 얼굴이 전체적으로 당긴다.
지성 1. 피부톤이 전체적으로 어둡고 피부 두께가 두껍게 느껴진다.
2. 전반적으로 모공이 큰 편이다.
3. 여드름이나 뾰루지 같은 피부트러블이 자주 발생한다.
4. 화장하면 잘 지워진다.
5. 얼굴 전체적으로 번들거림이 나타난다.
중성 1. 겨울철엔 당기고 여름철엔 피지분비가 늘어나는 등 계절에 따라 피부상태가 다르다.
2. 가끔씩 피부트러블이 생기는데, 특히 환절기에 많이 발생한다.
3. 세안 후에는 눈 주위나 볼 부위가 약간 당긴다.
4. 같은 연령대에 비해 피부결이 섬세하고 고운편이다.
5. 한번 화장하면 잘 지워지지 않고 오래가는 편이다.
복합성 1. 다른 부위보다 T존의 화장이 잘 지워진다.
2. 뾰루지나 여드름 같은 피부트러블이 가끔 발생하거나 코 주변에 블랙헤드가 많다.
3. 세안 후 볼 부위는 당김을 느껴지기도 하지만 T존 부위는 피지 분비가 많은 편이다.
4. 피부에 윤기가 적고 피부색이 전체적으로 칙칙해 보인다.
5. 부분적으로 번들거리고 당기는 부위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