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ST가 만성위염 치료제 ‘스티렌정’의 임상시험 자료를 제 때 제출하지 못해 6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게 됐다. 또 내달 1일부터 이 제제의 ‘위염 예방’ 적응증에 대한 급여가 제한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4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어 스티렌의 일부 효능에 대한 급여 삭제 등 8개 성분 89개 품목의 유용성 평가결과를 심의·의결했다.

스티렌은 쑥 추출물을 이용한 천연물신약으로 동아ST의 대표 제품 중 하나다. 2002년 ‘급성위염과 만성위염’,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 투여로 인한 위염 예방’ 용도로 허가받았다. 2011년 881억원, 2012년 808억원의 연매출을 기록하며 동아ST의 간판 제품으로 인정받아왔다.

그러나 2011년 약제비 적정화 방안으로 실시된 ‘기등재 의약품 목록정비’ 사업에서 임상적 유용성 판단이 유보된 156개 품목에 포함되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당시 복지부는 동아ST에 스티렌의 위염 예방 효능을 입증하는 임상시험을 2013년 12월 31일까지 완료하고,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보험급여 제한 및 처방실적의 30% 환수 등 조치를 취한다는 조건을 걸고 스티렌정에 대한 급여를 인정했다.
그러나 동아ST는 피험자 모집이 어려웠다는 이유로 정해진 기한까지 임상시험을 마무리하지 못했으며, 지난 3월 뒤늦게 임상자료를 제출했지만 건정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위염 예방에 대한 보험적용을 중단하고, 동아ST에게 2011년 9월부터 올해 5월까지의 스티렌 처방실적 중 30%인 600억원을 건보공단에 반환토록 명령했다. 엄청난 액수의 과징금도 문제지만 스티렌의 전체 매출 중 ‘위염 예방’ 용도가 30% 이상(200억원 가량)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매출 감소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복지부는 자세한 환수 기한 및 방법은 추가 논의를 거친 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결정에 따라 오는 6월 1일부로 스티렌정의 급여가 제한된다”면서 “환수 절차는 논의 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약업계는 이번 조치가 가혹하다는 입장이지만 대부분의 의료계와 시민단체는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그동안 이들은 스티렌의 급여제한을 강력히 요구하는 한편 정부의 ‘대형제약사 봐주기’ 의혹을 제기해왔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4월에 해당 안건을 서면심의를 통해 처리할 계획이었지만 건정심 위원들의 의견에 이해당사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하는 대면심의로 변경했다. 이는 급여비 환수조치를 앞둔 동아제약의 로비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주장에 빌미가 됐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단체로 이뤄진 건강보험가입자포럼은 성명서를 통해 “동아제약이 조건 불이행에 대한 법집행을 앞두고 선처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법과 원칙을 무너뜨려 정책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원칙과 기준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14일 “기한내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하지 못하고도 급여제한 조치를 유예하는 것은 다른 의약품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이는 특정 제약사에 특혜를 주는 조치로 건강보험제도 집행의 안정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동아제약은 2011년 해당 약품의 조건부 급여를 통해 3년간 2000억원의 약품비 수입을 올려 이미 특혜를 받은 바 있으나 그에 상응하는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당연히 이행각서에 명시된대로 해당 약품은 급여에서 제외되고 약품비의 30%를 공단에 상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원협회는 스티렌 등 천연물신약의 유용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급여 여부 등을 재심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류지영 새누리당 의원실 자료를 근거로 들며 “2009~2011년 스티렌의 생산량은 2986억원 규모였는데 필리핀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 2억원 수출한 게 실적의 전부”라며 “2011년 한해 4종류의 천연물신약 처방에 따라 지급된 건강보험 재정은 1230억원에 달해 내수용 의약품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악재가 겹치면서 동아ST는 지난 1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줄어든 1440억원에 그치는 등 부진을 겪고 있다. 이는 유한양행(2258억원), 녹십자(1993억원), 한미약품(1841억원), 대웅제약(1694억원) 등 상위 4개 업체의 매출액이 4~11% 증가한 것과 대조적인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동아ST의 1분기 매출 감소는 스티렌의 보험급여 제한, 해외수출 부진 등의 요인이 겹치며 1분기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티렌의 1분기 매출액은 15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5% 줄었다. 전체 전문의약품 매출의 약 6분의 1을 차지하는 스티렌의 매출이 감소하면서 전체 전문의약품 매출도 5% 감소한 938억원을 기록했다.

동아ST는 이번 스티렌의 급여제한 및 과징금 환수조치에 대해 “임상결과보고서를 제출하고 6월까지 논문이 게재됨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결정이 나온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급여제한 고시 개정안이 예고될 경우 효력 및 집행 정지를 구하는 행정소송 등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