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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다고 ‘등산 중 막걸리 한잔’ 더딘 피로회복·운동효과 감소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3-12-18 17:27:49
  • 수정 2014-02-24 16:4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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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코올, 6분만에 바로 악영향 … 근육손상 및 염증 후 회복과정 방해, 체내 칼슘전달도 저하

등산 후 만족감에 즐기는 하산주는 근육회복 및 근육증강에 걸림돌이 되기 십상이다.

평소 등산이 취미인 주부 박 모씨(41)는 2년째 등산다이어트를 해오고 있지만 몸무게는 영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남편과 몇몇 친구들끼리 부부동반 등산모임을 만들어 꽤 높고 험하다는 산까지 찾아다니는 수준이다. 등산이 끝나면 ‘제대로 운동했다’는 뿌듯함과 건강해진 느낌이 들어 당연히 살이 빠질 줄 알았다. 고강도운동을 시작한지 2년이 지났음에도 처음 몸무게와 별 차이가 없는데다가 남편이 놀리기까지 해 박 씨는 점점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박 씨가 간과한 게 있다. 바로 등산하면서 즐기는 달달한 막걸리다. 많은 등산 애호가들은 막걸리를 꼭 챙긴다. 목표지점까지 올라가 좋은 경치를 보며 마시는 술은 ‘뭔가 해낸 뒤의 보상’을 받는 상쾌한 기분을 안겨준다. 정상에서 마시는 ‘정상주’, 하산한 뒤 근처 식당에서 마무리하는 ‘하산주’는 등산객들의 필수 코스다.

술을 마시면 자기도 모르게 과식이나 폭식을 하게 된다. 평상시와 같은 양을 먹더라도 식욕억제호르몬 분비가 저하돼 포만감을 느끼지 못해서다. 보통 산행이 이른 아침부터 시작되므로 정상주는 대개 낮에 마시게 된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느끼다보니 편하게 한잔, 두잔 마시는 막걸리로 과음·과식에 이르기 십상이다.

게다가 ‘막걸리 다이어트’가 화제가 되면서 ‘막걸리는 살이 찌지 않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는 애주가도 많다. 막걸리 다이어트가 화제가 된 것은 막걸리의 성분 중 하나인 메티오닌이라는 필수아미노산이 체중유지 및 지방축적 방지 효과 때문이다.

하지만 막걸리에는 소량의 메티오닌을 제외하면 다량의 탄수화물과 알코올(에탄올)이 들어 있다. 등산객들이 막걸리를 마시면 탄수화물을 과잉 섭취하게 되고 다양한 안주를 함께 즐기다보면 어느새 열량 초과다. 다이어트에 효과를 보려면 저녁시간에 하루 2잔 정도 들이키는 게 도움이 된다.
 
다이어트 효과를 떠나 운동 중, 운동 후에 마시는 술은 독일 수밖에 없다. 특히 겨울 산행은 눈길, 빙판길 등으로 더욱 위험하다. 소방방재청이 2010년부터 3년간 국립공원 산악 안전사고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산악 안전사고로 총 1383명(사망 67명·부상 1316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자의 사고원인은 추락사 25명(37.3%), 신체결함 25명(37.3%), 익사 7명(10.4%), 천재지변 5명(7.4%) 순이었다. 사고 유형별로 살펴보면 골절 409명(31.1%), 고립·실종 213명(16.2%), 상처 202명(15.3%), 탈진 123명(93.3%), 경련 108명(8.2%) 등으로 대부분 개인 부주의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119구조대가 산악사고로 출동한 건수는 7105건으로 넘어져 다치는 경우여서 하루 평균 20명이 등산을 즐기다, 그것도 주로 하산 과정에서 다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산을 내려올 때에는 무게중심이 높아 몸의 균형을 맞추기 어려워 넘어지기 쉽다. 발목과 무릎이 받는 부담이 자신의 체중의 3배에 달하고 배낭무게까지 합하면 부담은 더욱 커진다. 여기에 술까지 마셨을 경우 사고위험은 더욱 커진다.

전용준 다사랑중앙병원 원장은 “술은 소뇌의 운동기능과 평형감각, 반사신경을 둔화시킨다”며 “요즘 같은 영하의 추운 온도에서는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도 언 땅에 발이 미끄러져 부상을 당할 수 있는데, 술까지 마셨다면 평형감각이 둔해져 아찔한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고 말했다.

