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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 헤르페스 감염 … 우리 아기 괜찮나요?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4-01-07 18:30:45
  • 수정 2014-01-10 11:5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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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강성교로 생식기에도 1형 나타나 … 태아 수직감염 최대 7.7%, 제왕절개 고려해봐야

신용덕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원장

직장인 이 모씨(24·여)는 요즘 머리가 깨질 지경이다. 최근 이상하게 기운이 없고 열이 나기 시작해 야근 등으로 인한 ‘컨디션 난조’로 여겼다. 그런데 얼마 뒤부터는 음부가 가렵고 따갑기 시작했다. 질염인 줄 알고 병원을 찾았는데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2형 헤르페스로 진단받았다.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열은 더 오르기 시작하고 심지어는 대·소변을 보는 게 어려워질 정도로 아랫도리의 통증이 심해졌다. 병원을 찾았더니 결국 입원하라는 의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소변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호스’를 연결해야 하는 굴욕까지 얻었다.

1형·2형 할 것 없이 헤르페스바이러스(Herpes simplex virus)에 감염된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건강보험공단은 2011년 헤르페스바이러스감염증으로 진단받은 환자수는 66만여명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여성이 39만5000여명으로 남성 27만여명보다 많다. 연령별로는 0~9세가 15만여명(22.5%)으로 가장 많다.

헤르페스바이러스감염증은 헤르페스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 질환이다. 여태까지 8종류의 바이러스가 발견됐고 단순포진바이러스라고도 한다. 배꼽을 기준으로 위쪽에 발생하는 1형과 배꼽 아래쪽에 발생하는 2형으로 구분된다.

헤르페스바이러스감염증에 걸리면 피부감각이 따끔거리다 빨간 발진이 생기고 수포(물집)가 포도송이처럼 무리지어 나타난다. 1형 헤르페스바이러스감염증은 초기감염 시 구내염과 인후두염이 가장 흔하게 나타나고 재발하는 경우 주로 입술 등에 발병한다. 2형 헤르페스는 외부성기 부위에 물집이 생기고 발열, 근육통, 피로감 등 증상이 동반된다. 여성은 질 안쪽에 발병할 경우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워 산부인과에서 바이러스검사를 통해 발견하는 경우도 적잖다.

1형은 구순 단순포진바이러스(Herpes simplex virus I)라 불리며 주로 입가 주변에 물집과 감염반응을 일으킨다. 일상생활속에서 직·간접적인 접촉으로 인해 감염되고 입술주위, 코 ,뺨, 턱 등에 병변이 나타나며 대부분 별증상이 없이 지나간다. 피곤할 때 입가에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형은 성기단순포진바이러스(Herpes simplex virus II)라 하며 여성의 경우 대소음순, 음핵, 질, 자궁경부 등 성기주변에 물집과 감염반응을 일으킨다. 대부분 성접촉에 의해 전파되므로 성병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2형 헤르페스는 선천적으로 갖고 있다가 잠복 상태에서 면역력이 떨어지는 경우에 발병하기도 하지만 대개 성접촉이 활발한 성인에게서 잦다. 다만 요즘엔 1형·2형의 경계가 사라지는 추세다.

신용덕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원장은 “요즘 젊은이들 중 성기주변에 생기는 헤르페스가 2형이 아닌 1형에 의한 경우가 종종 보고된다”며 “이는 구강성교 때문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입가 주변에 감염된 1형 바이러스가 구강성교를 통해 성기 주변으로 퍼지는 것이다.

유형에 상관없이 헤르페스는 감염 시 초기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신경세포 속에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는 경우가 많아 환자가 발병사실을 모르기 쉽다.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는 환자의 면역력이 약해지면 감각신경을 타고 다른 점막부위로 이동해 병변을 일으킨다. 일반적으로 잠복기간은 바이러스 침입 후 약 2~10일 정도다.

이 씨도 ‘성병’으로 분류되기도 하는 2형 헤르페스에 감염돼 억울한 심정이다. 태어나 처음 가진 성관계였는데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남자친구가 무릎 꿇고 싹싹 빌었지만 쉽게 화가 풀리지 않았다. ‘문란한 여자’로 비춰질까봐 입원했는데도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못했다.

