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호 압구정연세안과 원장이 백내장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지난 3월 원하던 대기업으로부터 합격통지서를 받고 출근을 시작한 신입사원 김 모씨(30)는 입사의 기쁨을 채 누리기도 전에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얼마전부터 눈이 침침하고 초점이 흐려지는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은 결과 녹내장으로 진단받았기 때문이다. 한창 회사생활을 열심히 해야 할 시기에 야근이나 회식에 참여하지 못하다 보니 김 씨는 마음이 불편했다. 게다가 노년층만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던 녹내장에 걸렸다는 사실은 그를 더욱 자괴감에 빠뜨렸다.
최근 백내장, 녹내장, 황반변성 등 노인성 안질환의 발병률이 젊은층에서도 높게 나타나는 추세다. 특히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신입사원들은 잦은 음주 및 야근, 과도한 스트레스 등으로 안질환에 더 쉽게 노출된다.
여성보다 흡연 및 음주 비율이 높은 남성 신입사원은 백내장 위험이 높다. 백내장은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시야가 흐려지거나 물체가 겹쳐 보이는 노인성 질환이다. 2010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백내장수술은 한 해 동안 28만9867건 시행돼 가장 많은 수술 건수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백내장 발병 연령대가 점점 낮아져 30~40대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남성 신입사원의 경우 과도한 업무스트레스와 긴장감을 음주나 흡연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짙어 백내장에 쉽게 노출된다. 특히 흡연은 백내장의 주요 발병원인으로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백내장 발병률이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환 초기에는 한쪽 눈의 시력만 저하돼 시력저하를 알아채기 어렵다. 시야가 갑자기 침침해지거나 사물이 겹쳐 보이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병원을 찾아 백내장검사를 받는 게 좋다.
이동호 압구정연세안과 원장은 “백내장의 가장 흔한 증상은 시력저하로, 수정체 주변부가 혼탁할 때에는 시력장애가 나타나지 않지만 중심부에 혼탁이 있는 경우 질환 초기부터 시력이 떨어진다”며 “밝은 장소로 갑자기 나갈 경우 동공이 작아지면서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주맹(Day blindness)’을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쪽 눈으로 볼 때 사물이 두 개로 겹쳐 보이는 ‘단안복시’, 수정체 중심부인 핵이 딱딱해져 굴절률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가까운 곳에 있는 사물이 전보다 잘 보이게 되는 ‘수정체성 근시’도 백내장의 주요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황반변성도 남성 신입사원이 주의해야 할 대표적인 안질환이다. 당뇨병성 망막증, 녹내장 등과 함께 3대 실명질환으로 꼽히는 이 질환은 최근 서구화된 식습관 및 생활환경 변화로 20~30대 젊은층에서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흡연, 고열량·고지방 음식, 노화 등이 주요 발병원인이다. 특히 하루에 담배를 20개 이상 피우는 흡연자는 황반변성 위험이 2배 이상 높아진다.
한국망막학회의 황반변성 자가진단법을 활용하면 자신의 눈 상태를 확인하는 데 도움된다. 이 진단법은 밝은 빛 아래서 33㎝ 거리에 있는 바둑판 모양의 암슬러격자(Amsler grid)를 바라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 쪽 눈을 가린 상태에서 격자의 중심점을 똑바로 쳐다보고 다른 쪽 눈도 같은 방식으로 실시하는데, 이 때 격자가 찌그러져 보이거나 중심에 있는 점이 잘 보이지 않거나, 초점을 맞추기 어렵다면 황반병성을 의심해야 한다.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끼는 사람은 착용한 상태에서 검사받으면 된다.
지나치게 꽉 맨 넥타이와 흡연은 녹내장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넥타이를 매지 않은 남성이 넥타이를 30분간 맨 후 안압을 측정했을 때 안압이 평균 2㎜Hg올라간다는 연구결과가 나와있다.
녹내장은 높은 안압으로 뇌와 망막을 연결하는 시신경이 손상돼 점차 시력을 잃는 질환이다. 질환 말기에 동공 안쪽이 녹색으로 보여 이같은 병명이 붙여졌다. 높은 안압이 가장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안압이나 노화 외에 근시, 가족력,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이 발병률을 높이는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2년 녹내장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58만명으로 2007년 이후 매년 9.9%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70대 이상이 14만 명(24.1%), 50대 12만5000명(21.4%), 60대 12만명(20.6%), 40대 8만8000명(15.2%), 30대 5만5000명(9.5%) 순으로 많았다.
눈이 정상적인 구조와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안압이 일정 수준으로 유지돼야 한다. 눈은 영양분이 있는 물(방수)로 채워져 있는데, 이 방수의 양에 따라 안압의 높고 낮음이 결정된다. 방수의 생성 및 배출작용에 이상이 생겨 방수 양이 많아지면 안압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시신경 등 안구조직이 손상된다.
어두운 곳에서 근거리 작업을 할 때 두통이 생기거나, 빛 주위에 달무리가 보이거나, 시력이 더 저하된 것처럼 느껴지거나, 위·아래쪽 시아에 맹점이 생기거나, 초점을 맞추기가 어려워지는 등 증상이 나타난다면 녹내장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밖에 눈이 충혈되고 통증이 느껴지거나, 눈꺼풀이 붓고 구토·통증이 동반되거나, 눈두덩이를 눌렀을 때 딱딱한 느낌이 든다면 병원을 찾아 녹내장검사를 받는 게 좋다.
녹내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넥타이를 손가락이 두 개 들어갈 정도로 여유있게 매는 게 좋다. 무리하게 물구나무를 서거나 무거운 역기를 드는 행위는 안압을 상승시킬 수 있어 적당한 강도로 운동해야 한다. 또 어두운 곳에서 독서나 컴퓨터 작업을 하는 빈도를 줄이고 흡연 및 카페인 음료는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 원장은 “가족 중에 녹내장을 앓고 있거나 고도근시·원시·비만·고혈압·당뇨병 등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사람은 더 일찍, 더 자주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며 “조기진단 후 적절히 치료하면 실명위험이 크게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여성 신입사원이라면 렌즈착용 및 화장으로 인한 안질환을 주의해야 한다. 여성은 남성보다 외모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어 렌즈를 착용하는 비율이 더 높다. 그러나 렌즈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각종 부작용의 발생위험이 급증한다. 대한안과학회가 2008~2010년 콘택트렌즈 부작용으로 전국 22개 병의원을 찾은 499명을 분석한 결과 각막미란 129명(25.9%), 무균성 침윤(각막염증) 96명(19.2%), 알레르기질환 56명(11.2%), 각막궤양 47명(9.4%), 건성안 46명(9.2%) 순으로 많았다. 각막미란은 콘택트렌즈를 장기간 착용할 경우 나타나는 질환으로 각막에 산소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다. 이같은 저산소증 상태가 지속되면 각만 안으로 혈관이 자라게 되고, 심한 경우 실명에 이르게 된다.
특히 컬러렌즈는 색소나 독성물질이 빠져 나와 각막을 손상시킬 수 있어 착용 전 충분한 상담을 거쳐야 한다.
짙은 메이크업도 자칫 눈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아이라인 등 눈 화장을 과도하게 하면 눈 주위에 있던 금속성 가루나 운모 등 잔여물이 각막을 손상시킬 수 있다. 또 화장품의 가루 성분이 눈물층으로 흡수돼 눈물막을 파괴할 위험도 존재한다.
가루제형보다 크림제형을 선택하고, 화장을 지울 때에는 잔여물이 눈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세안 후 인공눈물을 점안해 눈에 있는 이물질을 제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