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는 남성들이 여성 앞에서 하면 안되는 대표적인 대화 주제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군대 축구는 ‘무릎 전방십자인대파열’을 일으키는 주원인이다. 꼭 군대가 아니더라도 축구나 야구 등 격렬한 운동을 즐기는 남성은 이 질환에 쉽게 노출된다. 운동을 좋아하는 남성들은 ‘아프다면서 또 축구하러 가냐’는 아내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 아픈 사실을 숨길 때가 많다.
십자인대는 양쪽 무릎관절 사이에 위치해 관절의 안정성을 유지한다. 전방십자인대와 후방십자인대가 서로 ‘十자’ 모양을 이루고 있어 십자인대라는 명칭이 붙여졌다. 주로 전방십자인대가 손상되는데, 높이 뛴 후 착지하거나 달리는 방향을 급하게 바꾸거나 멈춰서는 동작을 취하면 무릎이 크게 꺾이면서 인대에 충격이 가해진다. 이 때문에 축구, 농구, 야구선수 등은 십자인대파열 위험이 가장 큰 편이다.
십자인대가 파열되면 약 6개월 이상 경기에 참여할 수 없으므로 선수생활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 최근 사회인 축구나 야구가 보편화되면서 프로선수는 물론 일반인에서도 발생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보통 십자인대파열을 진단받는 환자 중 약 90%가 거친 운동을 즐기는 일반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술 후 운동을 못할 수 있다는 생각에 치료를 망설이는 사람이 많은데, 이런 경우 퇴행성관절염으로 악화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무릎을 아껴써야 하는 이유는 관절은 쓰면 쓸수록 닳고 연골의 경우 원래대로 재생이 안되기 때문이다. 인대가 늘어나면 관절의 균형이 깨지고 충돌이 잦아지면서 연골이 닳는 속도가 빨라진다. 즉 전방십자인대파열을 방치하면 퇴행성관절염 발병시기를 더욱 앞당기게 된다.
퇴행성관절염의 대표적 치료법인 인공관절수술은 부담이 매우 크고 관절의 평균 수명이 15년에 불과해 가능한 늦게 받는 게 좋다.
십자인대 파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평소 근력을 강화하고, 운동 전 스트레칭을 충분히 하는 게 좋다. 부상을 당했다면 적극적인 재활치료를 받아 질환이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파열 범위가 작을 때에는 인대가 자연스럽게 붙도록 6주 정도 보조기나 깁스를 착용하면 된다. 필요에 따라 간단한 수술로 파열된 부위를 봉합할 수 있으며, 완전 파열된 경우에는 인대재건술을 시행한다. 최근에는 피부절개를 최소화한 관절내시경수술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인대재건술은 자신의 인대나 인공인대를 단독 또는 혼합으로 이식하는 치료법이다. 수술은 약 1시간이 소요되며, 1주일 정도 입원치료가 필요하다. 퇴원 후에는 목발을 2주, 보조기를 6주 동안 착용해야 한다. 이후 약 3개월 동안 걷기, 자전거, 수영 등 재활운동을 실시하는 게 좋다.
적극적인 치료를 원할 땐 ‘이중 인대재건술’을 시행한다. 이 수술은 인공인대로 관절부의 안정성과 활동성을 높이고, 두줄의 인대를 사용함으로써 재파열 위험을 줄인다. 수술난이도가 높지만 해부학적으로 원래 인대와 가장 유사하게 재건할 수 있다. 주로 프로 운동선수를 대상으로 실시될 때가 많다. 비용 부담이 크다는 게 단점이다.
양성철 윌스기념병원 관절센터장은 “무릎을 처음으로 크게 다쳤거나 통증과 함께 불안정감을 느낄 때에는 바로 병원을 찾는 게 좋다”며 “정확한 진단 후 재활치료를 받아야 수술을 피하고 오랫동안 운동을 즐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