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의 요실금을 유발시키는 원인은 복부비만, 카페인음료, 담배 등이 대표적이다.
직장인 백 모씨(25·여)는 최근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줄넘기를 하다가 당황스런 일을 겪었다. 특별히 물을 많이 마신것도 아닌데 줄넘기를 하면서 아랫도리가 흠뻑 젖은 것을 발견했다. 혹시 ‘요실금이 아닐까’하는 걱정이 들었다. 아직 젊은 나이에 시집도 안간 처녀가 요실금이라니, 너무 수치스러웠다. 다행히 밤 늦은 시간이라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아 급하게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 결과 2012년 요실금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12만8724명, 이 중 여성이 12만65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미경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과장은 “여성은 요도 길이가 3~5㎝로 25~30㎝인 남성보다 5배 이상 짧아 신체구조상 남성보다 요실금이 발병하기 쉽다”며 “임신 및 출산으로 요도와 방광을 받쳐주는 근육이 손상돼 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요실금을 가진 여성은 대부분 단순히 수치심 때문에 병원 방문을 꺼린다. 하지만 치료를 계속 미루다보면 위생문제가 생기고, 부부관계도 꺼리게 되며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생기게 된다. 심하면 우울증으로 이어져 삶의 질을 떨어지게 된다.
요실금은 폐경 등 호르몬 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40대 이후 여성에서 흔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더이상 중년여성만의 고민이 아니다. 요즘엔 20~30대 젊은층에도 이런 증상을 겪는 사람이 적잖다. 한 설문조사에서 요실금을 경험한 20~30대 여성이 27.6%를 차지했다는 결과가 나왔을 정도다.
젊은 여성의 요실금을 유발하는 요인으로는 복부비만으로 인한 복압, 커피·탄산음료 등 자극적인 음료수, 담배 등이다.
불규칙한 생활 및 식이습관이 비만을 만드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다이어트에 신경쓰더라도 하루 활동량이 거의 없는 사무직 등은 계속 앉아있는 자세를 유지하며 배만 볼록 나오기도 한다.
김미경 과장은 “뱃살은 복압을 높여 요실금을 유발·악화시킨다”며 “지방세포가 근육 사이사이에 위치해 근육강도를 약화시키기 때문인데, 적정 체중 유지가 필수”라고 조언했다.
많은 사람들이 즐겨마시는 커피·탄산음료 등은 방광을 경직시킬 수 있어 피하는 게 좋다. 얼레인 마크랜드 미국 앨라배마대 박사팀이 4000여명의 남성이 참가한 전국적인 건강조사자료를 분석한 결과 커피 2잔 정도에 들어 있는 카페인 양은 남성 요실금 위험을 높였다.
하루에 카페인을 234㎎ 섭취하는 남성은 카페인을 가장 적게 섭취하는 남성에 비해 요실금을 겪을 가능성이 평균 72%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카페인 섭취량이 392㎎ 이상인 남성에게는 이러한 위험이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커피 1잔에는 약 125㎎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 만성적인 기침을 유발해 순간적으로 복압을 올리는 담배도 끊어야 한다.
요실금은 증상에 따라 복압성, 절박성, 일류성 등으로 나뉜다. 두가지 종류의 성격이 섞인 것은 복합성 요실금이라고 한다.
복압성은 방광과 요도를 지지하는 골반근육과 요도괄약근이 약해져 생기는 것으로 전체 요실금 환자의 80%가 해당된다. 줄넘기하거나, 하품을 하며, 기침하거나, 계단을 내려가는 등 배에 힘이 들어갈 때 주로 발생한다.
절박성은 소변을 참기 어려워 화장실에 도착하기 전 ‘실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민성방광·뇌졸중·다발성경화증·알츠하이머병·신장결석·당뇨병 등 다른 질환이 동반됐을 때 잘 나타난다. 이밖에도 요로감염, 호르몬결핍, 과도한 수분섭취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일류성은 방광에 가득 찬 소변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요도를 통해 나오는 것으로 전체 요실금 환자의 5%가 해당된다. 전립선비대증, 척수손상, 말초신경질환, 다발성경화증, 당뇨병 등 질환이 있을 때 나타난다. 요도를 조이는 약물을 복용해도 같은 증상이 반복될 수 있다.
요실금은 정도에 따라 경증, 중등증, 중증으로 분류된다. 상대적으로 증상이 미약한 경증이나 중등증일 때에는 투약요법을 활용한다. 하지만 약에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중증일 때에는 수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여성 환자가 대다수인 복압성은 약물효과가 떨어져 수술치료가 효과적이다. 반면 절박성은 약물치료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약물 치료시에는 보통 교감신경작용제를 이용하며, 골반근육을 튼튼하게 하고 방광근육의 수축력을 높이는 약물을 병행한다.
수술의 경우 하복부절개·질벽절개·복강경 등으로 이뤄지는 게 흔했다. 절개과정이 두렵고 부담스러워 이를 피하는 여성이 많았다.
이런 분위기에서 요즘엔 체외자기장신경치료가 선호되고 있다. 이는 골반저근을 강화하는 비침습적 시술로 미국 식품의약국이 1999년 인가한 치료법이다.
치료시 의자에 앉으면 의자 밑에서 자기장이 나와 골반저근이 분포된 부위에 조사된다. 전달된 자기장은 근섬유와 운동신경의 말단에 도달해 근육의 수축을 유발하고, 국소조직의 혈류를 촉진하며, 구심성 감각자극섬유·자율신경섬유에도 자극을 전달한다.
이 치료법은 반복적으로 운동신경섬유를 자극해 근육수축이 지속되면서 근육의 강도와 지속력이 향상시킨다. 체외자기장신경치료는 평상시 골반저근과 괄약근 긴장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기장을 활용하므로 전극을 질이나 항문에 삽입하거나 피부에 부착할 필요가 없다. 치료시 의복을 벗지 않아도 되고, 안락의자에 편안히 앉아서 치료과정을 마치면 된다.
호산여성병원의 경우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최신 요실금치료기 ‘ExMi’로 요실금을 치료하고 있다.
이밖에 기존 수술에 비해 출혈정도와 통증을 경감한 슬링수술도 있다. 복부를 절개하지 않고 자가 복직근막을 떼어 요도를 받치고, 이 근막을 실로 연결해 배꼽 밑으로 묶어 요실금을 개선한다.
모든 질병이 그렇듯 요실금도 평소 예방하기 위한 습관이 중요하다. 평소 골반을 강화시키는 케겔운동을 꾸준히 시행해주면 요실금 예방에 효과적이다. 똑바로 누운 자세에서 양쪽 다리를 어깨 넓이로 벌린 후 무릎을 90도로 세워 일정 시간 동안 유지하면 된다.
김 과장은 “케켈운동은 괄약근 조절능력을 향상시켜 요실금 예방에 도움이 된다”며 “평소 변비로 인해 변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 복압이 올라가므로 식습관 조절을 통해 만성 변비를 해결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몸에 과도하게 밀착되는 옷, 무거운 물건을 나르는 일, 쪼그려 앉아서 일하는 자세 등은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요실금이 진행돼 치료받기 시작했다면 매일 배변일지를 작성하며 3시간에 한번씩 소변을 보는 습관을 들이도록 한다.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실금은 혼자서 속앓이하지 말고 병원에서 적극적인 치료로 개선하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