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층 안티에이징 시술엔 드라마틱한 변화보다 기능개선 통한 자연스러운 결과 추구해야 ‘만족’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방한(5일)이 새삼스레 화제에 올랐다. 자칭 ‘건강관리’ 차원의 방문으로서 국내 의료계는 다소 흥분한 상태다. ‘굳이’ 한국을 찾아 의료서비스를 받는다는 것만으로도 국내 의료기술이 자연스럽게 홍보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성장호르몬은 20대 이후부터 10년마다 14.4%씩 감소해 60대 이후에는 20대의 절반 정도에 그친다. 이 호르몬은 성장기에 뼈·근육의 성장을 돕고 성장이 끝난 성인에게서는 근육량을 유지하고 지방이 사지말단으로 고루 뻗도록 한다. 나이 들수록 성장호르몬 분비가 감소하기 때문에 지방이 사지말단으로 골고루 미치지 못해 배부터 지방이 집중적으로 쌓여 결국 ‘거미체형’으로 변한다. 심지어 근력은 줄어드는데 지방량은 꾸준히 늘어나 더욱 빠지기 어렵다.
조성연 하늘병원장(스포츠의학 전문의)은 “젊은이들의 비만은 근육은 보존되면서도 지방량이 늘어나는 것이지만, 노인층은 근육량은 줄어들고 지방은 늘어나 복부비만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며 “많은 사람들은 살을 뺀다고 하면 유산소운동만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근육량이 많아 기초대사량이 높아야 신체 칼로리 소모량이 높아져 지방을 태우기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히딩크 감독 역시 단순히 운동만으로 배가 커지는 것을 막지 못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만성질환 개선 및 무릎하중 감소를 목적으로 선택한 게 ‘리포소닉’ 시술이다. 고강도 초음파를 이용한 지방제거 시술로 1시간 가량 목표 부위에 초음파를 쏘면 3개월에 걸쳐 지방이 자연스럽게 녹아 땀, 소변 등으로 배출된다. 1회에 허리둘레가 1인치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허리둘레 사이즈만을 줄인다면 당연히 리포소닉보다 ‘지방흡입수술’이 더욱 효과적이다. 캐뉼라를 이용해 원하는 부위의 지방만 빼내기 때문이다.
최현곤 건국대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눈에 보이는 효과 자체는 리포소닉보다 지방흡입술이 더 크다”며 “다만 노인의 복부비만으로 인한 건강문제와 직결되는 것은 체지방보다 내장에 쌓인 ‘내장지방’이기 때문에 단순한 지방흡입 목적이 아닌 체지방 전반의 관리 차원에서 리포소닉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지방흡입수술은 고도비만자의 전반적인 비만을 해소보다는 단순히 허리둘레 사이즈 감소를 위해 받는 미용수술의 성격이 크다”며 “건강 측면에서 크게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방을 5000cc이상 뽑아내더라도 체중은 고작 2~3㎏ 정도가 줄어들므로 고도비만 환자에겐 ‘새발의 피’인 격이다.
히딩크의 시술 목적엔 피부탄력 문제도 한몫 했을 것으로 보인다. 최현곤 교수는 “노인들은 젊은이에 비해 피부탄력이 떨어져 지방흡입을 받았을 경우 오히려 피부 겉가죽이 늘어져 미용 목적으로 수술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사실 노인이 건강 목적으로 복부지방 혹은 내장지방을 제거하려면 식이요법과 웨이트트레이닝(근력강화운동)이 답”이라며 “만약 미용 목적으로 복부지방흡입을 포기할 수 없다면 ‘복벽성형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복벽성형술은 지방흡입과 피부탄력을 한번에 잡아주는 성형법이다. 배꼽 아랫배의 늘어진 살을 제거하고 윗배의 남는 피부를 아래로 이동시켜 전체적으로 뱃살을 재배치한다. 튼살이 제거되며 복근이 중앙으로 모아지는 효과가 있다.
히딩크 감독이 받은 내시경 이마거상술도 노년층이 선호하는 성형수술 중 하나다. 피부가 늘어지면 눈가는 물론 이마까지 아래로 주저앉아 ‘처진 인상’을 만들게 된다. 최현곤 교수는 “필드를 멀리 내다봐야 할 히딩크 감독에게 이마가 처지는 현상과 함께 안검하수까지 생겼다고 들었다”며 “이마주름살 처짐과 안검하수는 실제로 시야를 가려 노인층이 불편해하는 문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내시경 이마거상술은 이마와 머리카락이 만나는 두피선 중 다섯군데를 절개해 조그만 내시경을 삽입한 뒤 이를 통해 상태를 관찰해가며 이마 피부를 전체적으로 들어올려준다. 이럴 경우 얼굴 전반이 타이트하게 위로 당겨져 눈썹의 위치도 함께 올라가면서 시야를 가리는 눈처짐 현상을 개선할 수 있다.
최현곤 교수는 “노년층의 이마 처짐은 보톡스 등으로는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시야가 좁아지고 속눈썹이 함께 처져 눈 결막을 찔러 눈가가 짓무르는 등 불편함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50대 전후로 발생하는 ‘노인성 안검하수’는 안성형이나 이마거상술로 개선할 수 있으며, 병원을 찾는 환자 가운데 60세 전후로 수술받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히딩크 감독의 방한으로 노년층의 성형수술 욕구가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안티에이징에 관심을 갖는 노년층이 늘어나는 가운데 자녀들도 ‘좀더 젊은 부모님’이 되길 바라며 ‘효도성형’을 권유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히딩크가 불을 지필 전망이다.
최현곤 교수는 “노년층에게 성형수술은 비단 미용적 목적에 그치지 않고 ‘기능개선’이 최우선돼야 할 것”이라며 “드라마틱한 변화가 아닌 기능개선을 통한 자연스러운 이미지 변화에 목적을 둬야 만족도가 높다”고 조언했다. 이어 “과욕을 부리지 말고 히딩크 감독처럼 이마거상술을 통한 시야확보 등 평소 답답하게 느껴진 부분을 해소해주는 수술을 우선해야 만족도가 높다”며 “다만 건강관리에 신경쓸 부분이 많은 만큼 수술 전 평소 지병이 있는지, 복용하는 약은 어떤 종류인지, 혈압 등 기본적 건강상태는 어떤지를 의료진에게 설명해야 안전한 성형수술 결과가 보장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