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까운 곳 잘 안보여 삶의 질 감소 … 다초첨인공수정체삽입술 노안백내장 함께 치료
이동호 압구정연세안과 원장이 노안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사용이 늘면서 노안(老眼) 발생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동아대병원 등 3개 병원이 안과환자 800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36~40세 노안 환자 비율은 2006년 3%에서 2011년 7%로 늘었다.
노안은 중·노년기 삶의 질을 현격히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정신적 스트레스도 준다. 2011년 대만에서 실시된 한 설문조사 결과 중년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흰머리나 주름살이 아닌 노안이었으며, 노안 환자의 약 30%가 불안, 우울증, 불면증, 두통 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노안은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지만 정작 치료법이나 질환 관련 정보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 또 치료법마다 장단점이 있어 자신의 눈 상태에 맞는 것을 선택해야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이에 노안의 정의, 치료법, 관리법 등을 이동호 압구정연세안과 원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노안은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의 탄력성이 떨어지고 모양체의 기능이 감소해 원거리에서 근거리로의 초점 변경이 어려워지는 질환이다. 수정체는 카메라렌즈와 같은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가까운 곳을 볼 때 두꺼워지고 먼 곳을 볼 때 얇아지는 방식으로 초점을 조절한다. 모양체는 수정체 주위를 둘러싸고 있으면서 수정체 두께와 굴절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간혹 가까운 사물이 잘 보이지 않는 원시와 혼동하기 쉬운데 두 질환은 엄연히 다르다. 노안은 나이가 들어 수정체의 탄력이 떨어지는 것을, 원시는 눈의 굴절력에 이상이 생겨 초점이 제대로 맺히지 못하는 증상을 의미한다. 후자는 어린아이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원시는 멀리 잘 보이도록 시력을 교정하면 가까운 곳도 잘 보이지만, 노안은 시력교정 후 가까운 곳이 잘 안보이게 된다.
젊었을 때 약한 원시가 있어 멀리 있는 사물이 잘 보였다면 수정체의 탄력성이 더 급격하게 떨어져 노안이 더 빨리 올 가능성이 높다. 또 컴퓨터나 스마트폰처럼 가까운 거리의 화면을 너무 집중해서 보면 모양체 근육이 장시간 긴장 상태로 있게 되는데, 이런 경우 모양체의 기능이 떨어져 노안 발병시기가 앞당겨진다.
노안이 오면 가까운 곳에 있는 글씨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눈에서 멀리 띈 상태로 책이나 신문을 읽어야 한다. 또 눈이 쉽게 피로해져 독서를 오래 하기가 힘들어지는 등 삶의 질이 떨어지고 불안감이나 우울증이 나타날 수 있다.
최근 자주 쓰이는 노안교정술로는 엑시머레이저를 이용한 위조절각막성형술(Pseudo accommodative cornea, PAC)과 다초첨인공수정체삽입술이 있다. 전자는 레이저를 이용해 각막표면을 다초점렌즈와 같은 조건으로 깎아내 원하는 도수만큼 시력을 교정함으로써 원거리와 근거리를 모두 볼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즉 각막 표층을 두 개의 동심원을 그리듯이 레이저로 깎으면 눈 중심부는 원거리를, 주변부는 가까운 곳을 볼 수 있도록 시력이 교정된다.
수술시간은 10분 내외이며 수술 후 3일 정도 쉬어야 한다. 다른 노안수술보다 안전성이 높고 가격이 저렴하며 나이제한이 없다는 게 장점이다. 이동호 원장은 2009년 4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안과학회에서 1000건의 PAC수술 후 96%의 환자가 돋보기가 필요없을 정도로 원·근거리시력이 향상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수술은 노안 증상이 심하거나 백내장이 있는 환자에게는 권장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 수정체를 다초점렌즈로 교체하는 다초첨인공수정체삽입술을 실시한다. 이 수술은 원·근거리시력을 모두 개선하고 노안과 백내장을 함께 치료한다는 게 장점이다. 이 수술의 핵심은 노안교정용 비구면렌즈다. 최근 자주 쓰이는 렌즈는 미국 알콘(Alcon)의 레스토(ReSTOR), 렌티스(Lentis)의 엠플러스(M plus) 등이 있다. 비구면렌즈는 눈 형태와 비슷하게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갈수록 평평해지는 구조를 띤다. 덕분에 다초점기능을 갖게 돼 야간 불빛번짐이 크게 줄어든다. 그러나 다른 노안수술에 비해 비용이 다소 비싸고, 망막질환이나 녹내장 등 안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게 흠이다.
노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눈의 피로를 줄여야 한다. ‘50분 작업 후 10분 휴식’을 준수하고 눈을 감거나 상하좌우로 돌려주는 게 좋다. 빛이 충분하지 않으면 눈이 쉽게 피로해지므로 조명은 적당히 밝게 유지해야 한다. 눈을 깜빡이는 간격이 10초를 넘으면 안구가 건조해지고 피로감이 높아진다. 또 강한 자외선은 수정체 조직을 파괴해 백내장과 노안을 유발할 수 있다. 여름뿐만 아니라 4계절 내내 햇빛이 강한 날에는 선글라스를 착용해 자외선을 차단하는 게 바람직하다.
안구운동으로 눈의 피로를 풀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안구를 오른쪽·왼쪽·위·아래로 돌리기, 눈을 한 번씩 떴다가 감기, 손바닥을 비벼서 감은 눈 위에 살짝 대기 등은 눈의 피로를 푸는 데 효과적이다.
평소 눈앞이 침침하거나 시력이 지속적으로 저하되는 느낌을 받는다면 바로 안과를 찾아 노안검사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