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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 목적으로 탄생한 필라테스, 잘못 배웠다간 오히려 재활치료 신세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4-01-03 12:13:55
  • 수정 2014-01-06 15: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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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스크·관절염·고도비만 환자는 피해야 … 전문가, 단기간 효과보다 ‘운동 자체’ 이해시켜야

필라테스는 재활치료를 목적으로 탄생한 만큼 숙련된 전문가에게 배워야 하며 수련자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꾸준히 운동해 목표한 바를 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

수능을 마친 백 모씨(20·여)는 대학에 입학하기 전 다이어트에 돌입해 몸매를 가다듬을 작정이다. 하지만 학창시절에 그리 체육시간을 좋아하지 않았던 그는 혼자 운동하는 헬스는 막상 다니고 싶지 않다. 분명 살을 빼긴 빼야겠는데 어떤 운동을 할지 망설이다가 우연히 필라테스 학원 전단지를 받았다.

늘씬한 여성들이 처음 보는 커다란 기구들을 이용해 운동하는 모습이 예뻐 보였다. 여자연예인들이 몸매관리를 위해 필수적으로 선택한다는 이야기도 얼핏 들어본 적 있던 것 같다. 1회에 5만원, 한달에 주 2회 기준 40만원이라는 가격이 만만치 않았지만 끌리는 마음에 상담을 받게 됐다. ‘근육 속’부터 늘려주고 강화시켜 날씬하고 예쁜 몸매를 만들어준다는 학원 담당자의 말에 엄마를 졸라 다이어트에 돌입할 계획이다.

운동에도 분명 유행이 있다. 사실 운동하는 사람 중에는 정말 좋아서가 아니라 사회적인 인식에 따라 ‘욕먹지 않을 정도의 몸매’를 만드는 부류가 훨씬 더 많다. 억지로 하는 지루한 운동은 정말이지 ‘고행’처럼 여겨진다.

재미와 운동효과 두 마리 토끼를 잡기위해 ‘새로운 종목’을 찾아나서는 이도 적잖다. 요즘엔 평범한 헬스클럽에서도 GX(Group exercise) 프로그램은 없어서는 안 될 부분이다. 가장 흔한 게 에어로빅이고 요가, 태보, 스피닝, 스텝박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구비될수록 헬스클럽의 인기가 상승한다.

굳이 GX가 아니더라도 한가지 운동만 가르치는 스튜디오가 성행하는 추세다. 하나를 제대로 하자는 목표에서인 듯하다. 그중 필라테스가 요즘 젊은 여성이 가장 관심 갖는 종목 중 하나로 꼽힌다. 가수 가희, 방송인 전혜빈, 가수 김윤아 등 ‘한 몸매’하는 여자연예인들의 몸매관리 비법으로 공개되면서 인기가 더욱 불붙었다.

필라테스는 자신의 기본 근력을 이용해 몸의 긴장을 풀고 심부근육을 강화하는 운동법이다. 1900년대 초 독일인 조셉 필라테스가 창시했으며 근력이 약한 아이들을 위한 방법으로 고안됐다. 이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터에서 병상에 누운 부상병들의 통증을 완화시켜 재활을 돕고 신체자세를 교정하는 운동법으로 유명세를 탔다.

필라테스의 가장 큰 목적은 몸의 중심부를 이루는 ‘파워하우스’ 단련이다. 파워하우스는 몸의 횡격막 아래, 골반기저근위의 요추부분을 둘러싼 근육으로 신체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처음엔 ‘청담동 며느리’정도만 할 수 있을 정도로 비싼 가격을 자랑했지만 운동 자체가 유행하면서 스튜디오도 부쩍 늘어났다. 하지만 막상 검증된 곳을 찾기는 어렵다. 학원마다 ‘국제인증’ ‘정통’ 등을 내세우기는 하는데 영 미덥잖다. 가격도 일반 피트니스센터나 요가학원에 비해 비싸도 너무 비싸다.

한 필라테스 학원 관계자는 “전문가에게 배우는 만큼 인건비가 높고 무엇보다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운 필라테스 전용 기구들이 있는 만큼 수업료가 많이 비싸다고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리포머, 캐딜락, 체어 등 고가의 기구는 필라테스 학원의 필수품이다. 기구별로 차이가 있지만 하나 당 300만~600만원 선이다. 필라테스가 기존 요가 등과 차별화를 보이는 부분이 ‘기구’로 인식된다.

필라테스와 요가 등 6년째 다양한 운동을 즐기는 이 모씨(26·여)는 “사실 매트필라테스의 경우 요가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음에도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쌌던 기억이 난다. 굳이 기구를 쓰는 필라테스 수업이 아니라면 요가수업을 듣겠다”고 말했다.

학원을 개업하려면 최소 기구별로 2세트 이상이 필요하다. 강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도 높은 필라테스 수업비용에 한몫 한다. 필라테스 강사가 되려면 약 3번에 걸쳐 시험을 쳐야하며 단계 당 400만원 선의 강습료 및 심사료를 지불해야 한다.

