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비만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임신기간에 적절한 운동과 영양섭취를 통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다.
6개월 전 딸을 낳은 교사 김 모씨(29)는 출산휴가가 끝나기 전 원래의 몸매를 되찾는 게 목표다. 비록 휴직기간이지만 아기를 돌보느라 따로 짬을 내 운동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남편도 “회사에서 시달리다 오면 피곤한데다 육아는 역시 엄마가 하는 게 맞지 않냐”는 말을 하는 등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을 내주지 않아 야속하기만 하다. ‘자기 자식이란 생각은 안드나’, ‘이럴거면 왜 결혼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임신 후 쪄버린 살은 빠질 기미가 없고 남편도 화가 나는 말만 골라 해대니 우울증이 생길 지경이다.
하지만 김 씨는 요즘 획기적인 다이어트법을 찾아 한달째 실천하는 중이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보게 된 영상에서는 아기와 엄마가 함께 운동할 수 있는 모습이 나왔다. 출산한 미국인 트레이너가 자신의 아기를 안고 런지(lunge, 한쪽 발을 뒤쪽으로 뻗은 상태에서, 다른 쪽 발을 앞으로 내밀고 무릎을 굽혀 몸을 앞쪽으로 움직임)·스쿼트(squat, 다리를 어깨 너비로 벌리고 무릎이 발끝을 넘지 않도록 다리를 굽혀 복부 허벅지 척추근육을 강화하는 운동) 등을 하거나 컬(curl, 무거운 것을 들고 서서 팔을 어깨 위쪽으로 말아올려 상완이두근을 단련시키는 운동)이나 트라이셉스 익스텐션(Triceps Extension, 무거운 것을 들고 누워 팔을 머리 위쪽으로 밀어올려 상완삼두근을 단련시키는 운동) 등을 실시하는 영상이었다.
즉, 아기가 덤벨 등 웨이트 기구의 역할을 대신하게 돼 엄마와 끊임없는 스킨십을 가지면서 운동효과까지 생기는 동작이었다. 한달 정도 지나자 어느 정도 체형에 변화가 생겼는지 이젠 남편도 ‘운동 열심히 하라’고 응원해주고 있다. 아기와 놀면서 운동도 하고, 몸매도 되찾게 돼 1석3조다.
이런 방법은 미국에서 소개돼 인기를 끌었고, 현재 미국 내에서 아기와 엄마가 함께 운동하는 운동교실이 생기는 등 대중화됐다.
‘체중감량’이라면 무조건 따로 짬을 내 운동하거나 섭취열량을 무지막지하게 줄이는 것부터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부담이 생기는 것이다. 과거엔 노동과 운동을 구분했다. 노동은 운동과 달라 체중감량엔 큰 효과가 없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요즘은 ‘꼭 그렇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국대학스포츠의학회(ACSM)에서는 가사활동만 열심히 해도 칼로리 소모량이 늘어나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출산한지 얼마 되지 않은 산모는 다이어트에 앞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체력과 컨디션을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모유수유할 경우 아이를 생각한다면 무작정 칼로리를 줄일 수만은 없어서다.
칼로리를 제한하고 격한 운동이 동반되는 산후다이어트는 대개 출산 6주 이후부터 실시하는 게 이상적이다. 회음부나 제왕절개한 부위가 아무는 데에는 대개 6주 정도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또 무리한 운동은 가슴 부위에 통증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출산 후 6주 이전까지는 충분한 수면과 휴식으로 운동할 컨디션을 만드는 기간으로 보면 된다.
많은 여성들이 출산 직후 예전의 몸무게로 돌아오길 바라지만 임신 중 늘어난 체중은 출산과 동시에 감량되지 않는다.
김미경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과장은 “여성은 출산한 후에도 한동안 임신 상태일 때처럼 배가 나오고 부기가 있다”며 “출산 직후 몸무게는 아기 체중, 양수, 태반 무게가 빠져 많아야 임신기간 중 찐 몸무게의 7㎏ 정도가 빠지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은 일반적으로 임신 중에 체중이 16㎏ 가량 늘지만 출산 직후에 빠지는 몸무게는 그 절반도 되지 않는다”며 “임신 전의 몸매를 되찾으려면 어느 정도 감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여성은 체형이 서양인에 비해 작은 편이지만 다른 서구 국가보다 임산부 체중이 더 나가는 편이다. 미국은 임신 후 평균 체중증가량이 12.5㎏이지만 우리나라는 13.7㎏이다. 일본의 경우 10.1㎏이다.
