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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협·다국적의약산업협회, ‘시장형 실거래가제’ 두고 대립
  • 문형민 기자
  • 등록 2013-12-17 16:13:46
  • 수정 2013-12-19 18: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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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주 의원 분석결과, 재정손실 최소 464억원, 최대 1601억원 … 인센티브 대부분 대형병원에 집중

대한병원협회는 17일 약제 저가구매를 통한 의료기관의 재정절감과 의료수익구조가 개선되도록 내년 2월부터 ‘시장형 실거래가제도’를 시행할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반면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는 시장형 실거래가제를 조속히 폐지해야 한다고 표명했다. 약가규제정책이 제약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업계와 충분히 소통하고 의견을 반영해 줄 것을 피력했다. 

시장형 실거래가제도(저가구매 인센티브)는 병원과 약국 등 요양기관이 의약품을 건강보험 기준(상한가)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경우 차액의 70%를 요양기관에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제도다. 예컨대 병원이 상한금액 1000원짜리 약품을 900원에 구매했을 경우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에서 약가 차액(상한가·구매가) 100원의 70%인 70원을 병원에 지급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월까지 시행됐으며, 2012년 정부의 기등재 의약품 목록 정비 및 약가 일괄인하 정책으로 유예된 상태다. 현재 분위기로서는 내년 2월 부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병협은 “실거래가제도를 시행하면 의료기관이 의약품을 저가에 구매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이로 인한 약제비 절감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며 “의료기관의 수익구조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KRPIA 측은 “시장형 실거래가제는 현재 제약환경에서는 존치시켜야 할 명분과 이유가 없다”며 “요양기관의 우월한 입장에 따른 저가구매 압력,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악영향, 과도하고 중복적인 규제로 인한 연구개발 투자의지 저하 등을 고려할 때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또 “시장형 실거래가제는 일괄약가인하 단행과 리베이트 규제 강화 등으로 제약환경이 많이 변화했고 국정감사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됐듯이 시장형 실거래가제는 보험재정 절감분보다 종합병원에 제공하는 인센티브가 더 많아 적자를 가져온다”며 “이를 시행하는 것은 정부가 주장한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와도 부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국적제약사 주장에 따르면 이같은 규제정책은 정부가 내세운 ‘2020 세계 7대 제약강국 도약’을 위한 제약산업 육성정책 방향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복지부는 제약업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또다른 약가인하제도인 ‘사용량-약가 연동제’를 추진해왔다. 이 제도의 ‘50억&10% 조항’은 전년 대비 건강보험 약제비 청구액이 10% 이상 증가하고, 금액으로는 50억원 이상 늘어날 때 약가협상 대상에 추가하는 것으로 내년부터 신설될 예정이다.

다국적제약사들은 이같은 약가제도가 기업의 존속 가능성을 흔들고, 제약기업의 투자의욕을 꺾어 궁극적으로는 국내 제약산업의 발전 가능성과 우수 의약품에 대한 환자 접근성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제약업계는 2012년 4월 단행된 1조7000억원 규모의 일괄약가인하로 경영상황이 악화됐으며, 생존경쟁에 따른 극심한 출혈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KRPIA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사용량-약가 연동제 확대를 반대해왔으며, 시장형 실거래가제를 비롯한 약가규제정책은 제약업계의 경영을 악화시키고 고용유지를 어렵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약업계는 또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과거의 ‘실거래가상환제’를 보완해서 운영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제안했다. 시장형 실거래가제의 도입 목적은 리베이트 규제를 강화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의료기관과 제약사 및 도매상 간의 실거래가를 파악하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시장형 실거래가에 의한 추가적인 약가인하 효과도 2012년부터 도입된 특허만료 후 53.55% 수준까지 약가가 인하되는 규정이 발효됨에 따라 충분히 실현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KRPIA 측은 “최근 업계를 비롯한 여러 기관이 시장형 실거래가제에 대한 많은 우려를 표현하고 대안까지 제시했음에도 복지부는 이를 묵살하고 투자활성화보다는 규제 위주의 정책을 짜려 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실망했다”며 “신임 문형표 장관이 국내 제약산업을 위해 정책 추진에 앞서 기업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신중히 정책을 펼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1월 1일 국정감사에서 김성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은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가 시행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월까지 16개월간 보험상한가 기준 약품비 총액, 실제 약품비 청구액, 인센티브 지급 현황 등을 분석한 결과 약가 인하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절감액보다 의료기관에 준 인센티브가 더 많아 실제로는 최소 464억원, 최대 1601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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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형 실거래가 제도에 참여한 요양기관도 10곳 중 1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행기간 동안 실거래가 관련 약품비를 청구한 곳은 총 7768기관으로 약품비를 청구한 6만9106기관의 11.2%에 불과했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은 각각 95%, 88%인 반면 의원급 의료기관은 8%, 약국은 9%밖에 참여하지 않았다.

또 인센티브 대부분은 대형병원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시행 16개월 동안 지급된 저가구매 인센티브는 총 2339억원, 그 중 91.7%인 2143억원이 종합병원 및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에 쏠렸다. 반면 병원은 6.4%, 의원 1.7%, 약국은 0.17%에 불과했다.

김 의원은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하고 의약품 유통 투명화 및 국민 약가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가 오히려 건강보험 재정에 독이 돼 최소 400억원, 최대 1600억원을 좀먹고 있었던 것”이라며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를 통한 의약품 청구는 전체 청구액의 27%에 불과하고 나머지 73%의 의약품 유통은 아직도 사각지대에 있어 의약품 유통 투명성 제고 효과도 미미하며, 저가구매 인센티브가 대형병원에 집중되면서 해당 기관을 이용하지 않은 많은 국민들은 약품비 절감 혜택을 보지 못하는 등 형평성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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