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틱낫한 스님 건강법으로 화제 … 해독·치아건강개선 관련 과학적 입증 덜되고 ‘폐렴’ 유발할 수도
오일풀링은 인기 디톡스요법으로 알려져있지만 아직까지 건강에 도움된다는 확실한 연구 결과는 없어 주의해야 한다.
직장인 배 모씨(27·여)는 2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건강이 악화되는 느낌을 받아 왔다. 여느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만성피로처럼 대수롭지 않은 ‘건강상 문제’라 여기기엔 정도가 너무 심했다. 직장생활 외에 다른 활동은 생각하지도 못할 만큼 피로감이 쌓이고, 아침 회의에서도 꾸벅꾸벅 졸기 일쑤였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헬스클럽에 다녀보기도 했지만 피로감이 해소되기는커녕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져 그마저도 곧 그만뒀다. 그러다 한달 전 인터넷을 검색하다 알게 된 ‘오일풀링’에 매력을 느끼고 꾸준히 시행하고 있다.
오일풀링(Oil Pulling Therapy)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등 공복상태에서 한숟가락 정도 올리브유, 들깨기름, 코코넛오일 등 기름을 입에 머금고 10~15분간 입안에서 굴려주다 뱉어내는 일종의 디톡스 요법이다.
국내서는 2년여전부터 베트남 출신의 세계적인 평화운동가 틱낫한 스님의 건강법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방송인 전혜빈 씨의 미용법으로도 알려져 적잖은 여성들이 따라했다.
이를 시행하면 오일이 입속 노폐물과 세균을 씻어내면서 침샘과 점막의 독소까지 청소해낸다고 알려져 있다. 잠자는 동안 독소들은 입안의 점막으로 나오는데, 몸의 독소 80%가 기름에 녹는 지용성이라 기름으로 입안을 헹궈 독소를 기름 속에 가둬 뱉어낸다는 원리다.
이를 꾸준히 시행하면 입속으로 침투한 세균·독소를 방어하느라 약해진 면역력을 키워 당뇨병, 고혈압, 관절염, 피부병 등 만성 난치병까지 인체가 스스로 치유할 수 있다고 소개되기도 했다.
사용되는 기름은 주로 올리브오일, 해바라기씨오일, 참기름 등이다. 특히 올리브오일은 신체를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데 중요한 필수지방산이 다량 함유돼 있고, 올레인산(65%) 팔미트올레인산 같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다.
이를 경험한 이들은 ‘치아가 하얘졌다’, ‘구내염이 사라졌다’, ‘얼굴 부기가 빠져 젊어졌다’, ‘수년 앓던 모공각화증이 사라졌다’, ‘두통이 없어졌다’ 등 각종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서도 인기에 힘입어 미국 대체의학 전문가가 쓴 관련 도서가 최근 출간되기도 했다.
배 씨는 “오일풀링은 운동과 달리 따로 시간을 낼 필요가 없고, 간단히 가글하는 것만으로도 건강이 증진되는 느낌을 받는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전세계적으로 ‘비움’과 ‘디톡스’가 하나의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오일풀링의 인기도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기자가 실제로 체험해보니 오일을 머금는 것 자체는 별로 역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다만 올리브오일을 입에 넣고 15분 동안 뱉어내지 못하는 게 더 고역이었다. ‘15분이 언제 가나’ 싶을 정도로 지루해 TV뉴스를 보면서 가글해야 했다. 입속에서 오일을 굴리는 내내 얼굴근육이 자극돼 ‘오래 하면 얼굴살이 빠지는 효과가 있긴 하겠다’ 싶었다. 오일을 뱉어내니 기존 미끈한 기름이 아닌 하얀 물같은 액체로 변했다. 특별히 개운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지만 평소보다 양치를 하고 난 뒤의 상쾌함이 오래갔다.
오일풀링은 기본적으로 ‘치아건강’을 지키기 위한 방법이다. 고대 인도의 아유르베다 경전에서 치아건강을 개선하고 만성질환에도 효과가 있다고 언급돼 있다. 인도에서 출간한 몇 편의 논문에서도 “치아건강에 다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국내 치과계는 이 부분에 대해 ‘아직까진 확실히 증명된 바는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서는 아직 이렇다 할 관련 연구가 없는 실정이다. 굳이 오일풀링을 하기보다 정기적인 스케일링과 치아관리에 힘쓰는 게 현실적으로 더욱 도움이 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오히려 김재열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10일 오일풀링이 흡인성 폐렴을 유발할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김 교수는 2년 전 6개월 사이에 4번이나 폐렴에 걸린 56세 여성 환자를 진료하게 됐다. 처음과 두번째 폐렴까지는 흔하게 재발할 수 있다고 여겼지만, 이후 세번째 폐렴이 한 달 뒤에 또다시 발생하자 ‘의외의 경우’로 판단, 기관지내시경 및 면역검사를 시행했다.
하지만 환자에게 특별한 이상소견은 없었고, 혈압약 외에 특별히 다른 약을 복용하는 것도 아니었다. 흡인성 폐렴을 일으킬 수 있는 스쿠알렌 등을 먹는 것도 아니었다.
김 교수는 환자가 네번째 폐렴으로 입원했을 때, 처음으로 돌아가 철저하게 평소의 건강요법 및 생활습관에 대해 체크했다. 그 결과, 환자가 처음 입원하기 2주 전부터 오일풀링을 시행하는 것을 알게 됐다. 김 교수는 “환자는 평소 오일풀링을 하던 중 입 안에서 여러 균들을 머금고 있던 기름의 일부가 목 뒤로 넘어가면서 후두와 기관지를 거쳐 폐로 스며들어가면서 반복적으로 염증이 발생, 폐렴이 유발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환자는 입원중에는 오일풀링을 중단했다가 퇴원하면 ‘어쩌면 병원에서 얻었을지도 모르는 독소와 병균(?)을 없애기 위해’ 더욱 열심히 오일풀링을 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세균이 섞인 오일이 흡인돼 6개월간 4번의 폐렴이 발생한 것이다. 김 교수는 즉시 오일풀링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고, 환자는 그의 말에 따라 오일풀링을 그만둔 2년이 지난 지금까지 폐렴 재발이 없다.
김재열 교수는 “오일풀링은 아직 과학적으로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으며, 이번 사례처럼 반복적인 흡인성 폐렴을 유발하기도 해 노인의 경우 늑막염·뇌수막염·패혈증 등 합병증으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교수의 논문은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 저널인 ‘국제 결핵 및 폐질환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Tuberculosis and Lung Diseases) 2014년 2월호에 ‘오일 풀링과 연관되어 발생한 반복적인 흡인성 폐렴(Recurrent lipoid pneumonia associated with oil pulling)’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