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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멘탈 최강자 김연아의 강심장은 어디서 왔을까
  • 정종호 기자
  • 등록 2014-02-21 12:20:32
  • 수정 2014-02-25 11:5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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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고난 자질과 맹연습 통해 몸에 밴 ‘루틴’이 자산 … ‘인지의 재구성’ 통해 ‘예기불안’ 떨쳐야

김연아가 21일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피겨 경기에서 성공적인 마무리를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오랜 연습을 통해 ‘자신을 믿는 확신’이 강고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심판들의 객관성을 잃은 판정으로 사실상 금메달은 도둑맞은 피겨퀸 김연아(23)는 21일 인터뷰에서도 담대한 모습을 보여줘 국민들의 아쉬운 마음이 ‘한층 성숙해진 연아의 마지막 모습’을 보는 것으로 오히려 뿌듯해지는 감동을 연출했다.
김연아는 경기를 마친 후 가진 인터뷰에서 “쇼트프로그램에 이어서 오늘도 실수가 없었기 때문에 너무나 성공적인 무대였다. 노력한만큼 잘 보여드린 것 같다. 할 수 있는건 다 했기 때문에 만족스럽다”며 평정심을 잃지 않는 굳건함을 보였다.
그는 “그동안 힘든 압박감을 어떻게 이겼느냐”는 질문에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망설이더니 “특별한 비결은 없다. 타고난 재능도 있었고, 노력도 했고, 운도 좋았다. 여러가지가 합쳐져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답했다.

7살때 처음 스케이트를 타 17년의 공식 피겨스케이팅 선수를 은퇴한 김연아는 4년전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일 국가대항전과 동갑내기 라이벌전으로 부각되던 일본 아사다 마오 선수와의 대결에서 한국인으로 처음으로,그것도 역대 최고점으로 금메달을 땄다. 당시 온국민의 지나친 기대에 주눅이 들어 실수하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김연아는 일반인이 범접못할‘강심장’으로 마음의 동요를 이겨내고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김연아는 메달 색깔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경기에 즐기겠다고 하지만 ‘은근히 실수를 바라는’ 러시아 관중의 시선, 심판진의 공정한 평가를 기대할 수 없음, 여전히 금메달을 따고 싶은 내면의 욕구를 극복하고 실수없는(clean) 게임으로 금메달 뺨치는 은메달을 딴 데에 전세계인이 경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스포츠선수들은 경기에 앞서 미리 부정적인 상황을 가정해 낭패를 보는‘예기불안에 빠지는 경우가 적잖다. 부담감을 동반한 예기불안은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게 만든다. 실제로 몇번 큰 경기에서 나쁜 성적으로 떨어지면 죄책감을 느껴 장기간 후유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기도 한다.
강심장이란 결국 예기불안을 떨치고 놀라운 집중력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는 역량을 말한다. 강심장은 자질(trait)과 상황(state)에 의해 좌우된다. 즉 타고 나기도 하고 훈련에 의해 강화되기도 한다. 김연아 선수나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는 자질면에서 확실히 탁월한 집중력을 타고 난 강심장이다.

상당수 선수들은 큰 경기에서 갑자기 불어난 관중이나 가족의 관전, 예전보다 급작스럽게 기량이 향상된 상대방, 불공평한 심판진 구성, 언론매체의 보도내용, 부상이나 감기 등 신체적 조건, 불안·긴장·동요 등 심리적 컨디션 등 상황적인 요소에 떨게 된다.
이에 동요하지 않는 강심장은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길러진다. 이는 부모로부터 시작된다. 부모 스스로 크고 작은 변화에 민감하고 동요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자녀도 불안감에 쉽게 노출된다. 또 어려서부터 부모로부터 적절한 칭찬과 견제를 받고 자라야 한다. 아이가 주어진 과제를 훌륭하게 수행했는데 부모의 칭찬이 부족하거나 무관심한 경우, 반대로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는데도 나무라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에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형성되기 어렵다. 아울러 스포츠선수라면 코칭스태프를 절대적으로 신뢰해야 우수한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선수들은 상황적 요인을 이겨내기 위해 많은 훈련을 한다. 한국 LPGA 골퍼의 맏언니인 박세리는 담력을 키우기 위해 중고생 시절 밤 중에 공동묘지를 가는 훈련을 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이보다 더 극한 훈련으로 담력을 키운다해도 실제 경기력이 향상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한마디로 상관관계가 없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양궁 선수들이 소음 속에서 화살을 날리는 훈련을 한 것도 상황에 적응하는 것이지 강심장을 만드는 것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다.

