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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여파로 환자 줄고, 의사들 진료의욕도 꺾여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4-05-02 20:32:24
  • 수정 2014-05-08 17: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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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병원 신환환자 예상밖 적어 울상 … 치과선 사랑니수술 회피 … 갑상선암 논란 겹쳐 수술 급감

지난 16일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대한민국 전역이 슬픔에 빠지면서 유통업계, 여행업계, 요식업계가 예년보다 매출이 10~30% 감소하는 부진을 겪고 있다. 의료계도 이런 침체에서 예외가 아니다.

지난 14일 개원한 연세암병원의 경우 510병상을 가까스로 채우긴 했지만 신환이라기보다는 기존 암환자의 재입원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암 전문병원에서는 신환 환자 비중이 높아야 더 높은 수익률을 창출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갓 문을 연 이 병원의 경우 신환 환자 수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노성훈 연세암병원장은 “지난 14일부터 진료를 시작해 일평균 외래 환자 2000여명, 병실가동률(510병상) 92%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병원 관계자는 2000명은 당초 예상한 환자수에 비해 많이 모자라고 특히 신환 환자수가 미미하다고 걱정했다.

정형외과의 경우 애도분위기와 비수기가 겹치면서 접어들며 환자 수가 줄었다. Y정형외과 전문병원 관계자는 “4월 중순 이후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조금씩 줄고 있지만, 장기적 경기침체의 영향인지 세월호 사건의 여파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며 “정형외과의 경우 원래 매년 4~5월이 비수기라 최근의 현재 감소가 일시적인지, 장기화될지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Z정형외과 관계자는 “환자들의 기분이 저조하고 의료진의 진료의욕도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게 사실”이라며 “비수기라는 특성을 감안해도 병원이 평소보다 한산하지만 그나마 초진 환자가 일정 수준을 유지해 병원을 꾸려가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천안에서 치과의원을 운영하는 원장 L씨는 “세월호 사건 후 사랑니수술처럼 다소 큰 수술의 예약이 몇차례 취소됐다”며 “사람들의 불안감이 자극되면서 위험을 피하려는 심리가 작용하는 게 아닌가 추측된다”고 말했다.

서울 방배동에서 건선 등 난치성 피부질환을 치료하는 D한의원 원장은 “보통 하루에 20명의 환자가 내원하는데 세월호 사건 이후 절반으로 줄었다”며 “증상 개선 정도를 평가받기 위해 궁금해서 찾아오던 환자들이 ‘전화상담’만 해오면서 예전에 처방받은 한약을 택배로 보내달라는 얘기만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침몰 직전에 제기된 갑상선암 과잉 수술 논란도 관련 병원에 ‘환자 급감’이라는 직격탄을 날렸다. 의료계에 따르면 갑상선암 논란으로 암 절제수술을 받는 환자가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대림동에 위치한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일선 의원에서 수술받아야 할 갑상선암 환자를 종합병원으로 의뢰하지 않으면서 진료수익이 크게 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세월호 사건에 대한 엄숙한 애도 분위기 때문에 매달 여는 정기 건강강좌를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분위기”라며 “연세암병원의 경우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당사자들이 애를 태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세월호 인양 이후에나 예전의 의료시장 경기를 회복할 것 같다고 조심스레 전망하고 있다. 
 
전 국민적인 애도 분위기에 의료계도 동참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한국제약협회 등 보건의료 단체는 세월호 침몰 사건에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하며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병협은 총괄의료지원단을 구성, 진료봉사 참여병원을 긴급 모집하고 구호팀을 파견했다. 의협은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을 위한 모금운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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