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발병 시 나타난 통증이 옷깃이 스치기만 해도 찌릿하게 아프다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에 걸리기 쉽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대상포진은 잠식해있던 수두바이러스가 면역체계가 약해진 틈을 타 발현되는 피부질환이다. 그동안 발생 초기에 항바이러스제와 함께 진통제, 스테로이드제로 치료하는 게 전부였다. 물론 최근 예방백신이 등장하긴 했으나 위약 대비 질환발생률 70% 감소시키는 효과에 그치는 수준이다.
이 질환은 치료 후 1주일 정도 지나면 부풀어 올랐던 물집이 가라앉으면서 딱지가 생기고 통증도 완화된다. 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났음에도 통증이 사그라지지 않았다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 이란 합병증으로 고생할 여지가 크다.
김혜원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교수팀은 2010년 4월~2012년 3월 대상포진으로 진단받은 305명을 조사한 결과 70대 정도로 나이가 많거나 초기의 피부병변이 심할수록, 발병 초기부터 통증 양상이 찔리는 느낌이 들거나 스치기만 해도 아픈 증상이 있으면 3개월 후에도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남아있을 확률이 높았다고 10일 밝혔다.
통증의 정도나 느낌은 개인마다 달라서 간지러운 것처럼 강도가 심하지 않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찌릿하거나 피부가 찢어질 것 같고 개미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이도 있다. 심하게는 옷깃만 스쳐도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특히 70세 이상 노인층은 통증의 정도를 나타내는 시각적통증지수(Visual analogue scale : VAS, 10점 만점)와 초기 신경통 지수(S-LANSS)가 각각 6점, 15점 이상인 경우 3개월 후 대상포진 후 신경통에 걸릴 확률이 36.8%에 달했다. 이번 결과를 통해 대상포진 환자 중 70세 이상인 경우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어느 정도 될 지를 예측할 수 있게 됐다.
305명 중 대상포진 후 신경통에 걸린 사람은 전체의 6.2%에 해당하는 19명이었다. 49세 이하가 1.8%, 50~59세 5.1%, 60~69세 8.1%, 70세 이상이 20%로 나이가 많을수록 높았다. 통증이 180일 이상 지속된 사람은 11명이었고, 360일 이상 이어진 환자도 10명이나 됐다.
질환의 정도를 상·중·하로 나누었을 때 가장 상태가 심한 환자는 29명(9.5%)이었고, 중간 정도는 203명(66.5%), 질환이 가벼운 환자는 73명(24%)이었다.
이들 중 가만히 있을 때 따끔거리는 느낌을 겪은 사람은 236명(77.4% 이하 복수응답), 스치기만 해도 아픈 느낌 205명(67.2%), 눌렀을 때 아픈 느낌 189명(62%), 피부가 멍멍한 느낌 176명(57.5%), 갑자기 칼로 베는 듯한 통증 167명(54.8%), 화끈거림 136명(44.6%), 통증이 있을 때 피부색 변화를 보인 경우 100명(32.8%)이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짧게는 수일에서 길게는 1년 가까이 지속된다. 이 때문에 우울증이나 자괴감 등 정신적인 합병증을 동반한 사람도 상당수다. 이들의 가장 큰 관심도 ‘언제 통증이 사라지느냐’다.
김혜원 교수는 “70세 이상이면서 통증이 심한 환자뿐만 아니라 찌르는 듯한 느낌이나 멍멍한 느낌, 옷깃이 스치기만 해도 아픈 증상이 초기부터 있으면 3개월 후에도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남아있을 확률이 36.8%나 됐다”며 “앞으로는 대상포진 발병 초기에 VAS, S-LANSS로 환자가 느끼는 통증의 정도와 느낌을 파악하면 위험도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