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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담배소송’, 흡연율 감소 시발점 될까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4-05-14 08:41:36
  • 수정 2014-05-20 12:3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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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연치료제 ‘바레니클린’ 급여화, 담뱃값 인상 필요 … 정부 “국민보호하는 인권소송”

지난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흡연율 감소 정책과 담배소송의 쟁점’ 토론회에서는 금연치료 및 금연정책과 담배소송의 연관성 등 사안이 논의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도한 ‘담배소송’의 승소 가능성을 두고 국민적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건보공단은 지난달 14일 KT&G, 필립모리스코리아, BAT코리아 등 담배제조사를 상대로 ‘흡연 때문에 추가로 부담한 진료비를 물어내라’며 54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공식 제기했다.
540억원은 흡연과의 인과성이 큰 편평세포암 환자 중 20년 이상 하루에 한 갑씩 흡연하고, 흡연기간이 30년을 넘는 사례에 대해 공단 측이 2003~2012년에 진료비로 부담한 금액이다.

건보공단은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근거로 승소를 자신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대법원 판결을 봤을 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장 최근의 판례로 대법원은 지난달 10일 흡연자 김모 씨 등 30명이 KT담배회사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제기된 담배소송에서 1·2심을 통틀어 원고가 승소한 사례는 단 한번도 없다. 현재 대법원은 일부 사례를 제외하고 암과 흡연 사이의 직접적 상관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생활습관, 직업, 식습관, 가정환경, 유전 등 다양한 요인들 사이에서 흡연과 암의 연관성을 직접적으로 입증할만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또 담배의 제조·설계·표시상 결함이 있는지에 대한 ‘위법성’과 제조사가 담배의 유해성을 알면서 이를 숨긴 채 팔았는지에 대한 ‘의도성’ 측면에서 담배회사의 행위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 관계자는 “개인소송은 담배회사의 책임을 입증하기에 한계가 있지만 공공기관인 공단은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흡연과 폐암간 직접적인 연관관계를 입증하기 쉽다는 점에서 기존 판결과는 양상이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 의료계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전례로 봤을 때 재판과정에서 흡연과 질병간 연관관계, 담배 제조사의 위법성 등을 법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승소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처럼 담배소송이 이슈화되면서 사회 전반에 흡연 감소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영화 등 매체에서 흡연을 미화하는 경향이 여전하고 정부의 금연정책 강도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약해 실제 흡연율은 몇년째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11년 보건복지부의 흡연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2008년 40.9%에서 2011년 39.0%, 여성 흡연율은 2008년 4.1%에서 2011년 1.8%로 줄어 감소폭이 크지 않았다.
흡연으로 인한 국가재정 손실도 생각해 볼 문제다. 지선하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등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담배판매로 얻는 국가의 세수입은 약 7조원,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약 9조원으로 약 2조원의 손해가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흡연율을 효과적으로 낮추려면 개인의 금연의지 외에 정부의 강력한 금연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13일 오후 2시에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211호)에서 열린 ‘흡연율 감소 정책과 담배소송의 쟁점’ 토론회에서는 금연치료 및 금연정책과 담배소송의 연관성 등 사안이 논의됐다. 패널로는 김미희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최은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이경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명승권 국립암센터 분자역학연구과 선임연구원(가정의학과 전문의), 김운묵 한국암연구재단 이사, 김일문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천북부지사장 등이 참석했다.

최은진 박사는 담배소송과 관련된 FCTC(세계보건기구 담배규제기본 협약)의 근거와 미국의 담배규제법 등을 예로 들며 흡연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치적·경제적·사회적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헌법재판소가 혐연권은 물론 흡연권도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있는 만큼 담배의 제조 및 유통 자체를 완전히 금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흡연율 감소를 위한 법률·사회·경제·문화적 여건을 향상시키기 위한 단계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담배연기 노출로 인한 보건·사회·환경·경제적 폐혜를 담배사업자가 명확히 인식하도록 조치하고, 담배의 제조 및 유통과정을 철저한 감시하며, 담배소비를 촉진하는 기업광고를 억제하는 등의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번 담배소송은 담배소비자의 피해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향상시켰다”며 “청소년 대상 판촉광고 등에 대한 규제 강화, 금연구역 확대 등 비가격정책을 촉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명승권 박사는 금연치료법과 금연정책을 소개하며 금연 약물치료의 급여화, 담뱃값 인상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금연치료를 위해 가장 많이 쓰이는 약물은 화이자제약의 ‘챔픽스)’(성분명 바레니클린, varenicline)이다. 이 약물은 니코틴 아세틸콜린수용체의 부분 작용제로 흡연욕구를 떨어뜨리고 금단증상을 줄여준다. 오심, 수면장애, 두통, 우울증 등 부작용이 있지만 1년 금연성공률이 25~30%에 달해 약물 중 사용빈도가 가장 높다. 문제는 비급여 의약품이어서 환자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이다. 보통 약값으로 1개월에 13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명 박사는 “바레니클린 등 약물치료를 보험급여 목록에 포함해 금연치료 환자의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며 “흡연예방 및 금연사업에 대한 예산도 증액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담뱃값 인상의 필요성도 주장했다. 명 박사는 “2004년 이후 10년간 담뱃값이 인상되지 않자 남성 흡연율은 40%대로 정체됐다”며 “국내 1일 1인당 GDP(국내총생산) 대비 담뱃값의 비율은 3.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0%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보고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담뱃값 10% 인상시 담배소비가 5~7% 줄고, 담뱃값 25% 인상시 흡연율은 5%p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김일문 지사장은 “오는 6월 초부터 TV나 인터넷 등 온·오프라인 매체를 통해 담배로 인한 피해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영상광고를 시작하는 등 지난 14일 제기된 담배소송과 맞물려 강경한 금연정책이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번 담배소송은 ‘국민건강정보DB’에 포함된 전 국민의 진료내역·검진결과·소득 등 925억건의 빅데이터와 대규모 인구집단 대상 추적 연구결과를 입증자료로 활용한다”며 “정부의 금연정책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연정책의 경우 찬반 논란이 따르는 담배가격 인상보다는 경고그림 의무화 등 WHO 담배규제기본협약의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WHO 담배규제기본협약 의무조항으로는 △담배회사의 광고·판촉·후원 전면금지 △담뱃값 포장 면적의 최소 30%에 암에 걸린 폐 사진 등 그림 및 경고문구 삽입 △담뱃값 겉면에 ‘저타르’, ‘마일드’, ‘라이트’ 등의 문구 사용금지가 있다. 

김운묵 이사는 “담배소송은 거대 담배산업으로부터 침해당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는 인권소송, 사회계몽운동의 성격이 내포돼 있다”며 “이는 건강증진대책으로서 흡연의 해악에 대한 홍보 및 구제효과를 크게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보공단이 앞장서 금연정책을 추진해 국민의 참여와 관심을 넒히고 흡연행위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구조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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