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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부터 ‘미용치료 부가세’ … 여드름환자는 탄식만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4-01-09 18:13:39
  • 수정 2014-01-15 13:2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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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모콤플렉스 극복, 직업적 필요 때문에 필요한 사람 ‘억울’ … 의사들 ‘정신건강권’ 침해 반발

요즘 피부과·성형외과에서 보내는 문자메시지의 빈도가 높다. ‘정부의 부가가치세 시행령에 따라 다음달(2월) 1일부터 모든 시술에 10% 부가세를 별도로 고객님께서 부담해야 하니 1월 안에 서둘러 시술받고 면세혜택 받으라’는 내용이다.

정부가 다음달부터 미용 목적의 모든 성형수술에 부가세를 부과토록 했다. 신규세원 발굴 방안의 하나로 미용성형 및 피부미용 시술 중 상당수를 과세로 전환한 것이다.
논란이 거세지자 국회에서 직접 관련 진료과목 전문가들을 초청해 의견을 듣기도 했지만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이런 상황에 당장 환자가 줄 것을 우려한 성형외과 및 피부과는 고객들에게 문자메시지나 병원 SNS를 통한 홍보에 전력투구 중이다.
기존에 시행하던 ‘할인 이벤트’는 물론 지인을 소개하면 시술비를 더 깎아주거나, 무이자 할부를 제안하는 등 할 수 있는 마케팅 수단은 모두 동원하는 상황이다.
 
다음달부터는 △색소모반·주근깨·흑색점·기미치료술 △여드름·탈모치료술·제모술·모발이식술 △문신술 및 문신제거술·피어싱 △지방융해술·피부재생술·피부미백술·항노화치료술·모공축소술 등도 새롭게 과세대상으로 추가됐다. 이밖에 양악수술도 부과대상에 포함된다. 지금까지는 쌍꺼풀, 코, 가슴확대 및 축소, 지방흡입, 주름살 제거 등 5개 수술에만 부가세가 부과돼왔다.

갑작스런 제도변화에 얼떨떨한 것은 의료기관도 환자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피부미용시술에 부가세를 부과함에 따라 환자가 줄어들게 되고, 이로 인해 영세한 피부과·성형외과 의원들은 더 어려워 질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을 제시해 환자들을 경쟁적으로 유치한 나머지 결국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려워지지 않겠냐는 게 의사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송형곤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여드름·탈모의 경우 요양급여기준에서 질병코드를 정하고 있는 질환”이라며 “치료적 목적이 있는 질환임에도 미용 측면에만 초점을 맞춰 바라본, 철저한 제논에 물대기식 해석”이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최근 한국갤럽에 의뢰해 제주를 제외한 전국 16~69세 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피부미용수술·시술 부가세 부과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를 시행했다. 응답자의 63.3%는 이번 정책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응답자의 78.7%는 피부미용시술 등에 부가세가 붙는 것도 몰랐다. 응답자의 60%는 시술가격이 인상되면 시술 의향이 줄어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피부과의사회 임이석 회장(신사테마피부과 원장)은 “여드름·주근깨·기미·탈모 등은 단순히 미용 목적으로만 볼 수 없고, 환자에 따라 사회생활이 어려워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며 “부가세 부과로 시술 비용이 높아지면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이 치료 혜택을 보지 못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한 이번 세법 개정안은 정책 홍보가 충분히 되지 않아 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며 “향후에 불편이나 혼동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외국계회사에 다니는 이 모씨(25·여)는 얼굴형에 콤플렉스를 느껴 취업준비를 하던 때부터 보톡스, 필러, 스컬트라 시술 등 얼굴형 교정을 위한 쁘띠성형을 챙겨 받았다. 부모님께 손을 벌리기 민망해 아르바이트로 조금씩 시술비용을 모아 2년째 정기적으로 피부과에 다니는 중이다.

