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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비만환자, ‘수술이 종착역’ … 지방흡입술 vs 위밴드술, 정답은?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4-05-07 18:19:34
  • 수정 2014-05-13 18:5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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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세포로 인해 신경중추에 문제 생겨 ‘음식 중독’ … 평범한 다이어트 아닌 ‘치료’ 필요

조민영 서울365mc병원장

직장인 이 모씨(30·여)는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우울함을 느끼고 있다. 번화가에 나가보면 날씬하지 않은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마른 사람’이 거리를 메우지만 이 씨는 고도비만으로 대세를 거스르고 있다. 남자친구나 친구들을 만날 때에도 예쁜 곳, 맛집 등에 가고 싶지만 ‘나만 뚱뚱한 게 비참하고 슬퍼서’ 동네에서만 만날 정도다. IT업계에서 잦은 야근으로 고칼로리 야식을 즐겨먹고, 운동할 짬을 일절 내지 못해 직장생활 3년차에 20㎏ 이상 불어 80㎏를 넘어섰다. 키가 158㎝이다보니 고도비만 기준을 충족한다. 그러다보니 요즘엔 사람을 만나는 것도 귀찮고 괜히 스스로에게 짜증을 낸다.

고도비만 환자는 자신의 외모에 자신감이 없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다. 주변에서도 ‘노력할 의지가 없다’, ‘먹는 것 조절이 그렇게 어렵냐’고 나무라지만 지방세포로 인해 신경중추가 본능적으로 음식을 찾게 되는 비만의 특성상 이를 극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고도비만은 결국 ‘음식중독’이라는 하나의 정신질환으로 봐야 한다.

고도비만 환자에게 음식은 마약과 같이 작용해 과식·폭식을 조장한다. 연구 결과 고도비만 환자가 음식을 섭취할 때 뇌는 신종 마약인 엑스터시를 복용할 때처럼 고조된 흥분 상태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중독이 심해지면 음식에 대한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더욱 심한 고도비만에 빠지게 된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엔젤레스캠퍼스(UCLA) 생리학과 연구팀은 지난달 게으른 성격이 과체중을 만드는 게 아니라 식단 등이 비만한 사람을 게으르게 만든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에런 블래스델 UCLA 교수는 “이 연구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게을러서 살이 찌고 비만이 된다는 통념에 반대되는 결과”라며 “정크푸드를 먹고 살이 찌거나 인지작용이 손상돼 게을러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럴 경우 평범한 식사조절과 운동 등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워 수술을 고려하게 된다. 지방세포가 자기조절기능을 잃은데다가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을 앓게 되면 대부분이 최종적으로 수술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다.

조민영 서울365mc병원장은 “동양인은 근육에 비해 지방이 많고, 체중증가에 따른 합병증 발생 비율도 서양인보다 높다”며 “체질량지수(BMI) 35이상이거나, 30이상이면서 동반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 비만수술을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체크해봐야 할 게 있다. 흔히 비만수술이라고 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지방흡입수술’을 떠올린다. 지방흡입수술은 지방세포를 빼내 아름다운 체형으로 다듬는 수술이지 체중을 줄이는 수술은 아니다. 신체 일정 부위의 지방을 제거해 지방세포 수 자체는 줄어든다. 하지만 지방은 마치 스펀지처럼 밀도가 낮아 부피에 비해 무게가 적게 나간다.
 
조 병원장은 “두 손 가득 찰 정도의 지방을 복부에서 덜어내면 누가 보더라도 복부는 홀쭉해지지만 체중은 별로 줄지 않는다”며 “전신 지방흡입 수술을 해서 온 몸의 지방을 제거한다 해도 기대할 수 있는 체중 변화는 5㎏ 내외”라고 설명했다.
또 피하지방만 제거하고 내장지방은 해결할 수 없어 고도비만자의 합병증에는 큰 효과를 주지는 못한다. 물론 고도비만자가 이 수술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조 병원장은 “오히려 몸매가 개선되는 게 눈에 보여 다이어트 초기 반응도를 높이고, 동기부여를 강하게 만들어 체중감량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고도비만이지만 합병증 등 건강 문제가 크게 없고, 큰 폭의 체중감량이 아닌 눈에 띄는 효과부터 보고 싶은 사람은 지방흡입수술을 고려해 볼만하다”고 조언했다.