이 씨는 “만약 지금 남자친구와의 관계가 나빠져 설령 헤어지면 다른 남자를 만날 때 새로운 남자친구가 나를 막연히 ‘더러운 여자’ 취급할까봐 너무 무섭고 화가 난다”며 “임신에도 영향을 준다니 더 억울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게다가 이 질병은 한번 노출되면 완벽히 치료되지 않고 평생 신경세포 속에 잠복해 재발한다. 만만하게 볼 질병이 아니다. 처음엔 전신무력감, 편두통 등 전신증상과 피부 점막의 수포 정도로 그치는 것처럼 보이나 통증이 심해지고 주변의 임파선이 붓기도 한다. 아토피환자나 피부가 약한 사람은 수포가 국소 부위에 그치지 않고 전신으로 번질 수 있어 곤란하다. 드물게 바이러스가 내부장기로 감염될 경우 뇌수막염, 폐렴, 간염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1형 헤르페스일 경우 대개 컨디션이 좋아지면서 자연치유된다. 하지만 2형 헤르페스에 감염됐다면 성기 주변에 물집이 생기면서 가려움증(소양증)이 나타난다. 물집이 터지고 염증이 생기면서 통증이 강렬해 괴로울 경우 경구투여제, 정맥주사, 연고 등 다양한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하게 된다. 2차 세균감염에 대비해 항생제를 쓰기도 한다. 경구약은 연고에 비해 효과가 빠른 편이다. 이 씨처럼 배뇨가 어려울 경우 며칠 입원해 치료받아야 할 수도 있다.

신용덕 원장은 “이런 약들은 신경절에 잠복한 바이러스 자체를 제거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재발할 수 있다”며 “현재까지의 헤르페스 치료목적은 완치가 아닌 증세완화 및 전염력 방지”라고 설명했다.

산모가 이 질환에 걸렸다면 더욱 골치 아파진다. 바이러스 때문에 불임이 되거나 임신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은 아니다. 태아로의 수직감염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우리나라 임산부의 0.5~2%에서 바이러스감염이 보고된 바 있다.

헤르페스를 가진 여성은 임신 시 주치의에게 이런 사실을 미리 알려야 한다. 산모의 자궁경부나 질에 헤르페스바이러스 감염증이 활성 상태라면 출산 시 태아가 감염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만약 신생아가 헤르페스에 감염되면 2~3주 후에 증상이 나타나며 심하면 안구·피부·점막병변을 일으키고 중추신경에 해를 입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하지만 제왕절개수술로 분만하면 태아에게 감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어서 출산 전 헤르페스 감염여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신용덕 원장은 “신생아가 감염되는 경로로는 분만시기감염이 85%로 가장 많은 편”이라며 “이밖에 산후감염이 10%, 자궁내감염이 5%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신생아감염의 위험도는 생식기에 바이러스의 존재 여부, 바이러스 타입, 산과적처치의 종류, 감염산모의 질병 경과 등에 따라 다르다”고 덧붙였다.

신 원장은 “외국의 경우 분만 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처음 2형 헤르페스에 감염된 부인의 영아는 감염위험도가 30~50%이지만 재발한 경우라면 1%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엔 산모의 최초감염시 자연분만후의 신생아로의 수직감염은 7.7%, 제왕절개후의 수직감염은 1.2%라는 보고가 있어 진통 전 생식기 부위를 확인해 활성 병변이 있을 때에는 제왕절개수술로 분만하면 된다.

또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은 ‘남편과 치료를 함께 받아야 하는 것’이다. 신용덕 원장은 “2형 헤르페스는 성관계로 전염되는 만큼 과거 병력을 확인한 뒤 둘 중 한사람이 바이러스를 갖고 있다면 상대방도 바이러스 유무를 확인해봐야 한다”며 “만약 둘 다 감염된 상태라면 헤르페스 증상이 없는 시기에 성관계하는 게 좋고, 병변이 있을 때에는 금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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