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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지능, 돈을 다스릴 줄 아는 탐욕의 선용
  • 정종호 헬스오 편집국장
  • 등록 2014-04-16 14:57:04
  • 수정 2021-07-20 20:4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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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두쇠처럼 아끼고, 적재적소에 쓸 줄 알며, 자선하는 3단계 … 결국 긍정·노력·신뢰가 돈 벌어줘

2001년 12월 29일 탤런트 김정은이 모 신용카드 광고모델로 ‘여러분 새해에는 부자되세요’라는 CF를 날린 후 우리사회는 부에 대한 갈망을 더이상 숨기지 않고 드러내게 됐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가 심해지고 구조조정이 상시화되면서 이를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하지만 경박하다고 보는 속내도 다분히 존재한다.

출판계에서도 부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지침서를 지속적으로 출간하고 있다. ‘부자심리학’ ‘부자지능(Affluence Intelligence)’ 등을 운운하면서 말이다. 부자의 모범으로서 유대인 계열의 로스차일드 가문, 우리나라의 경주 최씨 가문 등도 자주 소개됐다. 또 개성상인(송상) 의주상인(만상) 강경상인 병영상인(강진) 동래상인 등의 상술에 대해서도 집중조명하기도 했다.

이런저런 기사나 책을 봐도 부자지능은 실상 단순하며 실천이 어려울 뿐이다. 그 요체를 요약해본다면 우선 자린고비처럼 근검절약해야 한다. 외상이나 신용카드결제, 할부 등을 절대로 금하거나 최소화하라는 게 그 첫째다. 외상이나 할부는 그나마 절제가 가능하지만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앞장서 신용카드 사용 활성화에 나섰는지라 카드를 긁지 않고 버티기란 스마트폰 없이 세상사는 것과 똑같이 됐다.

예전에 부자가 되려면 첫 단계에서는 무조건 아껴야 하고, 둘째 단계는 긴요긴급하고 시의적절한 용도에 합리적으로 지출하며, 셋째 단계에서는 돈을 공격적으로 써야 한다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의 말을 들어본 것 같다. 여기서 공격적으로 써야 한다는 것은 선물이든 뇌물이든 향응접대든 쓸 때는 과감하게 써서 최대한의 효과를 올리라는 말로 이해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1단계부터 실패한다. 박봉이란 핑계로 월급 모아 집 살 생각은 아예 꿈도 꾸지 않고, 커피며 술이며 아낌없이 마시며, 급하지 않아도 택시를 탄다.

 
둘째 단계는 자기개발과 주변사람과의 사교에 적절히 쓸 줄 알아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돈 버느라 고생한 자기에게도 쏠 줄 아는 것도 이에 해당할 것 같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광고 카피처럼 말이다.

 
다만 자기관리가 철저했는지도 점검해봐야 한다. 사업이 안 된다면서도 매주 그것도 토요일 일요일 전부를 골프장에서 소일하고 1년이면 서너번은 스트레스를 풀어줘야 한다며 외유성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경영인이 있다면 자성해야 할 일이다.

셋째 단계에서 요구되는 게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의 실천이다. 유대인들이 구약시대부터 줄곧 십일조를 실천해왔듯이, 베풀면 더 많은 돈이 들어온다. 인색하면 사람이 꾀지 않고 돈도 찾아오지 않는다.


요즘 회사마다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나눔경영, 공유가치경영(CSV,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등을 통해 여러 자선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다 이런 이유다. 기업의 선행에 사심이 좀 들어가면 어떤가. 왼손이 한것을 오른손이 알지 못하게 하라는 순수한 이타성만으로는 의도된 선행조차 실행할 수 없다.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량이 있는 한 뇌과학적으로도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를 수도 없다.

요즘 지방자치제 선거철이다. 출마자들이 과거의 자원봉사나 선행을 은근히 과시하는데 비록 불순한 목적이 있더라도 사비를 들여 선행을 하는 것은 우리사회 전체의 봉사문화 활성화를 위해 나쁠 게 없다.

 
부모나 선생님이 단순히 학습성과를 올리라고 말하는데 그치지 않고 공부 잘해야 어른이 돼서 좋은 직업, 괜찮은 배우자 얻는다고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처럼 기부와 봉사도 순수한 마음만으로는 할 수 없는 것이다.

부자가 되려면 마인드부터 바꿔야 한다. 부에 대한 탐욕을 정당시하고 좋은 방향으로 선용하라는 것이다.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 같은 금욕적인 마인드로는 자본주의가 꽃을 피울 수 없다. 이말을 하신 최영 장군도 실은 권문세가의 하나로 사심없이 정치를 하셨으되 도교나 불교의 가르침을 무조건 따르는 무기력한 금욕주의자는 아니었을 듯 싶다. 결국 돈에 휘둘리기보다는 돈을 다스릴 줄 아는 통제력을 갖추라는 말이다.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ㆍ1864~1920)는 프로테스탄티즘(개신교 사상)을 들어 오늘날의 자본주의를 긍정하는 이론체계를 만들었다. 그는 저서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프로테스탄트의 맹목적인 부의 추구는 비난받아야 할 죄악이지만 직업노동을 통한 부의 획득은 신의 축복”이라고 보았다. 즉 빈둥거리며 놀기보다는, 남이 놀 때 성실히 노동해서 돈을 버는 것은 금욕(禁慾)을 위한 최고의 수단이자, 신앙의 진실성을 보여주는 증표라고 규정했다. 종교개혁으로 등장한 프로테스탄티즘(칼뱅주의)이 근검절약과 성실한 노동을 구원의 조건으로 내세웠고, 이것이 자본의 논리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이런 정신을 우리나라에서도 제대로 답습해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뤘다고 볼 수 있다.


