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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불청객 ‘춘곤증’ …3주 이상 지속시 건강 적신호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4-03-16 19:59:28
  • 수정 2014-03-18 15:2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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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리적 불균형·수면부족 원인, 만성피로증후군 의심해야 … 봄나물·해조류·과일 섭취 효과적

최근 신입사원 강모 씨(30)의 가장 큰 고민은 점심시간 후 밀려오는 졸음이다. 책상에 앉아 자신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다가 “신입사원이 개념 없다”며 지적받은 게 한두번이 아니다. 게다가 나른함과 피로감 탓에 멍하게 앉아 있을 때가 많고 업무성과도 영 신통치가 않다. 열심히 뛰어다녀야 할 시기에 몸과 의지가 따라주지 않으니 박 씨는 답답하기만 하다. 

이처럼 기온이 점차 올라가고 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춘곤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춘곤증(春困症)은 계절 변화에 신체가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생기는 일시적인 생리적 부적응 상태로 나른함, 졸음, 피로감, 집중력 저하, 권태감, 식욕부진, 소화불량, 현기증 등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난다.

주로 2월 하순부터 4월 중순 사이에 이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조비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봄이 되면 상당수의 사람들이 춘곤증 증상을 호소한다”며 “피로로 인해 심각한 질환이 시작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지난 7~10일 직장인 56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90.6%가 춘공증을 겪은 경험이 있었으며, 전체 응답자의 55.6%는 업무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증상이 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20·30대 젊은층이 중년층보다 춘곤증을 경험한 비율이 많았다. 20대 직장인은 67.2%가, 30대는 66.7%가 춘곤증 때문에 업무에 지장을 받았다고 답변했다. 반면 40대는 50.3%, 50대는 43.1%에 그쳤다.

이들이 겪은 증상으로는 ‘몸이 나른해지면서 피곤하다’가 71.2%로 가장 많았으며 △시도때도 없이 졸음이 쏟아진다(21.0%) △업무나 일상에서 의욕이 없다 (5.3%) △소화가 제대로 안된다(1.8%) 등이 뒤를 이었다.

전체 직장인의 29.5%는 ‘춘곤증으로 봄철 업무능률이 저하된다’고 답변했다. 또 춘곤증 극복법으로는 ‘카페인 음료를 자주 마신다’가 44.8%로 가장 많았으며 △점심 때 낮잠을 잔다(30.7%) △틈나는대로 운동한다(17.8%) △월차를 내고 쉰다(2.1%) 등으로 나타났다.

현대의학은 춘곤증을 질병으로 분류하지는 않지만 대책없이 쏟아지는 졸음과 피로감은 업무·학습효율을 현저하게 떨어뜨리고 졸음운전 등으로 인한 대형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또 생활습관을 불규칙하게 만들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

춘곤증의 과학적인 발병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신체의 생리적 불균형, 스트레스, 활동량 변화, 영양 요구량 증가, 과음, 노화 등을 주원인으로 꼽고 있다.

인체의 신진대사는 추운 겨울철에 감소했다가 봄이 되면서 다시 활발해진다. 기온이 상승하면 말초혈관이 확장되고 긴장상태였던 근육이 이완되면서 피부의 온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사우나에 다녀온 것처럼 온몸이 나른해지고 졸음이 오게 된다.

또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야외활동 횟수가 많아지면 전체 에너지소비량이 증가하는데, 이 때 필요한 단백질·비타민·무기질 등 영양소가 부족할 경우 춘곤증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비타민은 봄에 필요한 섭취량이 겨울보다 약 3.5배나 많다는 연구결과가 나와있다.

수면부족도 춘곤증을 유발하는 요원인이다. 봄에는 겨울보다 해가 일찍 뜨기 때문에 밤잠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피로감과 나른함이 나타나게 된다.

체내 수면유도단백질인 ‘사이클린A 단백질’이 춘곤증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2012년 마이클 영 미국 록펠러대 교수팀은 초파리의 수천 개의 유전자를 분석해 겨울철에는 사이클린A 단백질의 양이 충분해 깊은 잠을 자는 시간이 길지만 봄이 되면 해당 단백질의 양이 줄어들어 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전문과학저널인 ‘사이언스’ 2012년 3월호에 게재됐다.

