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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금벅지로 ‘허벅지 열풍’에 빠진 대한민국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4-02-18 17:03:31
  • 수정 2014-02-24 11:5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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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벅지 굵기는 건강의 척도 … 하체 탄탄해야 당뇨병 등 성인병 막고 장수가능성 높아져

빙상 금메달리스트 이상화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금벅지’는 단지 스포츠경쟁뿐만 아니라 당뇨병 예방 등 건강관리에서도 유용하다.

최근 동계올림픽의 히로인 빙속여제 이상화 선수(26)의 ‘금벅지’로 허벅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인의 80%가 ‘마른 체형’을 선호한다는 설문조사에서 보듯 남녀를 불구하고 한동안 무조건 깡마른 일자다리가 선호됐지만 언제부턴가 ‘꿀벅지’가 인기 키워드로 슬슬 떠오르더니 허벅지에 대한 왠지 모를 ‘묘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그 영향으로 하체를 단련하는 근력운동인 ‘스쿼트’에 대한 관심도 이상하게 높아지는 추세다.

폭발적인 파워로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아시아 최초로 2연패를 달성한 이 선수가 기록을 달성하게 된 비결은 ‘하체 힘’이다. 그의 허벅지 둘레는 60㎝(23인치)로 이른바 44사이즈 여성의 허리사이즈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상화 선수의 허벅지는 2009년 57㎝였으나 2012년 60㎝로 3㎝ 늘어났다. 그렇지만 체중은 4㎏가량 줄었다. 그는 허벅지근육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 여름 내내 평지와 오르막길로만 구성된 산악 코스 8㎞를 사이클을 타고 달렸다. 과거엔 10㎏ 무게의 타이어를 자전거 뒤에 매달고 20㎞ 평지를 달리기도 했다. 특히 이상화 선수의 스쿼트(squat)는 태릉선수촌에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어지간한 남자선수들보다 무거운 170㎏중량 바벨을 어깨에 메고 하체훈련을 한다. 순간적인 파워를 내기 위해 철저히 준비한다.

스케이팅은 스케이트의 얇은 날 위에 체중을 싣고 달리는 만큼 갑자기 멈추거나 코너를 돌 때 발목이나 무릎에 힘이 많이 전달돼 발목염좌나 무릎연골손상 등 부상 위험이 높다. 특히 코너를 돌 때엔 체중의 4~5배에 달하는 무게가 한쪽 다리에만 집중돼 무릎연골 부상 위험이 높다. 이때 몸의 균형을 잡아주며 스피드를 내는 원동력은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이다.

권용진 일산하이병원 관절센터 소장은 “엉덩이근육은 상반신·하반신을 연결하는 중요한 부위”라며 “몸의 균형을 잡아주고, 특히 탄탄한 허벅지근육은 폭발적인 추진력을 지속 가능케 한다”고 설명했다.

운동선수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근력을 키워 하체근육을 튼튼하게 하면 전반적인 건강관리는 물론 고혈압, 당뇨병, 요통, 관절통, 골절 등을 예방할 수 있다. 하체근육은 장골(대퇴골)과 경골(앞쪽 정강이뼈),비골(경골 외측의 보조뼈),무릎관절을 감싸며 보행을 관장한다.

권용진 소장은 “허벅지근육은 인체 근육 가운데 가장 크다”며 “하체근육량은 상체의 3배를 넘는 만큼 전체적인 근육량을 늘리려면 하체근력을 중요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허벅지근육 등 하체근육은 건강과 직결된 부위다. 허벅지가 길고 굵은 사람은 당뇨병에 노출될 확률이 적다. 게이코 아사오 미국 존스홉킨스대 박사팀은 “허벅지가 상대적으로 긴 사람들은 짧은 사람보다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적다”는 내용을 2003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연구팀은 “태아 때 엄마의 자궁환경이나 어린시절의 영양 섭취 문제는 다리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성인이 되었을 때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과 연관된다”고 추정했다.

또 허벅지 둘레가 가늘수록 요절하거나 심장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도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병원 연구팀은 1980년대 말 신체검사를 받은 남성 1436명과 여성 1380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허벅지 둘레가 60㎝가 안 되는 사람은 12년 안에 숨질 가능성이 60㎝ 이상인 사람보다 높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허벅지 둘레 48㎝ 미만인 사람은 60㎝인 사람보다 12년 안에 사망할 가능성이 두 배나 높다. 

미국 아이오와대 닐 시걸 박사 연구팀도 여성의 튼튼한 허벅지근육은 무릎골관절염의 통증을 줄인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연구팀은 50~79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2년 6개월간 조사한 결과 근력이 강하다고 해서 골관절염이 줄지는 않았지만 통증은 완화됐다. 골관절염 통증으로 고통받는 여성은 허벅지강화운동을 적극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근육은 질병과 건강한 삶에 다양한 영향을 끼친다. 근육은 태어나면서 급속히 발달해 30대 남성은 체중의 약 40~45%, 여성은 약 35~40%를 차지한다. 근육량은 25~30세에 최고에 달했다가 40세 무렵부터 확 줄어든다. 특히 근육, 복근, 엉덩이근육, 넓적다리·허벅지근육 등 큰 근육부터 눈에 띄게 감소한다. 노인의 엉덩이가 쭈글쭈글하고 근육이 거의 없어 뼈가 잡힐 정도로 보이는 이유다.

