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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 전 ‘그분이 오신다’는 느낌에 매번 괴롭다면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4-03-04 16:36:13
  • 수정 2014-03-07 11:4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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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임기 여성 2명 중 1명은 앓아 … 증상 천차만별, 생리 1주 전 가장 심각해

이제 고3이 되는 여고생 장모 씨(19)는 개학이 두렵다. 평소 생리통이 심하지 않지만 생리 직전엔 몸이 심하게 붓고 전반적으로 무기력해진다. 특히 공부해야 하는데 이겨낼 수 없는 수준으로 잠이 쏟아져 정신을 차려보면 잠들어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작년에 담임선생님은 ‘한달에 한번 너무 유난떠는 것 아니냐’고 비꼬기도 했다. 남자 선생님이라 이해하진 못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괜히 속이 상했다. 다행히 여고에 다니는 덕분에 친구들은 이해해주는 분위기다. 올해는 고3이 되는 만큼 컨디션 관리를 위해 용기를 내 산부인과를 방문해 볼 계획이다. 

한달에 한번, 여성은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그분’이 오실 때마다 예민해지거나 남모를 고통에 힘겨워하기도 한다. 가벼운 복통부터 심하면 충동조절장애 증상까지 나타난다.

지난해 6월 의류 매장에서 30만 원 상당의 옷을 훔쳐 절도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그룹 가비엔제이 멤버 노시현 씨도 ‘생리전증후군’(premenstrual syndrome, PMS)을 탓했다. 할리우드 여배우 위노나 라이더도 2001년 미국의 한 유명 백화점에서 고가의 디자이너 의상을 훔쳤고, 같은 증상이 거론되기도 했다.

PMS는 가임기 여성 2명 중 1명이 겪고 있을 정도로 흔하다. 이 중 5~10%는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증세가 심각하다. 생리가 있기 4∼10일 전부터 각종 신체적·정신적 이상 증상들이 나타났다가 생리의 시작과 함께 호전된다.

가슴 통증 및 팽만감, 복통, 관절통, 근육통, 부종, 체중증가, 여드름, 변비, 설사, 졸음 등이 나타나기 쉽다. 사람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이 천차만별이며, 대개 어머니가 가졌던 증상을 딸이 비슷하게 이어간다. 정신적인 증상으로는 우울증, 피로, 신경과민, 도벽, 충동성, 집중력 상실, 기억력 및 인지력 장애 등을 꼽을 수 있다.

김미경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과장은 “정확인 원인과 기전은 확실하지 않다”며 “PMS는 몸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호르몬의 변화 때문에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는 게 통상적이나 사회적, 문화적, 생물학적, 심리적 요인들이 모두 관련돼 나타난다”고 말했다.

최근 에리카 팀비 스웨덴 노를란드 대학병원 여성클리닉 연구팀은 PMS를 이해하는 데 돌파구를 여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PMS는 신체가 프로게스테론의 대사산물인  ‘알로프레그내놀론(allopregnanolone)’이란 호르몬에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문제의 호르몬은 배란 후, 임신 중, 생리주기 변화시 등에 분비된다.

심각한 생리전증후군을 겪는 여성은 생리 전에 이 호르몬에 고도로 민감해지고 생리 직후에 둔감해진다. 이는 생리로 인한 해당 호르몬 수준의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팀비 박사는 여성들에게 알로프레그내놀론을 투여, 임신 중에 나타나는 혈중농도 수준에 이르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들의 눈동자 움직임이 느려진다든지, 피로감이 심해진다든지 하는 현상을 관찰해 이 호르몬의 피로유발 효과에 대해 증명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PMS라고 해서 도벽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김미경 과장은 “PMS가 있다고 해서 바로 도벽 증상으로 나타난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며 “PMS가 지속적으로 나타났다는 병력을 갖고 있거나, 생리전증후군보다 심한 ‘월경전불쾌장애’(PMDD, Premenstrual Dysphoric Disorder)가 있으면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PMDD는 PMS를 겪는 여성의 3% 정도에서 나타난다. 생리가 시작되기 전에 심각한 우울감, 신경과민, 긴장 등이 주요 증상이다. 일반적인 PMS 증상에 비해 훨씬 무겁다. 심지어는 자살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우울증 병력이 없는 여성에서도 PMDD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은 대개 배란이 시작되며 심해지며, 생리 시작 1주 전 가장 심각하고 생리가 시작되며 사라진다.