문제는 다른 질환으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을 춘곤증으로 오인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이다. 졸음이나 피로감 등이 최대 3주 이상 지속된다면 만성피로증후군, 결핵, 간염 등을 의심해야 한다. 또 춘곤증 증상과 함께 체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 당뇨병이나 암에 대한 검진을 받는 게 좋다.

만성피로증후군(Chronic Fatigue Syndrome)은 극심한 피로가 6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여러 증상이 동반되는 상태로 춘곤증으로 오해받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환자의 몸 상태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다른 질환과 달리 진단 기준이 매우 주관적이고 모호하다는 게 특징이다.

이 질환은 정신질환, 내분비 및 대사질환, 감염질환, 심장 및 폐질환, 수면장애, 기타 원인 불명 등으로 유발되는 만성피로와 구분해야 하기 때문에 진단이 쉽지 않다. 진단 후에는 항우울증제 장기복용, 부신피질 호르몬제 단기복용 등의 치료를 받게 된다. 추가적으로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히로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회복에 대한 비관적 태도를 교정받는다.

주요 증상으로 6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피로, 운동 후 극심한 피로, 수면장애, 두통, 근육통, 무력감, 수족냉증, 식은땀, 어지럼증 등이 나타난다. 한병덕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만성피로증후군은 일시적 피로와 달리 개인은 물론 가족의 삶의 질에도 악영향을 준다”며 “정확한 검진으로 숨어있는 질병이 없는지 확인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지속적으로 치료 및 관리를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춘곤증은 질병이 아닌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으로 생활습관 개선이나 영양분 섭취만으로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단백질과 비타민 B1·C가 풍부한 음식은 춘곤증 예방에 도움된다. 특히 두릅, 냉이, 부추, 취나물, 쑥, 풋마늘, 도라지, 더덕, 달래 등 봄나물은 비타민과 무기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한다.

다시마, 파래, 김, 미역 등 해죠류도 비타민과 미네랄 등이 풍부해 끼니 때마다 섭취하는 게 좋다. 김의중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해조류는 비타민이나 미네랄 등 영양소를 다량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춘곤증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된다”고 말했다.

비타민 B1·2·6·12 등은 견과류, 녹황색 채소, 도정하지 않은 곡식류 등에 다량 함유돼 있다. 피스타치오는 견과류 중 칼로리와 지방함량이 모두 낮고 단백질비타민칼슘식이섬유 등의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어 꾸준히 섭취할 경우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신선한 과일은 비타민C의 주요 공급원이다. 특히 블루베리는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10대 수퍼푸드’ 중 하나로 항상화능력이 뛰어나다. 신진대사를 활성화시키고 노화 및 심장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된다. 파파야는 중앙아메리카와 동남아시아 열대지방에서 재배되는 과일로 비타민B·C의 함유량이 풍부하다.
반대로 졸음을 쫓는다는 이유로 커피와 같은 카페인음료를 과도하게 마시면 이뇨작용으로 인한 탈수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지나친 흡연은 뇌 속 산소를 감소시켜 나른함을 더욱 심화시킨다.

규칙적인 생활습관, 하루 6~8시간의 충분한 수면, 적당한 운동은 춘곤증을 이겨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루에 필요한 영양소와 열량이 하루 세 끼 식사에 골고루 분배되도록 음식을 섭취하는 게 좋다. 또 아침을 거르면 점심과 저녁에 과식을 하게 되기 때문에 소화불량을 야기하고 춘곤증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체조, 걷기, 수영 등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하루에 40분 정도 하면 춘곤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된다.

최근에는 점진적인 유산소운동법이 춘곤증이나 만성피로증후군 개선에 도움된다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이 운동법은 주 5일, 매회 5~15분씩 최소 12주간 운동하고, 이후 매주 1~2분씩 운동시간을 늘려 최대 30분에 이르게 한다. 운동강도는 최대 산소소비량의 60%를 넘지 않아야 하고, 피로감이 심해질 경우 증상이 완화될 때까지 이전 단계 강도로 돌아가야 한다.
조 교수는 “춘곤증은 충분한 휴식과 운동만으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며 “이 같은 노력에도 피로가 계속될 때에는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숨어 있는 질병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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