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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분방한 사만다 존스가 ‘당당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4-05-09 16:49:49
  • 수정 2014-05-14 10: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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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인 50%이상 평생 한번 성병에 노출 … 산부인과 찾아 피임처방·정기검진 받아야 건강한 性

미국 HBO사의 인기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자유분방한 사만다 존스 역을 맡은 킴 캐트럴

1998년 첫 방송을 시작해 2004년 종영한 미국 HBO사의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는 여성을 위한 ‘클래식’ 드라마로 시청자의 뇌리에 각인돼 있다. 뉴욕에 사는 네 명의 여자친구들에게 일어나는 각자의 사랑·성·커리어에 관한 주제에 파격적인 스토리·패션이 얹히면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특히 사만다 존스는 과감하고 성에 대해 솔직한 여성의 대명사가 됐다. 존스 역을 열연한 영국배우 킴 캐트럴은 메인 주인공인 캐리 브래드쇼(사라 제시카 파커)보다 더 큰 인기를 누렸다.

여성에게만 보수적이고 편협한 성의식을 보이는 한국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남성에게 의존하지 않고 홍보대행사를 운영하며 자신의 커리어를 꾸리는데다 자신이 원할 때, 원하는 남성과 관계를 갖고 이를 당당하게 표현하는 모습은 전세계 여성의 우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킴 캐트럴은 “우리의 이야기는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다른 문화와 관습을 가진 전세계 여성들이 이해하며 환영해줬다”며 “섹스 앤 더 시티는 세계 여성 전체의 움직임인 것 같아 아주 멋지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만다 존스의 지지자, 혹은 그녀처럼 되길 꿈꾸는 여성은 많지만 막상 그녀처럼 당당한 경우는 드물다. 굳이 사만다가 아니더라도 요즘엔 성에 대한 관념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 여성은 유교사상 탓인지 할머니부터 ‘여자는 조신해야 한다’는 소리를 들으며 자란 탓인지 성생활을 하면서도 ‘정조관념’,‘정서문제’를 이유로 ‘문란한 여자’로 보일까봐 전전긍긍하는 이중적인 면모를 보인다. 남들에게 자신의 성생활에 대해 털어놓지 않았는데도 성관계를 맺은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끼는 게 대부분 한국 여성의 심리상태다.

국내 성지식 수준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다. 올해 대한산부인과학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국내 여성의 피임에 대한 지식은 미미해 정답률이 34%에 그쳤다. 학교에서 보건시간에 실시하는 성교육은 ‘교과서’ 수준으로 의미 없이 지나간다. 아직까지 청소년에게 성은 숨겨야 하고 쉬쉬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해서인지 2차성징에 대해 설명하는 데 그치기 일쑤다. ‘피임’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않는 곳이 태반이다.

2011년 여성의 성관계 시작 연령은 13.8세로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인터넷 등으로 성 관련 정보를 접하기 쉬워져 한창 호기심이 많은 청소년 시절부터 ‘잘못된 성지식’에 노출되고 있다. 시대가 변하고 있지만 성교육은 이를 따라잡지 못해 현재의 성 관념을 설명하지 못해 올바른 교육이 시급한 실정이다. 
 
방장훈 호산여성병원 병원장은 “정확하고 올바른 정보교육과 의료서비스를 사회적 차원에서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애정을 바탕으로 한 건강하고 행복한 성생활을 영위하려면 파트너뿐만 아니라 산부인과 주치의와의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들은 모두 ‘각자의 산부인과 주치의’를 두고 지속적으로 상담했다. 비단 자유로운 성생활을 즐기는 사만다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상태에 대해 정기적으로 검진받는 게 당연하다는 의미다. 이들의 대화에서는 ‘어떤 산부인과 의사가 괜찮더라’ 같은 대화도 수시로 나온다.
 
미국의 경우 정부 및 지자체 주도의 피임상담 인식개선 캠페인과 다양한 지원 사업을 통해 여성보건 향상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10대의 임신율 감소 및 피임 실천율 향상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아니타 넬슨 하버UCLA(Habor UCLA) 클리닉센터 교수는 “미국 여성은 산부인과 문턱 넘기를 어려워하는 한국 여성과 달리 산부인과 방문을 주저하지 않고, 피임법에 대해서도 전문의와 수시로 상담하고 있다”며 “이는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게 아닌 미국 정부가 1970년대부터 여성 성 건강 증진을 위한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실천해 온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1970년부터 ‘타이틀 X 프로그램’을 마련해 실질적인 피임법을 제공하고 여성 암검진 등 성건강 향상 서비스를 포괄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국가와 각 관련 단체가 조성한 보조금을 전국 4100개 센터에 지원하면서 가임기 여성을 주된 타깃으로 삼아 건강증진을 도모하고 있다. 매년 470만명이 이용하고 있으며, 작년 한 해 동안 58만6000건의 원하지 않는 임신을 예방했다. 또 40만3000건의 낙태 예방 및 53억달러의 정부 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이끌어 냈다.
 
국내서 산부인과는 임산부와 출산을 경험한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미혼 여성이나 어린 학생이 산부인과에 앉아 있으면 혀를 차거나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여성이 아직도 적잖다. 미혼 여성들은 죄인이라도 된 양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건강을 지키고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유지하려면 산부인과와 가까이 해야 한다. 이상을 느끼더라도 ‘금방 좋아지겠지’, ‘남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산부인과 가기 좀 그렇다’는 식으로 병원을 꺼리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여성들부터 산부인과 방문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무엇보다도 원치않는 임신을 막으려면 ‘피임’이 필수다. 하지만 제대로 된 피임법을 아는 여성은 드물다. 산부인과에서는 피임지식을 제공하면서 상황에 맞게 경구피임약·주사피임·임플라논·미레나 등 피임법을 추천한다.
 
여성은 성관계 시 세균에 취약해 질염에 노출되기 쉽다. 자신도 모르는 새 질염뿐만 아니라 성병에 걸리기 쉽다. 성병은 대체로 성접촉에 의해 유발되며, 임상증상이나 병변의 유무에 관계 없이 병원체에 의해 감염된다. 종류도 다양하며 전체 성인의 50% 이상이 한번 이상 감염된 적이 있을 정도로 흔해 ‘문란해서 생기는 병’이라고 자학할 필요는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적으로 에이즈 같은 바이러스성 성병을 제외하면 약 3억4000만명 정도가 성병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감염시 증상이 경미해 제때 치료받지 않으면 골반염·조산·유산·불임 등 합병증이 유발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려면 정기적인 검사를 통한 예방 및 조기치료하는 게 바람직하다. 검사는 여성의 경우 질분비물(냉)을 채취해 이뤄진다. 이를 통해 클라미디아, 임질, 유레아플라즈마, 마이코플라즈마G, 마이코플라즈마H,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매독, 헤르페스, 트리코모나스 등의 유무를 확인한다.
 
방장훈 병원장은 “대다수 여성들이 부인과 질환의 예방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막연한 두려움으로 산부인과 방문을 꺼려 질병을 키우고 있다”며 “성관계를 통해 최악의 경우 자궁경부암 등에 걸릴 수 있어 정기적으로 산부인과를 찾아 검진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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