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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수술 전 당연하게 여긴 ‘수면마취’, 까딱하면 뇌사·사망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4-01-20 16:29:35
  • 수정 2014-01-23 17:3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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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다용량투여나 특이체질, 무호흡증 유발 위험 … 모든 마취 통틀어 1만3000분의 1 사망위험

마취과 전문의 상주, 기도 확보시스템 구축, 2·3차 의료기관 응급후송 등은 마취사고 예방에 필수적인 3대 요소로 꼽힌다.

지난해 대입을 앞두고 처음 쌍꺼풀수술을 받은 양 모씨(21·여)는 아직도 수술받던 날만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수면마취로 수술이 진행된 게 화근이었다. 당시 수술실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수술이 끝날 무렵 ‘좋아하는 노래가 나온다’며 노래를 따라 부른 것이다. 의료스태프들은 웃음을 참기 어려웠지만, 성형결과를 위해 진지한 모습을 되찾아야 했다. 집도의는 ‘이제 노래를 그만 불러달라’고 부탁했지만 양 씨는 ‘내가 좋아서 부르는 노래를 왜 부르지 못하게 하느냐’고 서러워했다고 한다. 노래를 멈추지 않는 그의 모습에 결국 집도의는 양 씨를 진정시키고 나서야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김 모씨(22·여)도 비슷한 경험에 낯뜨거운 기억이 있다. 간호사들이 ‘수술 전 화장실에 다녀오라’는 말을 했을 때 진작 갈 걸 후회한다. 턱지방흡입수술에 30~40분이 걸린다기에 설령 화장실에 가고 싶어져도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면마취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화장실에 가고 싶다’며 징징대기 시작했고, 조금만 참으라는 의사의 말에 ‘참을 수 없다’며 화를 냈다. 결국 간호사들은 요강을 가져와야 했고, 집도의가 나간 뒤 볼일을 볼 수 있었다. 그 뒤로 김 씨는 실밥을 풀고 후관리를 받으러 갈 때마다 케이크나 아이스크림 등 병원 스태프들을 위한 간식을 싸들고 찾아 어색한 순간을 넘기곤 했다.

박 모씨(28)는 이비인후과에 휜코 성형을 받으려 수면마취에 들어갔다가 이미 결혼한 간호사에게 ‘너무 이쁘다. 나와 사귀면 안되겠냐’고 일종의 ‘취중고백’을 하고 말았다. 그 뒤로는 얼핏 수술 중 한 실언 때문에 얼굴이 화끈거리고 수술후 관리가 끝나자 다니던 이비인후과도 바꿔야 했다.
 
요즘 성형수술 정보에서 빠지지 않는 게 ‘마취’다. 성형수술을 앞둔 사람들은 기대감과 함께 불안감을 느끼는 동시에 느낀다. 성형결과뿐만 아니라 ‘마취’와 관련된 부분도 적잖다. 혹시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면 어쩌지, 수술 도중에 마취가 풀리면 어떡하나 같은 심정으로 싱숭생숭하다. 마취는 견디기 힘들 정도의 통증이나 불쾌한 심리상태가 예상되는 수술에서 불가피한 처치 과정이다.

실제 한 연구에 따르면 400명의 수술환자 중 81%가 수술 전 불안을 경험했고 그 중 65%가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할 것을 걱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취 관련 합병증은 드물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각종 시술 건수가 비교적 많은 전문화된 개인의원 등에서는 환자의 수술 중·후에 혈압·맥박·산소분압 등을 측정할 수 있는 기본적인 모니터 장치를 갖춰 환자 상태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대처하기 힘든 변화가 생겼을 경우 환자를 즉시 2·3차 의료기관에 자문 및 이송할 수 있는 위기관리 시스템도 구축해야 환자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 최선책은 마취과 전문의가 상주하는 것이다.
 
한미애 서울특별시 동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과장은 “마취와 관련된 합병증의 발생빈도는 750건 중 1건으로 대부분이 경미하고 치료될 수 있는 것들”이라며 “전적으로 마취 중 혹은 마취 후 24시간 내에 사망한 경우는 1만3000명 중 1명 정도”라고 말했다.
혼수상태는 8000~1만 수술 당 1건 정도 발생한다. 지난 수십년 동안 마취와 연관된 위험도는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이며, 마취와 전적으로 연관된 사망은 아주 드물어졌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잇따른 마취 관련 사고가 보도되고 있다. 이는 대개 ‘수면마취’와 연관된다. 수면마취는 호흡은 정상이지만 망각 상태에서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부작용(?)으로 수술 도중 의식이 절반쯤 깨어 ‘민망스러운’ 언행을 야기할 수 있지만 잘못되면 생명과 연결될 수 있다. 수면마취는 최근 성형수술에서 떼어낼 수 없는 부분이 됐다. 부분마취보다 강력하고 전신마취보다는 덜 위험하다는 인식에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추세다.

