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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5명, 서울아산병원서 새 삶 선물받아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3-12-27 18:01:10
  • 수정 2013-12-30 17: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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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활고·태풍 하이옌 등 자연재해 겹쳐 치료 못받던 아이들 초청해 심장수술 … 건강하게 회복중

서울아산병원 의료진과 필리핀 심장병 어린이 5명이 최근 ‘완치 축하 잔치’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가난과 태풍 등 고통 속에 심장병을 앓던 필리핀 환아 5명이 서울아산병원에서 새 삶을 찾았다. 이 병원은 최근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 필리핀 환아 다린(4), 마리(4·여), 존칼(5), 트리샤(7·여), 카를로(13)를 초청해 심장수술을 시행했다. 아이들은 모두 건강을 되찾았다.
 
환아들은 태어날 때부터 심방중격결손, 심실중격결손, 팔로4징증(Tetralogy of Fallot  우심실 유출로 협착, 심실 중격 결손, 대동맥 기승, 우심실 비대 등 4가지 해부학적 이상을 보이는 선천성 심장질환) 등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경제적 어려움과 열악한 의료환경 등으로 수술은커녕 약도 구하지 못했다. 게다가 계속되는 태풍과 장마로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었다.
 
필리핀 라구나주 산타크루즈에 사는 존칼은 심실중격결손으로 태어날 때부터 좌우 심실 사이의 벽에 구멍이 나 있어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차 누워 있어야만 했다. 부모는 생후 2개월 때 아이의 병을 알게 됐지만 치료비용 문제로 제대로 손 한번 쓰지 못했다.
 
트리샤는 좌우 심방사이의 중간 벽에 구멍이 발생한 심방중격결손으로 진단받았다. 호흡이 어려워 기운 없는 모습에 얼굴이 항상 창백했다. 이럴 경우 병을 방치하면 폐가 점점 망가져 정상적인 호흡이 힘들고 부정맥·혈전색전증이 발생해 뇌에까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트리샤는 5명의 아이 중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큰 상황이었다. 올해 10월 초 큰 비를 동반한 태풍 때문에 집은 물에 잠겼고, 근처 초등학교로 대피해야만 했다. 그 후 11월에 찾아온 초대형 태풍 하이옌으로 그 피해는 더욱 커졌고, 수입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트리샤의 다섯 식구는 지금까지 초등학교에 마련된 임시대피소에서 지내고 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병마와 싸우던 환아들은 필리핀 라구나 주립병원을 찾은 한국 의료봉사단을 만나면서 희망을 찾았다. 환아 5명은 한국 의료진 중 한 명이었던 김영휘 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과 교수로부터 수술이 시급하다는 진단을 받고 병원으로부터 초청받았다.
 
이들은 지난 2일 한국에 입국해 한국심장재단의 도움으로 수술 등 모든 치료를 지원받게 됐다. 수술은 지난 3~6일 윤태진·박천수 소아심장외과 교수의 집도로 이뤄졌다. 트리샤, 존칼, 카를로에게는 심장에 난 구멍을 막는 결손봉합술이 집도됐다.
 
마리와 다린은 우심실 유출로의 협착된 부분을 제거해 폐동맥으로 가는 혈류를 원활하게 만들고 심실중격의 결손을 막아 정상적인 심장구조를 갖도록 하는 완전교정술을 받았다.
 
윤태진 교수는 “수술 결과가 매우 만족스럽고, 5명 아이 모두 수술을 잘 견뎌줘 고맙다”며 “필리핀으로 돌아가면 친구들과 함께 뛰어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퇴원을 앞두고 서울아산병원 의료진 등은 ‘필리핀 심장병 환아 완치 잔치’를 열어 직원들이 모은 옷과 신발 등 320점을 전달했다. 이 병원은 올해 필리핀 선천성 심장병 환아 5명을 비롯해 라오스·태국·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뇌종양·심장병·희귀난치성 신경근육질환 등을 앓는 환아 11명을 초청해 치료를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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