재활치료를 목적의 필라테스는 다른 운동보다 훨씬 더 전문성이 필요한 운동이다. 인체에 대한 이해는 기본이고 여기에 해부학·생리학적 지식, 운동효과에 대한 인식, 재활에 관련된 전문지식을 갖춰야 한다. 응급처치에도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국내 필라테스 강사 중에는 ‘체육전공자’가 아닌 사람도 많다.

취미로 필라테스를 배우다가 ‘나름 돈이 되는 것 같고 운동도 좋아하니까’ 하는 가벼운 마음에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비만 지불하면 필라테스 강사 자격증을 얻을 수 있다는 게 문제다. 한 사단법인의 경우 월 4회 280만원 상당의 교육만 받아도 자격증을 딸 수 있었다.

이대택 국민대 체육학과 교수는 “이는 장기적으로 개선돼야 할 문제”라며 “자격증 발급 남발이라는 단편적 결론을 내리기 전에 ‘전문가의 자질이 어느 정도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운동을 배우려는 수요자들이 비싼 만큼, 또는 자격증이 따기 힘든 만큼 단기간에 눈에 띄는 효과를 보고 싶어하는 기대심리가 커서 지도자들의 역량을 넘어선다”고 꼬집었다. 

요가나 필라테스는 평소에 자신이 해낼 수 있는 영역 내에서 전신의 변화를 천천히 느껴야 하는 종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다이어트’가 목적이다 보니 수련자들은 무조건 고강도의 운동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스튜디오가 늘면서 필라테스 업체간 경쟁도 심화됐다. 이에 따라 수련자의 요구에 부응하려고 초보자에게도 운동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해야 할 동작을 가르치게 되기도 한다. 수련자들은 ‘강사가 새롭고 많은 것을 알고 있구나’ 하는 마음에 무리하게 운동을 따라하게 되고 결국 부상으로 이어진다는 게 필라테스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대택 교수는 “단기간 반짝하는 운동효과를 보여줄 게 아니라 운동 자체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게 전문가의 역할”이라며 “이런 상황을 만들게 된 데에는 체육을 전공하고 관련 일을 하는 스포츠종사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대로 된 자격증 소지자를 키우도록 노력하지 않았고, 지휘 및 관리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건강’과 직결되는 체육활동이 사업으로만 전락하게 된 것”이라며 “운동은 물론 누구나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것이지만 전문가의 역할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체육지도자를 양성하는 교육기관, 일반인을 지도하는 지도자, 운동 소비자, 자격증을 주는 기관 모두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자격증을 남발을 억제하고 자격증 퀄리티를 컨트롤해야 하며, 자격증 소지자를 통할할 수 있는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 소비자도 무조건 단기간 운동효과 등에만 매몰돼 자기 욕심만 내세워선 안 된다. 운동 소비자의 자기주장이 강하면 전문가와 운동하는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다.

한 체육학과 교수는 “국내서 제대로 필라테스를 배운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며 “민간단체에서 3~4주 교육을 받고 필라테스를 가르치는 것 자체가 운동효과를 떨어뜨리고 왜곡시키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다보니 부상도 잦다. 이대택 교수는 “지식이 부족한 사람이 자격증만 갖고 사업장을 차려 사람들을 지도하니 부상이 늘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고 무작정 수요자의 요구 수준을 떨어뜨리는 것도 어불성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련자의 요구에만 목매지 말고 필라테스 동작이 아닌 운동 자체에 대한 이해부터 시켜야 하는 게 지도자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조성연 하늘병원장(스포츠의학과 전문의)은 “필라테스는 ‘매일매일 실시해도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 누구에게나 좋은 운동은 아니다”며 “목·허리디스크, 퇴행성 척추질환, 관절염, 고도비만환자는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사람들은 운동과정에서 역효과로 인해 부상을 입기 쉽다”고 지적했다.

조성연 원장에 따르면 필라테스로 인해 병원을 찾게 되는 환자는 크게 세가지 유형이 있다.
우선 건강해도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투자해 운동하는 경우다. 운동을 할 때에는 과욕을 부리지 말고 자신이 해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 범위를 넘어서면 독이 돼 결국 부상으로 연결된다. 이런 사람들 중에는 필라테스의 운동강도를 얕보는 경우가 많았다.

둘째, 관절의 움직임을 너무 크게 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무조건 필라테스 강사의 동작과 똑같이 해내지 말고 무통 범위(통증을 느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운동해야 한다. 물론 약간의 당김이나 불편함은 감수해야 운동효과가 좋지만 통증이 심하면 결국 관절·근육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셋째, 너무 자주 운동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조성연 원장은 “매일매일 운동해야 건강에 이롭다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라며 “신체는 하루 운동하고 하루 쉬어야 더욱 성장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건강한 사람을 기준으로 하루 운동 하루 쉬기로 일주일에 3~4일 운동하는 게 가장 추천된다”며 “젊고 활동성 높은 사람은 일주일에 4~5일, 40~50대 중년층은 4일을 넘기지 말고, 60대 이상은 1주일에 2~3번이면 충분하다”고 조언했다. 휴식일에는 가벼운 생활 속 걷기 정도가 무난하다.

필라테스는 파워하우스를 강화해 신체 균형을 잡고 예쁜 몸매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만 부작용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알아둬야 할 필요가 있다. 운동하기 전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하고 시작해야 부상을 막고 효과적으로 운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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