특히 근육은 속근(速筋)과 지근(遲筋) 두가지로 나뉜다. 속근은 빨리 움직이도록 돕는 순발력근육이며, 지근은 느리지만 오래 작동하는 지구력근육이다. 이상화 선수의 허벅지는 80%가 속근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근육은 굵은 실 같은 섬유다발이 수백개 모여 이뤄지는데 속근 섬유는 수축이 빠르고 힘이 좋다. 쥐었다 피었다 반복하는 게 쉽다.
지근은 힘차지는 않지만 오래 버틴다. 몸의 자세를 유지하는 곳에 많이 쌓인다. 속근·지근 비율은 인종에 따라 선천적으로 정해진다. 아시아인은 대개 50대50이며 흑인은 유난히 속근 비율이 높다. 속근은 고강도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발달시킬 수 있으며, 지근은 유산소운동이 제격이다.

일본 근육운동 전문의로 손꼽히는 다케우치 마사노리 원장(오키나와 다케우치 정형외과)은 “근육량은 30세쯤 정점에 달하고 40세 이후 해마다 1%씩 감소해 평균 수명에 해당하는 80세가 되면 절반으로 줄어든다”며 “활기차고 건강한 노년을 보내려면 늦어도 40대부터는 근육운동을 시작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중장년층에 돌입하면 엉덩이 부위인 큰볼기근(대둔근)과 허벅지(넓적다리) 뒤쪽의 햄스트링(슬굴곡근 또는 대퇴굴근) 근육량이 크게 떨어진다.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종종 낙상한 뒤 대퇴골 경부 골절을 겪는 것도 큰볼기근과 햄스트링근육이 약하기 때문이다. 발달된 큰볼기근과 햄스트링근육은 자기 몸을 지탱하고 넘어지려고 할 때 균형을 잡기 수월하도록 돕는다.

단순히 노화뿐만 아니라 서구식 생활방식도 근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근력은 운동을 통해 평소 쓰지 않는 근육을 단련해야 좋아진다. 권용진 소장은 “생활방식 변화로 침대·의자·식탁을 사용하게 되면서 엉덩이근육을 쓸 일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며 “최근 늘어나는 고관절질환은 고관절 자체가 아니라 엉덩이근육이 줄어들어 빚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럴 경우 근력운동을 통해 하체근육량을 늘리는 게 도움이 된다. 운동은 무리하게 하는 것보다 원래 체력의 60% 이내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체근육 중 대퇴사두근은 말 그대로 근육이 4갈래로 팔뚝의 이두·삼두근보다 더 굵다. 대퇴직근(전면), 비측광근(외측), 중간광근(가운데로 만져지지 않음), 경측광근(내측)등으로 구성되며 앉았다 일어설 때 주로 쓰이는 근육이다. 따라서 대퇴사두근 단련에는 스쿼트(squat, 어깨 너비로 발을 벌리고 서서 발끝이 약간 바깥쪽을 향하도록 한 뒤, 무릎이 발끝보다 앞으로 나오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허벅지와 수평이 될 때까지 앉았다 일어서는 동작)만한 게 없다.

엉덩이근육은 중둔근, 대둔군, 소둔군으로 나뉘며 런지(lunge, 한쪽 발을 뒤쪽으로 뻗은 상태에서, 다른 쪽 발을 앞으로 내밀고 무릎을 굽혀 몸을 앞쪽으로 움직임) 동작을 취하거나 여기에 걷기를 가미한 ‘워킹 런지’가 도움이 된다. 워킹 런지는 런지 자세를 유지하며 계속 걸어나가는 운동이다. 엉덩이 쪽에 큰 자극을 느낄 수 있는 운동이다.

허벅지 뒤쪽의 햄스트링근육은 야구, 축구, 농구 등 방향전환이 심한 운동을 하는 선수에서 부상이 잦은 부위다. 엎드려 다리로 중량 들어올리는 레그 컬(leg curl)로 강화한다.

장딴지근육(비복근), 가자미근(종아리근육, 장딴지밑의 발꿈치를 들어올리는 근육), 아킬레스건(비복근과 가자미근을 발뒤꿈치에 연결시키는 강건한 힘줄)은 비스듬히 누워서 발로 중량 밀어올리기(머신 캐프 레이즈, Leg Press Machine Calf Raise) 등으로 단련한다.

근력운동은 운동의 종류보다 강도가 더 중요하다. 스포츠생리학자들은 운동강도는 1분 동안 맥박수로 측정하는데, 160에서 본인 나이를 뺀(160-나이) 숫자가 적절하다. 예를 들어 나이가 50세이면 분당 110회 이내로 맥박이 뛰도록 운동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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