돈을 벌려면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할지 궁리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 그야말로 잠자는 4~5시간 말고는…. 하지만 보통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는 데 하루 1~2시간에 그치고 그날그날 때우기 바쁘다. 부자는 하루 중 17시간을, 보통사람은 겨우 1시간을 부자의 관점에서 집중하니 이런 차이가 누적된 게 빈부격차란 설명이다. 그래서 이를 ‘17대 1의 부자의 법칙’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 1만시간의 법칙(The 10,000-Hours Rule)도 있다. 어느 분야에서 직업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한 가지 일을 최소한 1만 시간 넘게 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하루에 3시간 이상 10년을 특정한 일에 골몰하며 쉼 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1만시간을 채우기 위해 하루에 1시간씩 30년을 할 것인가, 하루에 6시간씩 5년을 할 것인가. 성공이든 재테크든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한다.

 
큰 기업가도 고액연봉의 전문경영인도 결국 미래를 위해 매일 무언가를 질리도록 반복해온 성실함 속에서 그 중에서 남다른 노하우와 일가견을 발굴해서 실행해 옮긴 사람들이다.

기실 큰 돈을 벌려면 창업해야 한다. 절약만해서는 그저그런 중산층에 머물 수밖에 없다. 창업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수십억원 이상의 재산을 모으겠는가. 물론 유명인사가 돼 강의료, 광고료, 인세, 출연료, 각종 로열티 등으로 이를 달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극히 드문 일이다.


자본없다는 말은 핑계다. 멍하게 있지 말고 인터넷사이트라도 만들고 부자들의 친목 모임에 끼어드는 주변머리라도 키워야 한다. 창업에 앞서 항상 부자들과 가까이 하고 대화하고 그들에게서 뭔가 다른 점을 발견하려 노력해야 한다. 여유로운 부자는 분명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추종자들에게 어느 정도 조언도 해주고, 사람을 소개해줘 인적 네트워크를 넓히는 데 도움을 준다. ‘부자가 되려면 가난해도 부자의 줄에 서라’는 유대인의 교훈이 와닿는다. 

 
부자들이 오만하고 탐욕스럽다며 질시하고, 안되면 남의 탓을 하고, 흑백논리에 빠져 있고, 과거에 얽매어 있다면 부자지능이 떨어지게 된다.

사업을 한다면 초창기에는 사업다각화보다는 한가지 일에 집중하는 게 낫다. 증권 투자에서도 안전한 분산투자를 장려하지만 실제로 큰 돈 버는 사람은 좋은 주식(이른바 가치주, 자산주, 고배당주 등)을 장기간 묻어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진실돼야 한다. 흔히 사업을 교묘한 술수나 테크닉 정도로 오해하곤 하는데 인간미를 갖추고 한번 맺은 의리와 약속을 굳건히 지켜야 신뢰가 유지되고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지게 된다.

이밖에 부자지능의 덕목으로는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는 복원력, 기회 포착 능력과 불굴의 용기, 열린 마음과 호기심, 창의와 열정, 긍정적인 마인드와 만족할 줄 아는 현명함 등이 포함된다. 인생에 3번 밖에 오지 않는다는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중차대한 시점에 후회하지 않을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것만으로도 성공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러려면 평소 공부와 수양으로 내공을 다져놔야 한다. 가정이 화목하고 배우자와 금실 좋게 지내는 것도 부자지능의 한 요소라 하겠다.

필자의 어머니도 어려서부터 필자에게 (부자가 될) 서너 가지 지침을 주셨는데 하나는 집으로 들어올 때 돌멩이 하나라도 갖고 들어오라는 것이었다. 옛날 농경시대에는 똥오줌도 거름되라고 자기 텃밭에 누었다. 그래서 취미삼아 뭘 수집해도 체계적으로 한 것 같다. 우표며, 시집이며, 클래식음반이며, 한때는 성냥갑까지….


둘째는 못났거나 가난하다고 해서 사람 괄시를 하지 마라. 셋째는 멍하게 있지 마라. 공부하기 싫으면 공작놀이라도 하라고 했다. 그래서 정말로 공부하기 싫어 소설이나 역사책이라도 열심히 읽었더니 어느새 3류 글장이가 돼 있었다. 그게 다행인지 아닌지는 죽을 때 결산해봐야 알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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