임홍철 오케이성형외과 원장은 “마취의 목적은 수술받는 사람의 불안감을 없애고 의사가 수술에 집중, 안정적으로 수술하도록 돕는 것”이라며 “수면마취는 수술 중에 잠을 자는 마취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오해”라고 말했다. 이어 “수면마취는 마취 및 수술 중에 실제로 의료진과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도 있다”며 “물론 놀라거나 아프다는 표현도 할 수 있지만 마취제 약효가 나타나는 15~20분에 자신이 했던 말과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만큼 수면마취란 말보다 ‘망각마취’란 표현이 더 적합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수면마취는 전신마취보다는 공포감도 덜하고, 회복도 빠른 편이다. 국소마취의 경우 공포심으로 인해 움직이거나 소리를 지르게 되면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가 계획대로 수술을 마무리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수면마취는 정맥주사로 이뤄지며, 약제도 다양하다. 대표적인 게 정맥주사용 수면마취제가 ‘프로포폴’(propofol)이다. 최근 수년간 ‘우유주사’ 등으로 불리며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될 만큼 유명해졌다. 프로포폴은 아주 간단하게 주사하는 것만으로 환자를 깊이 재울 수 있어 여러 의사들이 쉽게 사용한다. 푹 자고 일어난 듯한 기분, 피로감 해소 등 의도치 않은 부작용(?) 때문에 중독성이 있다고 판단돼 마약성 약물로 지정됐다.

이와 함께 해리성(환각성) 마취제 ‘케타민(ketamine)’도 자주 사용된다. 정맥마취제와 달리 중추신경계의 특정 부위에 작용하는 약물로 진통작용이 탁월하지만 약기운이 사라지면 환각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 때문에 케타민을 주사하기 전에 대부분 ‘미다졸람’이라는 약물을 투여해 환각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도록 한다. 일부 환자에게는 부정적인 장면 등 환각 자체가 공포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케타민은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수면진정제나 아편계약물과 기전이 다른 마약성 의약품이다.

흔히 수면마취에서 깨면 양 씨나 김 씨처럼 헛소리를 하는 경우가 제법 흔하다. 수면마취에 대한 개인의 반응이 달라 모든 것을 기억하거나, 일부만 기억하거나,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등 다양하다.
마취 중 자신도 모르게 민망한 이야기나 행동을 하는 것은 ‘섬망’이라고 말한다. 대개 무의식상태에서 의식상태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생기며 의학적으로는 의식과 인지기능에 급작스러운 변동으로 이상증상 및 이상징후들이 나타나는 상태를 뜻한다.
 
섬망 증상은 대개 단시간 내에 회복되는 일시적 현상이다. 노규정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팀과 이운철·조지 마샤 미국 미시건대 의대 교수팀은 공동연구를 통해 마취에 의한 의식 소실·회복은 ‘전두엽과 두정엽간 정보 흐름 억제’에 의한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수면마취 도중 일어난 사고의 원인은 대개 ‘용량 초과’ 때문이다. 어떤 환자는 의사들이 말하는 ‘적정량’의 약물을 맞았음에도 정작 환자의 신체는 많은 양으로 인식해 무호흡증이 일어날 수 있다. 환자 스스로 호흡을 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뇌사·사망 등 심각한 문제에 이를 수 있다.
예컨대 한 여자어린이는 치과에서 수면마취 후 충치치료를 받다가 사망했고, 모발이식수술을 받던 한 40대 사립대 여교수는 수면마취 후 부작용으로 사지마비에 이른 게 최근 사례다.

따라서 이를 예방하려면 마취과 의사가 상주하거나, 기도를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2·3차 의료기관으로 바로 갈수 있는 환경이 기본이 돼야 한다.
 
임홍철 원장은 “아무리 마취 약물이 발전했다고 하더라도 수술 중에 깨는 각성을 피하기 위해 전신마취제를 과량으로 투여하면 심혈관계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그렇다고 해서 마취제를 소량 투여하면 수술 중 환자가 각성하거나 진통효과가 미비할 수 있어 안전한 마취를 위해서는 수술 도중 적정한 마취제 용량의 조절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임 원장은 “일부 병원에서 수면마취는 ‘수술전 검사가 필요없다’고 하지만 실제는 수면마취에도 수술전 검사를 받는 게 좋다”며 “혈액검사를 통한 간 기능 체크, 간염검사, 기타 혈중 콜레스테롤 및 지방 수치 확인, 신장기능검사, 혈구검사 등이 수면마취 전에 필요한 기본검사로 꼽힌다”고 말했다. 전신마취일 경우 폐 및 심장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흉부 X-레이, 심전도검사를 추가할 수 있다. 
 
그는 “많은 병원에서 전신마취를 위한 수술전 검사시설이 준비되지 않아 마치 수면마취가 전신마취보다 안전하다고 잘못된 편파적인 광고를 하는 경향이 있다”며 “수술에 앞서 마취과 전문의의 견해를 참고하는 게 정확한 판단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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