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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분만 아이에게 좋다지만 … 무리한 ‘브이백’ 자궁파열 위험 상존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3-12-31 15:58:46
  • 수정 2014-01-06 17:3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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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째아이 제왕절개때 남은 상처, 벌어지면서 사고 … 태아·산모 사망, 자궁적출술 등 우려

과거처럼 아이를 셋 이상 두지 않는 출산문화에서 첫아이를 제왕절개로 출산한 뒤 둘째 또는 셋째 아이를 굳이 자연분만으로 낳으려는 브이백 출산은 적잖은 위험성을 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사의 상업성에 휘둘리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요즘 자연출산·자연분만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얼마 전 걸그룹 원더걸스의 멤버 선예가 집에서 아이를 낳는 ‘홈벌쓰’로 출산하면서 산모들 사이에서 더욱 화제가 됐다. 그 영향으로 일부러 제왕절개하는 산모도 줄어들었다. 1990~2000년대 초반까지 몸매를 망치기 싫어서 제왕절개를 선택했던 모습과 상반된다.

최근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이가 제왕절개로 출생한 아이에 비해 건강하고 지능도 높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산모들의 선호도가 바뀌고 있다. 자연분만 시 아기가 좁은 산도를 통해 나오는 과정에서 신체 모든 부위가 자극을 받아 건강과 뇌에 좋은 영향을 받는다는 설명이다. 

자연분만은 아이뿐만 아니라 엄마에게도 좋다. 출산 후 산모의 회복이 빠르기 때문에 모유수유 성공률이 높아지는 게 장점이다. 모유수유는 아기의 면역력 증가는 물론 비만 및 알레르기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한동안 제왕절개가 유행하다가 2000년 초반 뮤지컬배우 최정원 씨가 수중분만으로 아이를 낳으면서 잠시 특이한 분만법이 주목받고, 특이한 분만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연분만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아이에 맹목적인 어머니는 아이에게 무조건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에 이같은 결정을 하게 된다.

하지만 산모의 상태에 따라 자연분만이 어려워 제왕절개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예컨대 엄마의 골반이 지나치게 좁은데 아이의 머리가 크면 자연분만이 힘들다. 아기가 거꾸로 된 ‘둔위’도 제왕절개를 고려해야 한다. 태반이 자궁 출구에 매우 근접해 있거나 출구를 덮은 전치태반(placenta previa)도 자연분만을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다.

첫째를 자기의 의사와 상관없이 제왕절개로 낳은 뒤 둘째는 꼭 자연분만으로 낳으려는 산모가 많다. 이 때 ‘브이백 자연분만(VBAC, vaginal birth after cesarean section)’을 고려하게 된다. 브이백은 첫 아이를 제왕절개수술로 낳고, 그 이후의 태아를 자연분만으로 낳는 것을 말한다.

주부 이 모씨(34)는 4년 전 첫째를 제왕절개로 낳은 뒤 이번에 생긴 둘째는 꼭 자연분만하려 마음먹고 있다. 친구가 ‘브이백’ 시술에 대해 알려주면서 희망이 생긴 것이다. 인터넷 카페를 돌아봐도 브이백으로 성공했다며 ‘강추’하는 글이 넘친다. 다니는 산부인과에서도 이를 장려하며 브이백 시술을 받아야 할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씨는 결국 둘째도 제왕절개로 낳을 수밖에 없었다. 진통이 심해지자 갑자기 주치의가 “이대로는 큰 문제가 생길 것 같다”며 “응급수술로 낳아야 겠다”고 수술을 진행한 것이다. 비용은 비용대로 들고, 이 씨는 어쩐지 망연자실한 기분이다.