알코올 성분은 마시기 시작한지 단 6분 만에 뇌에 도달해 인체에 영향을 끼친다. 아민 빌러 독일 하이델베르그 대학병원 교수는 “술을 마신 뒤 6분만 지나면 뇌에서 알코올 농도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며 “뇌세포를 보호하는 크레아틴 농도가 떨어지고 뇌세포막을 형성하고 신경전달물질의 원료가 되는 콜린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자칫 술을 잘 못마시는 사람은 마신지 6분만에 사고에 노출되기 쉬워진다는 이야기다.
 
전용준 원장은 “음주 후 이어지는 하산은 갑작스럽게 혈압을 높여 두통 및 현기증을 유발할 수 있다”며 “이때 휴식을 취하지 않고 무리하게 산행하면 심장발작이나 뇌졸중 등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심한 경우 의식을 잃을 수 있어 평소처럼 ‘취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며 “누구든 등산 중 가슴에 통증이 느껴지거나 평소보다 숨이 가빠오면 산행을 중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애주가들은 흔히 “추울 때에는 술 한 잔 마셔줘야 몸에 열이 올라 따뜻해진다”며 술을 권하곤 한다. 하지만 실상은 술이 혈관을 확장시켜 열을 발산시키기 때문에 오히려 저체온증을 유발할 수 있다.
정상주를 마신 후 내려오다가 만일의 경우 일행 중 몇몇이 뒤처지거나 홀로 조난당했을 때 저체온증 진행이 가속화돼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니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게다가 산행 중 막걸리를 마시면 피로도는 더욱 쌓인다. 등산은 1시간 당 600~1090㎉나 소모하는 고강도운동으로 몸이 지칠 우려가 높다. 여기에 쌀이 주성분인 막걸리를 마시면 탄수화물을 소화하면서 생성된 젖산이 체내에 쌓이며 근육을 긴장시키고 피로를 불러오며 간에도 부담이 가게 된다. 마실 때에는 상쾌한 기분이지만 막상 운동해도 개운하지 않고 피곤한 이유다.

무사히 하산한 뒤 마시는 하산주도 신체 회복에 악영향을 끼친다. 2010년 ‘스포츠 과학 및 의학 저널’(Journal of Science and Medicine in Sport)에서는 운동 후 알코올 섭취는 근육의 회복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운동효과를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다이어트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게재된 바 있다. 
이 저널에 따르면 운동 후 섭취하는 술은 신체 내재면역(innate immunity)에 영향을 끼쳐 외부 감염원이나 공격으로부터 몸을 지키려는 방어기능에 혼란을 야기한다.

등산 같은 고강도운동을 수행하면 근수축이 잦아 근섬유에 손상이 생기는데, 이때 이런 손상으로부터 회복하려면 염증(inflammation)이라고 하는 면역반응을 거치게 된다. 
즉 운동 후 뇌는 근손상을 위험신호로 인지하고 호중구(neutrophil)와 대식세포(macrophage) 같은 면역세포들을 손상된 근육 주변으로 보낸다. 면역세포는 손상된 근육의 잔해를 먹어치우는 식작용(phagocytosis)을 하면서 지연성 근육통증(delayd onset muscle soreness, DOMS)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대식세포의 경우 식작용 외에 근육 재생에 도움되는 다양한 성장인자 분비를 한다.  

즉 운동 후 근손상 이후에 염증과정이 정상적으로 일어나고 이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근육상태의 환원은 물론 성장까지 고대할 수 있는데 운동 후 음주는 염증 진행 및 회복과정에서 악영향을 준다는 논리다. 염증 회복이 지연된다면 불필요한 근육통증으로 인해 불편·불쾌감을 느끼는 시간도 길어지기 마련이다. 

같은 저널에서 운동 후 술을 마시면 염증반응에 악영향을 끼칠뿐만 아니라 신체 내 칼슘 전달을 방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칼슘은 근수축에 반드시 필요한 성분이다. 칼슘이 액틴의 트로포닌C(troponin C)와 결합해야 근수축이 일어날 수 있다.

칼슘은 근형질세망(sarcoplasmic reticulum)에 저장되고 방출되는 과정을 반복한다. 하지만 손상이 일어나면 근형질세망의 구조가 변하고 칼슘을 전달하려는 기능도 약해진다. 칼슘이 잘 전달되지 못하면 근력을 회복하고 발휘하는데 어려움이 생긴다.

목표를 세우고 운동을 할 때에는 그 자체에만 집중하는 게 가장 좋다. 등산도 술도 열심히 즐기다보면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렵다. 먹고 마시는 것을 더 앞세우는 등산은 운동이라기보다는 배가 호사하는 나들이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추운 날씨에는 낙상·실족사고가 생기기 쉬우므로 등산 중 음주는 자제돼야 한다. ‘등산 중 한잔’은 마실때만 상쾌하지 오히려 근육 및 피로회복을 더디게 해 다음날 출근·등교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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