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신약 출시, 항암제·난임치료제 신흥시장 공략 … 국내 OTC 시장 진출은 회의적
미하엘 그룬트 한국머크 대표이사
독일의 바이오·제약기업 머크가 글로벌 제약 틈새시장 공략 및 신약개발로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머크의 국내법인인 한국머크는 26일 오전 11시에 서울 웨스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의약·생명과학 분야에서의 성과와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5일자로 표적항암제 ‘얼비툭스(성분명 세툭시맙, cetuximab)’의 급여를 승인받음으로써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매출 향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는 2005년 국내 희귀의약품으로 승인된 지 10년만에 이룬 성과다. 이 제제는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는 전이성 대장암 표적항암제 중 유일하게 생체표지자가 있다는 게 강점이다. 현재 90여개국에서 직장암치료제로, 88개 국가에서 두경부암치료제로 승인받았다.
미하엘 그룬트 한국머크 대표이사는 “세계 각국에 판매되고 있는 얼비툭스의 가격을 한국시장에만 맞추기가 어려워 급여승인을 받는 데 10년이 소요됐다”며 “이같은 약가 및 급여승인 여부는 한국에서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급여를 인정받는 데 10년이 걸렸다는 사실은 회사 입장에서 달가운 일은 아니지만 이를 계기로 장기적 애로사항에 대해 철저히 준비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적절한 치료제가 아직 개발되지 않은 분야의 연구·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룬트 대표는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10년내로 만성질환 등에 대한 치료제의 특성과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며 “머크는 ‘의학적 니즈(needs)’가 충족되지 않은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지만 제네릭의약품이나 일반의약품보다 장기적으로 얻을 수 있는 가치는 더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머크는 국내 일반의약품(OTC) 시장 진출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룬트 대표이사는 “최근 OTC 사업부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한 후 성장세로 접어들었지만 전체 사업에서 일반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작은편”이라며 “이로 인해 일부 국가에서만 일반의약품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경우 OTC시장내 경쟁이 매우 치열하기 때문에 현재로써는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전문의약품 분야의 신약개발 로드맵도 발표됐다. 이 회사는 다발성경화증·난임·종양, ·내분비계질환 등에 대한 전문의약품의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2018년 이후 신약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그룬트 대표는 “지금까지의 연구성과를 고려할 때 2018년 이후 신약을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때까지는 현재 보유 중인 난임 및 다발성경화증치료제, 항암제 등의 신흥시장 공략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 등 전세계 바이오업체와의 협력 방안도 논의됐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경기도 판교에 바이오 공정개발 및 교육을 위한 머크제넥신 바이오기술연구소(Biomanufacturing Sciences & Training Center, BSTC)를 개소했다. 그룬트 대표는 “스위스에 위치한 생산시설은 충분한 양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여력을 보유했다”며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 바이오기업과의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약품 매출 신장을 위해서는 고객과의 유대관계와 노하우가 중요하다”며 “현재 보유 중인 시장접근성, 의약품 관련 전문성, 정부 등 규제기관과의 협력을 잘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사내 전문의약 사업부인 머크세로노 바이오제약 사업부는 전세계 150개 국가에 주요 제품을 제공해왔으며, 특히 다발성경화증·종양·난임·내분비계 분야 전문치료제에 대한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연간 10억유로를 R&D 분야에 투자함으로써 기존 전문치료제는 물론 자가면역질환, 염증성질환에 대한 치료제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