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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제거’ 로봇수술, 과연 최선입니까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3-12-05 17:55:19
  • 수정 2013-12-10 16: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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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흉터 줄이려 로봇 찾지만 내시경 공간 확보하느라 인접 조직 손상 우려 … 고가 수술 비용이 조장

갑상선 조기진단 기술의 발전으로 갑상선암수술이 크게 늘고있는 가운데, 로봇수술 후 고비용 대비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의료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 5월 가수 겸 연기자 박정아 씨가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충격받았다. 30대 초반에 ‘벌써 암?’하는 반응이 나올 법하다. 박 씨뿐만 아니라 가수 엄정화, 개그우먼 안영미, 탤런트 오윤아, 뮤지컬배우 전수경 씨 등 의외로 많은 여자 연예인, 그것도 한창 활동할 청장년층의 여성들이 갑상선 관련 질환을 앓거나 수술받은 경험이 속속 알려지면서 젊은 여성들의 ‘갑상선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갑상선은 신진대사를 조절하고 호르몬을 분비하는 매우 작은 기관이다. 성대가 있는 후두 아래쪽에 나비가 날개를 펼친 모양으로 자리잡고 있다. 약 20g의 작은 크기지만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실제로 갑상선 관련 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1년 갑상선 악성신생물로 인한 진료 청구건수는 입원 6494건, 외래 7만9515건이었으나 2011년에는 입원이 6만6974건, 외래는 86만6187건에 달했다.

모든 암이 평균 두 배 증가했던 2000~2010년에 갑상선암은 10배 이상 늘어났다. 갑상선암이 유발되는 원인은 아직까지 불분명하다. 다만 의심되는 요인은 많다. 원자력발전소 논란, 잦은 방사선촬영, 유전적 요인, 서구식 식단에 따른 비만 등을 꼽는다. 또 국내 갑상선암이 많이 늘어난 배경에는 진단법의 발달이 한몫했다. 기초진단에 주로 쓰이는 초음파검사 장비의 해상도가 좋아져 1㎜ 크기의 종양까지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갑상선질환은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갑상선저하증·갑상선항진증 등 갑상선호르몬 분비 기능에 이상이 생긴 질환, 암이나 혹(양성종양) 같은 종양성 질환, 갑상선에 염증이 생기는 염증성질환으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갑상선에 악성 종양이 생긴 갑상선암은 수술로 제거해야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갑상선암은 국내 여성암 1위로 수술 횟수도 증가하고 있다. 진단기술이 발달한 덕에 지름 1㎜ 크기의 미세한 암까지 포착, 갑상선암은 발견하면 거의 100% 수술로 치료한다.

갑상선암은 성장 속도가 느리다. 암이 발견된 후 갑자기 진행이 빨라지는 사례는 드물다. 환자의 상황이나 몸 상태에 따라 치료 일정을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암이다. 이에 따라 조기암(1~2기)의 치료 성적은 100%에 육박한다. 하지만 아무리 암 진행속도가 늦고, 치료 예후가 좋아도 조기발견·조기치료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국내서 처음 갑상선암에 ‘거북이암’이라고 이름 붙인 박정수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는 “일각에서는 ‘착한 암’이라고 부르지만 림프선에 전이됐다면 위험도가 커지고, 역형성암·수질암 등 미분화암인 경우엔 진행이 빨라 매우 위험하고 아주 조기에 발견된 경우에만 수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착한 암이라 하더라도 방치하거나 수술을 미루면 암의 성질이 나빠질 위험이 상존하는 것이다.

갑상선수술은 전통적인 절개법, 한단계 진화된 내시경수술, 첨단으로 일컬어지는 로봇수술로 나뉜다. 1900년대 미국의 전설적인 외과의사 윌리엄 할스테드는 “갑상선암 수술은 외과 수술 중 가장 정교하고 어려운 고난이도 영역”이라며 “수술 원칙은 갑상선 조직을 남기지 않고 철저하게 제거한 뒤 신경을 잘 보존하고 부갑상선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미 100년전에 오늘날에도 인정받고 있는 수술 원칙이 확립된 것이다.