생리 직전 △슬프거나 절망적인 느낌, 죽고 싶은 마음 △긴장감 혹은 불안감 △공황발작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면서 눈물을 흘림 △지속적인 신경과민 혹은 타인을 향한 분노 △일상적인 활동 및 대인관계에 무관심 △집중력 저하 △피로감 및 무기력감 △식탐 및 폭식 △수면장애 △감정조절장애 △PMS때 동반되는 신체증상 등 5가지 이상이 나타난다면 PMDD를 의심해 볼 수 있다.

다만 생리전증후군 증상이나 병력이 없다면 단순한 스트레스나 우울 증세로 인한 도벽으로 볼 수 있어, 충동조절장애 중 하나인 병적 도벽을 갖고 있었는지 정신과적 상담 및 검사를 통해 감별할 필요가 있다.

PMS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병력 청취’다. 의사는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 중 가장 주된 증상은 무엇인지, 호소하는 증상이 환자의 월경주기 어느 시점에서 시작돼 얼마간 지속되다가 언제 사라지는지, 어떤 증상이 환자의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로 심각한지, 호소하는 증상들 중 월경주기와 무관하게 나타나는 것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월경 전에 나타나는 각 증상 목록에 대해서 증상의 정도를 기입하는 설문지 평가 도구를 활용한다.

이후 골반진찰을 포함한 신체진찰을 시행하며, 간혹 감별진단을 위해 방사선 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일반혈액검사, 갑상선기능검사, 난포자극호르몬(FSH)검사 등이 추가되기도 한다.

김미경 과장은 “환자는 매일 월경주기표에 자신의 증상을 기록해 보는 게 좋다”며 “증상을 기록하면 자신에게 나타나는 증상이 PMS로 인한 것임을 알고 안심할 수 있어 스트레스를 스스로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PMS를 예방 및 증상 완화시키려면 소금·알코올·카페인·정제된 탄수화물 섭취를 줄여 식습관을 교정한다. 소금 섭취를 줄이면 부종을 확연히 개선할 수 있다. 알코올이나 카페인을 삼가야 불안과 예민함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된다. 평소 정제된 탄수화물을 절제하되 우울 및 분노가 심하다면 적정량의 탄수화물 음료를 섭취하면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중등도 유산소운동을 1주일에 3회 이상 규칙적으로 실시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운동은 우울의 증상을 개선시키며 수분저류 및 부종에도 효과적이다.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은 인지적 행동치료와 이완요법을 받아보는 게 좋다.

정확한 기전을 모르지만 칼슘과 마그네슘을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비타민 B6와 비타민 E도 효과적이다. 비타민, 미네랄과 더불어 널리 이용돼 온 게 달맞이꽃에서 추출한 종유이다. 다만 명확한 효과가 입증되지는 못한 상태다.
칼슘의 경우 하루에 1000㎎ 내외, 마그네슘은 황체기에만 하루 360~400㎎ 정도 섭취한다.  비타민B군은 하루 100㎎ 정도 챙기면 좋다.

PMS가 심하면 약물을 이용해 치료하기도 한다. 비스테로이드 항염증약(NSAIDs, 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s)과 도파민촉진제인 브로모크립틴(bromocriptine)을 황체기에만 쓸 수 있다. 이밖에 몸이 많이 부으면 이뇨제인 스피로노락톤(Spironololactone)을 사용하기도 한다. 심하면 배란 억제제를 투여해 증상을 개선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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