이 씨는 “당장 피부과에 지출되는 비용이 더욱 늘어나 부담스럽다”며 “아무래도 시술을 위해 여윳돈을 모으려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사실 세금을 걷을만한 부분이 피부·성형시술밖에 더 있냐”며 “정부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고 덧붙였다.
그는 “누가 봐도 특별한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내가 예뻐지고 싶어서, 나은 모습이 되고 싶어서 받는 미용시술이라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세금을 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반면 지난 11월부터 탈모치료를 시작한 심 모씨(27)도 앞으로의 치료 계획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이제 막 취업한 그는 그동안의 스트레스 때문에 심한 탈모가 생겼다. 민간요법보다 병원에서 치료하는 게 확실하다고 생각해 무리해서 피부과를 찾았다. 의사는 경구약물치료와 함께 직접 두피에 주사하는 다양한 보조치료를 병행하면 곧 좋아질 거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그럴 경우 한달에 20만원 이상이 든다. 약만 복용하면 7만원이다. 3분의 1 가격에 아쉬운 대로 경구치료만 받기로 결정했다. 효과가 있는 것 같아서 치료를 연장하려는데 피부과로부터 ‘2월부터 10%의 부가세를 부담해야 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자취생활에 1000원이 아쉬운데 가격이 오른다는 말에 부담감이 크다.
심 씨는 “탈모 때문에 직장에 입사하기 전에 약간의 무시당했던 기억이 난다”며 “7000원(7만원의 10% 부가세)이 남들에겐 적은 돈으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매달 더 나가는 통에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탈모 치료를 포기하진 못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남성 탈모에 대한 부정적 시각 때문이다. 결국 커피를 한두 잔을 줄일 계획이다. 국내 미혼 여성들은 대머리 남성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다. 2년 전 20·30대 미혼 여성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애인에게 탈모가 생기면 결혼 여부를 다시 고민하겠다’고 대답한 여성이 61%에 육박했다. 20~30대 남성 탈모 환자 중에는 결혼은 물론 연애도 접어버리는 사람이 많은 상황이다.

여드름으로 고생하는 서 모씨(26·여)도 이 소식을 듣고 ‘멘붕’에 빠졌다. 사춘기시절부터 여드름 및 여드름흉터 때문에 고민하다 성인이 돼 치료를 시작했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한번 치료했는데 ‘신세계’라 말할 정도로 큰 효과를 봤다. 이후 취업을 앞두고 시술받았다. 예전에 비해 굉장히 좋아졌지만 그렇다고 완벽하다곤 할 수 없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그는 선배와 상사의 입김으로 ‘지속적인 관리’ 차원에서 여드름 치료를 받고 있다. 피부 스케일링, 여드름 압출, 재생주사, 경구투여약 복용 등으로 한달에 많을 때에는 20만원 넘게 지출하기도 한다.

서 씨는 “아무래도 서비스직에 종사하다보니 겉모습을 보고 판단받는 일이 적잖다”며 “손님들보다 오히려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윗사람들이 더 신경쓰는 편”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관리를 절대 그만둘 수 없는 분위기”라며 “치료를 멈추면 여드름이 계속 올라와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서 씨는 “이번에 피부미용 시술에 부가세가 붙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기운이 빠지더라”며 “그렇더라도 어쩌겠나, 시술해야 먹고사는데 그렇게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남들보다 나은 내 모습을 위해 시술받는 사람도 많지만 심 씨나 서 씨처럼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시술을 결정하는 사람도 적잖다. 생계와 직결되는 부분도 있고, 스스로 콤플렉스를 느끼는 외모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강철 멘탈’로 버티는 것도 어렵다. 따라서 돈을 주고서라도 이를 극복해보려는 것이다. 개선되기는 하지만 완벽한 치료는 없어 꾸준히 병원을 다닐 수밖에 없다. 

이상목 대한성형외과의사회 회장은 “정부가 환자의 권리를 무시한 정책을 펴고 있다”며 “환자가 콤플렉스를 성형으로 극복했다면 정신적 치료가 될 수 있는 부분인데 누가 어떤 기준으로 치료와 미용을 구분할 것이냐”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미용성형도 국민의 건강권을 포함하고 있다”면서 “건강은 신체와 정신적 안정 모두를 말하는 게 맞는데, 건강에 대한 개념도 없는 사람들이 법을 제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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