강심장은 예기불안을 떨치고 침착하게 제 성적을 올리는 게 핵심이기 때문이다. 선수라면 준준결승전에서는 5만큼 떨리고, 준결승전에는 7만큼 떨리고, 결승전에서는 10만큼 요동칠 것이다. 이럴 때 선수는 떨림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불안 수준에 맞는 나름대로의 해소책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를 잘 하는 선수가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다. 스포츠 경기에서 강심장을 유지하는데 자질적 요소와 상황적 요인이 둘 다 중요하겠지만 아무래도 경기 결과는 후자에 의해 더 크게 좌우되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스포츠 경기에는 선공이 유리하다. 김연아가 20일 쇼트 게임에 이어 21일 프리스타일 게임에서 자기보다 앞선 순서로 나와 ‘비교적 클린한’ 연기를 펼친 러시아 아델리아 소트니코바 선수의 선전에도 흔들리지 않고 제기량을 발휘한 것은 이성과 감정을 분리해내는 힘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스포츠선수의 기억은 코치의 지침과 같은 외재적인 기억과 자기 몸에 박혀서 저절로 연출돼야 하는 내재적 기억으로 나눌 수 있다. 스포츠는 외재적 기억을 내재적 기억으로 승화시켜 몸으로 표출하는 경쟁이다. 0.5초만 연기의 흐름이 흔들려도 엉망이 되기 쉬운 피겨 경기에서 만약 김연아가 내재적 기억을 자연스럽게 표현하지 못했다면 아무런 메달도 따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김연아는 20일 쇼트 프로그램에서 경기 전 극도의 긴장감을 이겨내는 괴력을 보였다. 연아는 게임 직전 링크에서 점프연습이 제대로 안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은 쇼트에서 1위를 했다. 그는 쇼프 프로그램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오늘 웜업에서 어떤 이유에선지 모르겠지만 다리가 움직이질 않았어요. 많이 긴장해서 점프를 제대로 뛰지 못하고, 프로그램 직전까지도 점프에 대한 자신감이 하나도 없었는데 그냥 연습 때 했던 거 하고 뭐가 다르겠냐, 그냥 믿고 하자 했더니 다행히 잘 마무리를 지은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연습할 때 늘 쇼트 프로그램을 클린하게 연기했기에 ‘내 몸을 믿고 지금까지 훈련했던 대로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빙판 위에 나섰다”고 밝혔다.
타고난 기질과 훈련으로 몸에 밴 루틴이 이같은 강심장이 경기력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골프에도 ‘입스(Yips)증후군’이란 게 있다.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돌발적 근육경련 현상을 말하며, 골프에서 퍼트할 때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호흡이 빨라지며 손에 가벼운 경련이 일어나는 것을 이른다. 이 증후군에 빠지면 심지어 유명 프로골퍼조차도 티 앞에서 어떻게 스윙할 지 모를 정도로 눈앞이 캄캄하게 된다고 한다. 골프 선수뿐만 아니라 모든 운동선수에게 발생할 수 있는 증후군이다.
시합 당일날 20일 김연아 선수처럼 갑작스럽게 입스가 왔다면 ‘평소 연습했던대로, 몸이 반응하는대로’ 하는 게 상책이다.

일반인도 예외가 아니다. 경영자가 입스증후군에 빠지면 우유부단해진다. 그동안 회사를 잘 키웠어도 한번 입스증후군에 걸리면 급작스럽게 소심해지고 중요한 결정을 미루다 손해를 보거나 실패한다. 남편은 의사결정을 아내에 의존하는 ‘와이프보이’가 되기 십상이다.
이럴 경우에는 타고난 직관력을 믿고 하던대로 해야 한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짜장면이 좋을까, 짬뽕을 시킬까’하는 사소한 차이라면 기회비용에 지나치게 신경쓰지 말고 지르는 게 입스에서 헤어나오는 방법”이라며 “사업이 커지면서 완벽주의, 강박주의가 눈을 멀게 한다”고 말했다. 선택에 과민하기보다는 일단 선택한 것에 매진하는 게 더 바람직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다만 정작 중요한 일은 급작스럽게 정해버리는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면 확신이 설 때까지 결정을 미루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연아의 나름 성공적인 은퇴에서 일반인도 강심장을 키우는 방법을 훈련할 수 있다. 면접시험이나 회사 프리젠테이션, 방송출연이나 대중강연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인지(schema)의 재구성’을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동요되지 않는 힘을 길러야 한다.
먼저 감정과 이성을 분리할 줄 알아야 한다. 우선 어떤 실수나 언행을 하면 남이 비난하지 않을까 너무 염려하지 말아야 한다. 만약의 경우에 어떻게 대비할지 미리 염두에 두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 둘째 대중 앞에서 떨리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떨리는 것을 거부하기보다는 받아들이고 이를 줄일 방법을 모색한다.  셋째 미리 많은 것에 대비한다. 준비 앞에는 장사가 없다. 넷째 감정과 이성의 동요에 대한 조절을 믿을 수 있는 객관적인 사람(멘토나 코치 등)에게 의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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