따라서 출산 후에도 각종 산후비만 등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것은 임신 후 배속의 태아를 생각해 ‘소극적으로 활동하는 것’과 ‘임산부는 무조건 잘 먹어야 한다’는 전통적인 생각이 합쳐져 발생한 결과다. 임신 중에 ‘마구 먹어도 된다’고 잘못 생각했다가 결국 산후비만에 우울증까지 유발될 수 있어 예방이 상책이다.
김미경 과장은 “임신 중에 무조건 고열량음식을 많이 먹어도 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평소 밥 한공기 정도인 350㎉를 양질의 음식으로 추가 섭취하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산모가 섭취한 영양분의 80%는 산모에게 가고, 20% 정도만이 태아에게 전달된다.
미국산부인과학회(ACOG)는 “산후비만을 예방하려면 임신 중에 운동을 실시해 임신형 비만을 예방하는 게 가장 좋다”며 운동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도 했다. 즉 산후비만을 막으려면 임신 중에도 어느 정도의 운동이 필수라는 의미다.
이럴 경우 체력이 향상돼 출산시간과 출산 시 느끼는 고통이 줄어든다. 임신 전 체중으로 회복하는 속도도 빨라진다. 아이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태아의 피하지방 및 당뇨증상 발병 확률을 감소시킨다. 또 충분한 산소가 공급돼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태아성장이 촉진된다.
그렇다고 계획없이 운동하는 것은 금물이다. 미국산부인과학회는 임산부의 경우 △하루 30분 또는 그 이상, 가능한 매일 주 5~7일 △여유심박수(heart rate reserve:HRR)의 50~60% 내외(75%이상 금지), 운동자각도(RPE,rating of perceived exertion) 11~13 안팎의 중강도(20점 만점 기준)로 △분당 운동심박수는 140~160 안팎을 유지하며 △튜빙, 밴드 등을 이용한 저항운동(운동방향에 대립하는 힘을 주는 운동의 총칭, 사람이나 기구가 그 저항물이 됨)은 주 2~3회 1~3세트(세트당 12~15회) 반복하는 게 좋다고 권고한다.
일반적으로 산모에게 추천되는 운동은 수영, 산책, 조깅, 스텝운동, 웨이트트레이닝, 튜빙·밴드·볼 등을 이용한 가벼운 체조 등이다.
분당 최대심박수(MHR, maximum heart rate)는 보통 200에서 자기나이를 뺀 숫자다. 여유심박수는 MHR에서 안정시 심박수를 뺀 수치(RHR, resting heart rate)다. 운동자각도는 주로 심장박동수와 관련된 운동강도를 나타낸 것으로 높을수록 운동강도가 세다. 10점 만점, 20점 만점 두 가지 기준이 있으며 이 중 10점 만점 기준이 최근 주로 쓰인다.
다만 임신 3개월 이후부터는 심박출량이 줄어들어 태아의 산소부족을 유발하는 슈파인 자세(Supine position, 배와위, 背臥位, 하늘을 보고 반듯이 누운 자세)는 금한다. 또 갑작스러운 동작을 시행하는 것과 복부에 직접 자극이 되는 운동은 실시하지 않는다. 체온이 39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위험하므로 고온을 피한다. 낙상위험도 회피해야 한다. 저혈당을 막기 위해 운동 전 30~50g 안팎의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걷는 것은 산후비만 예방뿐만 아니라 출산 자체에도 도움이 된다. 조산기가 없는 사람은 임신 마지막달에 많이 걸어주는 게 순산을 돕는 길이 된다. 뱃속의 아기들은 중력을 받으면 쉽게 아래로 내려오고 중력을 받지 못하면 그 자리에 있으려는 성향이 있어 산모가 자주 눕거나 앉아있으면 그만큼 분만신호가 느려진다. 따라서 산책 등 걷는 시간을 늘리는 게 좋다.
이 때 내리막길은 절대 피해야 한다. 내리막길을 걸을 때는 보통 체중의 5배 이상이 실리게 된다. 산모는 이미 체중이 늘고 관절도 약해진 상태로, 내리막길을 걷는 것은 관절을 망가뜨리고 심할 경우 퇴행성관절염까지 유발할 수 있다.
김미경 과장은 “임신성 고혈압, 자궁막 파열의 위험이 있는 사람, 임신 3개월 후 지속적으로 출혈이 나타나거나 심장질환·당뇨병·빈혈·갑상선 항진증 등 지병이 있는 산모, 저체중 산모는 임신 중 운동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