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트레스 해소·적정체중 유지·정자생성 억제 약물 금지·금연·절주 통해 가임환경 조성해야
과소·과다 체중, 극심한 스트레스, 음주, 흡연은 가임 조건을 방해하므로 절제된 생활이 요구된다.
아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고민하는 부부를 흔히 볼 수 있는 시대다. 요즘엔 ‘불임’ 대신 ‘난임’이란 단어를 많이 쓴다. 아이를 갖지 못하는 상태를 불임(不姙)이라고 했지만 최근 들어 난임(難妊)으로 바꿔 부르는 추세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임신 가능성을 어느 정도 향상시킬 수 있어서다.
난임은 피임하지 않고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한 지 1년이 지났는데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35세 이상 여성의 경우 6개월간 임신이 어려울 때 난임을 의심할 수 있다.
2012년 12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2년 전국 결혼 및 출산 동향조사’에 따르면 피임 경험이 없는 20∼44세 기혼 여성 969명 중 32.3%가 ‘임신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가임기 기혼 여성 3명 중 1명이 난임을 경험한 셈이다. 또 국내 가임기 부부 7쌍 중 1쌍 정도는 난임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난임의 간접적 원인은 스트레스다. 한국인의 스트레스는 G20 주요국가와 비교했을 때 매우 높은 편이다. 필립스가 2009년 실시한 ‘필립스 헬스 앤 웰빙 지수’ 조사 결과 한국인은 경제력 등으로 말미암은 스트레스 수준은 94%를 기록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어서 만성 두통, 우울감 등 이런저런 건강 문제가 나타나기도 한다. 난임은 스트레스에 의해 비롯되기도 하고. 스트레스로 인해 유발·악화되기도 한다. 명확히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남편과의 갈등, 시부모에 대한 죄스러움, 사회적 격리감 등이 난임을 부추기게 된다. 이럴 경우 ‘난임에 대한 걱정’ 자체가 가중돼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취미생활·운동 등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도 좋지만 근본적으론 부부가 서로 이해하고 격려하는 마음을 가지는 게 우선이다.
요즘 ‘몸매’가 한 사람을 평가하는 가치로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몸매관리에 목숨 걸 정도로 열올리는 사람이 적잖다. 지나친 다이어트가 무월경에 이은 난임을 초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임신한 후에도 다이어트를 과도하게 이어가 태아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김미경 호산여성병원 과장은 “심한 다이어트나 신경성 식욕부진으로 인해 영양이 부족하면 배란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무월경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지나친 고강도 운동을 하는 여성, 갑상선기능항진증 환자는 신진대사가 지나치게 활발해져도 칼로리 부족으로 무월경이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생리주기가 일정하지 못하면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게 당연하다. 임신을 준비한다면 초절식 다이어트나 심한 운동은 피하는 게 좋다.
지나친 다이어트는 독이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맘놓고 먹으라는 의미는 아니다. 임신을 원한다면 체중관리는 필수다. 체중이 지나치게 많이 나가거나 너무 적게 나가도 호르몬 분비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너무 마른 여성은 영양결핍이나 호르몬 분비 이상으로 임신이 어려울 수 있다. 김미경 과장은 “여성호르몬은 난소는 물론 체지방에서도 만들어진다”며 “저체중 여성은 생리불순을 자주 겪고, 심하면 조기폐경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체질량지수가 18~19까지 감소했다면 적절히 체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설령 임신이 되어도 저체중아를 낳을 확률이 정상인에 비해 2~5배나 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살을 찌우는 게 좋다.
과체중 여성도 조심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임신하더라도 임신중독증이나 임신성당뇨병 등이 발생하기 쉽다. 하루 30분 이상 꾸준히 운동하며 체력을 키우고 표준체중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과소·과다 체중 외에도 ‘다낭성 난소증후군’(polycystic ovary syndrome, PCOS)이 배란장애를 야기한다. 특히 비만한 여성에게 많이 나타난다. 생리불순, 여드름, 지성피부화, 다모증 등이 나타난다. 이로 인해 배란이 불규칙해지거나 무배란 상태가 돼 난임을 유발한다. 이 런 증상을 가진 비만 여성은 우선 체중감소에 목표를 둬 배란을 유도해야 한다.
남성의 경우 흡연·음주가 난임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흡연은 정자의 수와 운동성을 떨어뜨린다. 지나친 음주는 정자생산을 방해하고 성행위 자체에 지장을 주게 된다. 특히 만성 알코올중독 환자는 발기불능이 유발될 수 있다.
김미경 과장은 “남성이 장염치료제 설파설라진(살라조피린), 간질치료제 페니토인, 통풍치료제 콜히친(콜치신), 소화성궤양에 쓰이는 시메티딘, 요도감염치료제 니트로푸란토인 등을 복용할 경우 정자 수가 감소되기도 하지만 약 복용을 중지하면 대개 회복된다”고 설명했다.
성관계 자체에 문제가 생겨 의도치 않게 난임을 겪는 부부도 생각보다 많다. 만약 여성이 성장 과정 중 어떤 문제로 인해 트라우마를 가져 성에 대해 혐오감·두려움을 가지면 결혼 후에도 부부간 성생활에 거부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보통 성행위를 하려고 하면 무의식적으로 근육이 경직되면서 질 통로가 수축돼 성관계 자체가 이뤄지지 못하게 된다. 무리하게 성관계를 갖으려 하지 말고 심리상담, 정신건강의학과 방문 등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를 파악해보는 게 우선이다.
남성은 조기사정, 발기불능 등이 난임을 유발하기도 한다. 조기사정은 발기된 남성의 성기를 압박하는 압착요법을 사용하면 90% 이상이 수주일 이내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
발기불능은 대부분 정신적인 문제가 원인으로 꼽히지만 간혹 당뇨병, 유즙분비호르몬(프로락틴) 과다, 신경계질환, 수술합병증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병원에서 치료받아도 큰 효과가 없다면 전기자극으로 정액을 채취한 뒤 인공수정으로 임신을 시도 할 수 있다.
많은 여성은 경구피임약을 오래 복용하면 불임이 될 것이라고 막연하게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김미경 과장은 “피임약은 불임과 전혀 상관없다”며 “질내에 삽입하는 피임기구인 루프는 골반염 확률을 약간 높이기는 하지만 역시 불임과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낭성 난소증후군 환자는 남성호르몬과 황체호르몬이 증가돼 이럴 경우 경구피임약으로 호르몬불균형을 개선하면 오히려 임신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