방장훈 호산여성병원장은 “처음 자연분만하는 경우 둘째도 자연분만하기 쉽지만, 첫째를 제왕절개로 낳았다면 둘째도 어쩔 수 없이 수술로 낳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아무리 자연분만이 좋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상황에 맞게 출산하는 게 가장 우선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이런 선호도에 따라 맹목적으로 브이백을 추천하는 것은 지양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장훈 원장은 “브이백도 무조건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첫 출산 때보다 더 꼼꼼하고 세심한 검사가 기반돼야 한다”며 “산모의 골반넓이 및 상태 등 엄마의 체질, 아이의 상태, 전치태반 여부, 내출혈 유무 등 모든 것을 살펴봐야 하며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게 ‘왜 첫출산을 제왕절개로 해야만 했는지’ 이유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첫 아이 제왕절개수술 이유는 브이백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임신하면 자궁의 크기가 늘어나면서 자궁두께가 얇아진다. 이 때 제왕절개를 받은 적이 있다면 당연히 수술자국 때문에 수술받은 부위는 훨씬 더 얇아진다. 따라서 자궁파열이 유발되기 쉽다. 이럴 경우 태아가 사망할 수 있고 산모도 위험하다. 자궁을 들어내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이런 문제는 실제 발생할 경우 대형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크다. 자궁파열은 산모와 태아의 생명과 직결되므로 무조건 ‘아이에게 좋다’고 해서 브이백을 고려할 것은 아니다. 이런 부작용을 알고 있더라도 꼭 브이백을 받아야겠다고 결심했다면 자궁 두께를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 초음파검사로 자연분만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산모도 자신의 병력을 속이지 말고 이야기해야 한다. 제왕절개 여부뿐만 아니라 난소수술 등 여성수술을 받은 적이 있으면 주치의에게 사전에 말해야 안전하게 브이백을 진행할 수 있다. 

아무리 자궁두께가 두껍더라도 상처부위 때문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진통과정에서 상처 부위가 벌어져 이 과정에서도 자궁이 파열될 수 있다. 진통은 8~10시간 가량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과정으로 문제의 소지가 크다. 우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 환자에게만 붙어 진행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의사도 없을뿐더러 대개 약간의 이상 징조만 보이면 이씨의 경우처럼 바로 제왕절개수술을 해버리기 일쑤다. 심지어 자궁이 2~3㎝ 열렸을 때에도 제왕절개 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방 원장은 “브이백의 유일한 장점은 바로 ‘수술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지만, 자궁의 상처는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어 자연분만을 시도하다가 제왕절개수술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설명했다. 자궁파열 등 이같은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는 생각보다 흔해 브이백을 시도한 산모 중 최대 10%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방장훈 원장은 “서울대병원에서는 2000년대 초반 이미 ‘브이백은 위험한 요인이 많아’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결론을 낸 바 있다”며 “위험한 만큼 개인병원이 아닌 대학병원에서 시행돼야 하는데, 대학병원 교수들은 이런 위험성을 잘 알기 때문에 시술하길 꺼리고, 결국 경영상황이 어려운 개인병원에서 고부가가치를 노려 브이백 시술을 감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이런 위험성을 알면서도 브이백을 진행하는 것은 브이백이 환자를 유치하고 포섭하는 방법으로 전락한 것”이라며 “의사들은 자신의 아내나 딸에게 절대 브이백을 권하지 않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방 원장은 “게다가 우리나라는 브이백이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보험처리도 쉽지 않고 사고가 났을 때 환자 혼자만 억울하게 될 수 있다”며 “미국의 경우 보험처리가 잘 됨에도 불구하고 브이백 시술 횟수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브이백은 수혈·마취 준비가 24시간 가능하고, 수술 기구 및 시설이 제대로 갖췄으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태아의 건강을 케어해줄 수 있는 소아과 전문의가 상주하는 병원에서 진행돼야 한다”며 “산모는 특히 무조건 브이백이 좋다는 이야기에 홀리지 말고 부작용에 대해 정확히 인지한 뒤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방장훈 원장은 “브이백 시술시 1인실에서 비싼 병실료를 치르게 하거나, 좀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제왕절개로 전환해 수술비도 청구하는 등의 행태가 성행하고 있다”며 “과거처럼 아이를 3명 이상 낳지 않는 오늘날의 출산문화에서 굳이 둘째 아이를 위험성을 무릅쓰고 브이백으로 낳으려는 것도 합리적인 사고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제왕절개수술로는 최대 3명의 아이까지만 낳는 게 안전하다. 반면 브이백은 5명까지 낳던 과거에 추구했던 출산 방식 중 하나다. 오늘날 새삼스럽게 브이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상업주의에 편승한 복고풍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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