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해롭다고만 여겨지던 지방 수치가 너무 낮으면 자살을 시도할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8일 발표됐다. 특히 무리한 다이어트는 비만세포 속 세로토닌 수치를 낮춰 우울증 및 자살을 유발할 수 있다.
박영민 인제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의 연구 결과 자살 의도가 강한 우울증 환자의 혈중 중성지방 수치는 자살 의도가 전혀 없는 우울증 환자에 비해 더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우울증 환자 73명을 대상으로 자살 의도가 강한 20명과 자살 의도가 전혀 없는 53명의 두 군으로 나눠 분석했다. 그 결과 자살 의도군의 평균 혈중 중성지방 수치는 107㎎/㎗로 자살 비의도군의 156㎎/㎗ 보다 30% 정도 낮았다.
박영민 교수는 “혈중 중성지방과 저밀도 콜레스테롤(LDL) 수치가 너무 낮으면 세로토닌 기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세로토닌은 주로 중추신경계에 존재하며 행복의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물질로 뇌·내장조직, 혈소판, 비만세포에 들어 있다. 이는 기분조절·수면·식욕에 영향을 미치고 부족할 경우 우울증 및 불안증이 유발될 수 있다.
지난해 발표된 박영민 교수의 이전 연구에서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우울증 환자의 세로토닌 기능이 한 번도 자살을 시도한 적이 없는 우울증 환자의 세로토닌 기능보다 약 50% 정도 더 떨어져 있다는 결과에서도 세로토닌은 자살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박 교수는 “뇌를 구성하는 중요한 성분 중 하나인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등 지방질이 부족하면 세로토닌 합성·기능에 이상을 일으켜 자살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며 “심한 다이어트는 뇌를 구성하는 주요 지방 수치를 떨어뜨리고 결국 세로토닌 기능을 저하시켜 우울증과 자살의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번 연구결과는 몸속 지방 수치의 저하가 세로토닌 기능에 장애를 일으켜 자살 가능성을 높인다는 가설을 입증한 것”이라며 “향후 더 많은 연구 과정을 거친다면 간단한 혈액 검사만으로도 자살 가능성을 미리 예측해 자살예방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기분장애학회(International Society for Affective Disorders, ISAD)의 공식 학회지인 ‘정동장애저널’(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최신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