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당뇨병, 심혈관질환, 콩팥병, 암 등의 발병률이 높아지자 혈액검사를 받기 위해 병·의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혈액검사는 단 한번의 채혈만으로 간·신장·심장 등의 기능을 점검하고, 각종 급·만성 질환의 유무를 판단한다. 또 자동혈구분석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검사의 신속성과 정확도가 우수하다. 검사결과도 빠르면 1~2시간내에 확인할 수 있어 환자의 편의성이 높다.
헤모글로빈(Hb)은 적혈구 안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물질로 혈액을 붉은색으로 보이게 해 혈색소로 불린다. 철 성분이 포함된 포르피린 고리에 단백질의 일종인 ‘글로빈’과 색소인 ‘햄(heme)’이 결합된 구조를 보이며, 적혈구 한 개당 약 300만개가 들어있다. 산소분압이 높은 폐 등에서는 산소와 결합하고 분압이 낮은 조직에서는 산소를 떼어내는 성질을 통해 인체 곳곳에 산소를 전달한다.
적혈구침강속도(ESR)는 혈액에서 적혈구가 얼마만큼 밑으로 가라앉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다양한 질환의 유무를 판단하는 데 유용하다. 응고방지제를 섞은 혈액을 눈금이 있는 시험관에 넣어 수직으로 세워두면 적혈구가 밑으로 가라앉으면서 침전물을 형성한다. 약 1시간 후 밑에 가라앉은 적혈구를 제외한 혈장의 높이를 측정하는데 남성은 적혈구 침전물을 제외한 혈장의 높이가 0~9㎜, 여성은 0~20㎜일 때 정상으로 본다.
ESR 수치가 정상보다 높으면 몸 안에서 염증이나 질환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암세포 등 악성종양, 세균성 간염, 백혈병·림프종 등 각종 혈액질환, 대장염복막염 등 위장관질환, 사구체신염 등 신장질환, 갑상선기능 저하, 화상 등의 요인으로 ESR 수치가 증가한다. 이 검사는 첨단장비가 필요없고 방법이 비교적 간단해 오래전부터 사용돼왔으며, 특정 질환이 아닌 다양한 비특이적 질환의 유무를 판단하는 데 유용하다.
혈소판(Platelet, PLT) 수치도 혈액검사에서 눈여겨봐야 할 지표다. 혈소판은 혈액내 존재하는 혈구의 일종으로 대부분 골수에서 생성되고 약 10일 뒤에 지라(비장)에서 파괴된다. 부착 및 응집과정을 통해 피를 멈추게 하는 지혈작용을 한다. 직경이 2~3㎛로 적혈구의 약 5분의 1 수준으로 작고, 적혈구 10~30개당 한 개가 관찰된다.
혈관이 손상돼 출혈이 발생하면 손상부위에 혈소판이 달라붙어 트롬빈 등 각종 화학물질을 분비하고, 이를 통해 혈소판끼리 응집하면서 출혈을 막는다. 이처럼 혈소판이 모여 응고된 것을 딱지라고 한다.
혈액 1㎣당 혈소판이 15만~40만개 관찰될 때 정상으로 본다. 혈소판 수가 정상보다 많다면 암, 만성 백혈병, 류마티스관절염, 심장병, 결핵, 만성 췌장염 등을 의심해볼 수 있다. 반대로 정상보다 낮을 때에는 바이러스 감염, 폐렴, 급성 백혈병, 알레르기 반응 등을 갖고 있을 위험이 높다. 또 평소 출혈이 잦다면 혈소판 수치가 정상보다 낮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혈액내 백혈구 수(WBC)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백혈구는 면역체계를 구성하는 세포로 바이러스 등 외부 감염물질로부터 몸을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주로 조혈모세포로부터 분화돼 생성되며 수명은 13~20일, 직경은 약 8~25㎛다. 호중구·호산구·호염구로 이뤄진 과립구, 단핵구, 림프구로 구성된다. 이 중 호중구가 60~70%, 림프구가 30~40% 가량을 차지한다.
호중구는 박테리아나 진균 등에 대한 방어기능과 모든 염증의 초기반응에, 호산구와 호염구는 알레르기 반응이나 기생충 감염 등에 관여한다. 단구는 대식세포로서 소화작용을 통해 외부 감염물질을 제거한다. 림프구는 B림프구와 T림프구로 구분된다. B림프구는 항체를 만들어 항원을 물리치는 체액성 면역에, T림프구는 직접 세포독성 물질을 분비해 항원을 물리치는 세포성 면역에 관여한다. 생리변화에 민감한 백혈구는 음식 섭취 후 10~15%, 근육운동 후 10~20% 증가하기 때문에 검사시 주의해야 한다.
백혈구 수는 혈액 1㎣ 당 4000~1만개일 때 정상으로 판정한다. 면역작용를 하는 백혈구 수가 정상 기준보다 높다는 것은 몸 속에서 염증이나 질환이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예컨대 정상보다 수치가 높다면 급성 맹장염, 편도선염, 홍역, 암 등 악성종양, 폐렴 등을 의심해볼 수 있다. 특히 백혈구 수가 10만개 이상인 경우 백혈병 위험이 높다.
반대로 백혈구 수가 정상 기준보다 적으면 면역력이 떨어져 질환에 쉽게 노출된다. 자가면역질환, 약물 복용, 방사선·항암치료 부작용, 재생불량성 빈혈 등은 백혈구 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특히 백혈구 수가 1000개 이하로 줄어들 경우 심각한 패혈증의 위험이 높아진다.
일반혈액검사의 비용은 병원마다 다르며 대략 2만~7만원 선이다. 여기에 간·신장 기능을 포함한 종합혈액검사와 암을 진단하는 종양표지자검사를 함께 받을 경우 12만~35만원이 소요된다.
평소 출혈이 잦거나, 와파린 등 항응고제를 복용하거나,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는 일반혈액검사 외에 혈액응고검사를 추가로 실시한다. 이 검사는 혈소판과 응고인자의 이상 여부를 진단한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프로트롬빈시간(PT)은 출혈 후 간에서 프로트롬빈이 형성될 때까지의 시간으로 환자의 혈장에 트롬보플라스틴, 칼슘이온, 인지질 등을 첨가한 후 덩어리가 생기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한다.
PT의 정상 수치는 12~15초다. 또 검사시약 따른 차이를 보정한 국제정상화비율(INR)에 따른 PT 정상 수치는 0.8~1.2다. 프로트롬빈은 혈액응고인자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단백질로 지혈작용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권영주 원장은 “최근 서구화된 식습관, 과도한 스트레스, 운동부족 등으로 각종 질환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어 정기적인 검사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며 “특히 당뇨병·성인병 등 만성질환, 흡연, 가족력 등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사람은 수시로 혈액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평소 편안한 마음으로 생활하고 고콜레스테롤·나트륨 음식과 음주량을 줄이는 게 좋다”며 “특히 흡연은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무조건 금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