고도비만 치료에는 현재까지 비만수술이 가장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수술이 ‘위밴드술’, ‘위소매절제술’, ‘위우회술’ 등이다. 일정 정도 이상 체중이 증가한 사람은 웬만한 다이어트로는 체지방을 감소하기 어렵고 다이어트 기간이 길어져 결국 실패로 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조민영 병원장은 “고도비만자가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는 식사습관을 수술로 교정해 적게 먹는 습관을 들이도록 도와주는 게 치료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수술법은 비만으로 인한 고혈압, 당뇨병, 수면무호흡증, 천식, 불임, 역류성식도염 등 동반질환까지 개선할 수 있어 가장 근본적인 치료법이며 최후의 선택지다.

비만수술은 지방흡입과 달리 어느 한 부위의 지방이 제거되는 게 아니라 전신 피하지방 및 내장지방이 동시에 감소된다. 비만으로 유발된 제2형당뇨병도 수술 후 체중이 감소됨에 따라 80~90% 이상 호전되거나 완치됐다고 알려져 있다.

가장 많이 시행되는 위우회술은 음식이 십이지장으로 내려가지 않게 만들어 탄수화물 흡수를 제한해 체중을 감량한다. 하지만 탄소화물뿐만 아니라 칼슘·철분 등의 흡수도 제한돼 단백질·무기질·비타민 등을 보충해 줄 수 있는 약을 평생 복용해야 한다. 체중이 많이 나가면서 당뇨병·고혈압 등이 동반된 경우에 적합하다. 
 
두번째로 흔하게 시행되는 위소매절제술은 위 일부를 절제해 저장공간 자체를 줄여 음식을 적게 먹어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든다. 위우회술 수술시간이 2~3시간인 것에 비해 위소매술은 1~2시간으로 수술시간이 짧고 합병증도 적지만, 체중감소효과는 위우회술만 못하다. 수술 후 간혹 식도역류가 나타날 수 있다.

위밴드술은 위 상부에 압력조절이 가능한 실리콘밴드 등을 둘러 위의 크기를 줄이는 방법이다. 수술이 빠르고 간단하며 위를 자르지 않아 초기합병증이 적다. 필요에 따라 밴드를 줄였다 늘일 수 있고, 상대적으로 간편하게 제거할 수 있다. 다른 비만수술에 비해 체중감소효과가 가장 적은 편이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마련한 엘러간사의 랩밴드(위밴드)에 대한 수술 적응증 확대 결정을 위한 패널회의에서는 밴드가 고도비만에 미치지 않는 비만환자들에게도 안전한 수술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고도비만이 되기 전인 BMI 30 이상의 환자도 랩밴드시술을 받을 경우 체중이 감량되고 향후 발생될지도 모를 비만합병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장기추적연구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다만 비만수술은 한번 받았다고 해서 지방흡입술처럼 바로 눈에 띄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조민영 병원장은 “고도비만 수술 후 체중감소는 지속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며 수술 후 1년 이내 초과체중의 50% 이상 감소를 목표로 한다”며 “식이 가이드라인을 지키면서 효과가 좋은 경우에는 초과체중의 75% 이상까지 감소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만수술은 내과적인 방법으로 치료되지 않은 고도비만환자와 비만에 따른 고혈압, 당뇨병 등을 치료하기 위한 비만대사수술로 봐야한다”며 “미용목적의 치료는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비만을 해결하기 위한 각각의 수술방법은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는 만큼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하고, 자신의 상태·생활패턴·체질 등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조민영 병원장은 “고도비만인 사람도 지방흡입 수술로 예쁜 체형을 만들 수 있지만 이 수술만으론 합병증 등을 개선시킬 정도로 만족할 만한 체중감량을 하기는 어렵다”며 “만일 식사량 조절이 스스로 불가능하다고 판단된 사람은 비만수술을 고려해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간혹 지방흡입과 고도비만수술을 동시에 받겠다는 사람도 있다. 식사량을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은 비만수술을 받은 뒤 지방흡입을 시행하는 게 추천된다. 스스로 식사량을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은 먼저 지방흡입술을 받은 뒤 경과를 보면서 비만수술은 천천히 생각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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