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율리 인제대 교수, 분자생물학적 연구로 규명 … 체질량지수와는 반비례
김율리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다양한 사회적 행동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진 옥시토신수용체(OXTR)가 거식증과 관련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율리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김정현 인당분자생물학연구소 교수팀은 거식증과 옥시토신수용체와의 관련성을 입증, 거식증 진단 및 치료가능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연구교류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영국 킹스칼리지 연구팀이 함께 참여했다. 연구결과는 지난 11일 온라인 과학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소개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거식증 환자는 옥시토신수용체 유전자의 메칠화(methylation) 수준이 정상인보다 높았다. 또 메칠화 수준은 체질량지수(BMI)와 반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칠화는 DNA 구성물질인 염기에 메칠잔기(methyl group)가 결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메칠화 수준은 어떤 환경에 노출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기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옥시토신수용체는 옥시토신과 결합해 신호를 세포내로 전달하는 수용체 단백질이다. 옥시토신은 자궁수축호르몬인 동시에 뇌에서 다양한 사회적 행동을 조절하는 신경호르몬(neurohormone)으로 작용한다.
이 수용체의 정보를 담고 있는 유전자의 유전자형(genotype)은 공감능력이나 사회성 같은 사회적 행동을 조절한다. 지금까지 옥시토신수용체와 자폐증의 관계를 입증하는 연구는 있었지만 다른 질환과의 연관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거식증(Anorexia nervosa, 신경성 식욕부진)은 대표적인 섭식장애로 살을 빼려는 지속적인 행동, 체중감소, 음식 및 체중과 연관된 부적절한 집착, 음식을 다루는 기이한 행동, 살이 찌는 것에 대한 강한 두려움, 무월경 등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난다.
발병원인으로는 시상하부·뇌하수체 이상, 날씬함을 강조하는 사회적 풍토, 어머니로부터의 심리적 독립 등이 꼽힌다. 예후가 좋지 않아 사망이나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연구팀은 거식증에서 유전과 환경간 상호작용을 규명하고 치료법을 개발하는 후속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거식증을 분자생물학적으로 더욱 정확하게 진단하게 될 것”이라며 “새 치료법의 개발 가능성도 한층 높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