절개수술은 목 중앙을 5~6㎝ 정도 절개한 뒤 종양을 제거한다. 시야가 많이 확보되며, 갑상선암 절개에 앞서 경부 임파절을 간단하게 제거할 수 있다. 목의 정중앙에서 5㎝이상 수술흉터가 남아 미용상 문제로 거부감이 생길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수술 후 피부당김, 감각저하 등 불편함이 유발되기도 한다.

이용상 연세대 강남세브란스 외과 교수는 “절개수술은 1900년대 초반부터 시행되던 가장 기본적이고 전통적인 갑상선암 치료법”이라며 “어떤 환자에게나 적용할 수 있으며 흉터를 걱정하는 사람은 목걸이에 가려 흉터가 보이지 않도록 목 주름을 활용해 절개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성들이 ‘흉터’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향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를 감안해 등장한 게 내시경 갑상선수술이다. 내시경수술은 1999년 박용래·신준호·배원길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외과 교수팀이 양측 유두 주위 절개를 통한 갑상선 접근법으로 처음 성공했다. 이어 2001년에는 정웅윤·박정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팀이 한쪽 겨드랑이를 통한 갑상선 접근법에 성공했다. 현재는 세브란스병원에서 주로 시술되는 겨드랑이 접근법과 서울대병원에서 주로 시술되는 유두주위 접근법 등 크게 두가지 수술법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어떤 방식의 내시경수술을 받더라도 양측 유두주위에서 갑상선까지 한뼘 정도 또는 겨드랑이에서 갑상선까지 한뼘 정도는 손바닥 길이 정도의 터널을 피하에 뚫어놔야 수술할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수년 전부터는 갑상선암 로봇수술이 크게 늘고 있다. 주요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한국의 수술 술기를 배우기 상당수 의사들이 찾아오고 있다.
로봇수술방식은 내시경수술과 거의 유사해 겨드랑이와 유륜 등에 0.5~1㎝의 절개 구멍을 1~4개 내고, 로봇팔을 넣어 목 부위의 갑상선 종양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내시경수술과 마찬가지로 흉터를 남기지 않으며 회복 기간이 짧은 게 장점이다. 내시경수술에 비해 로봇팔의 움직임이 정교해 더 섬세한 수술이 가능한 게 특장점이다. 
로봇수술은 최소 3개, 보통 4개 가량의 로봇팔이 들어가야 이뤄진다. 로봇팔이 들어갈 공간을 마련하려면 내시경으로 뚫어야 하므로 절대 간단한 수술이 아니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갑상선 주위의 신경조직이나 피부조직, 성대 관련 조직을 손상시킬 위험이 존재한다. 이로 인한 관련 기능의 저하와 통증이 수반될 수 있다.
이용상 교수는 “갑상선암 절제수술은 어떤 방식으로 택하더라도 피부신경이 손상될 수밖에 없어 감각에 이상을 느끼게 될 수 있다”며 “이에 대해 수술 전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지만 막상 이상이 느껴지면 걱정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즉 절개수술 시 겉으로 드러나는 목의 흉터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내시경수술 및 로봇수술(엄밀히 말하면 내시경로봇수술)을 선택할 경우 수술을 위한 공간 확보 과정에서 오히려 생각지도 않은 수술 후유증에 환자가 노출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예컨대 유두 주위로 내시경을 넣어 수술받게 되면 양측 유방 윗부분이, 겨드랑이로 접근해 내시경을 넣을 경우 겨드랑이에서 쇄골 윗부분으로 통증이 발생한다. 수술 후 1개월 남짓의 한참 동안 통증이 지속되고, 어느 정도 회복된 후에도 해당 부위의 감각이 떨어져 ‘남의 살’ 같은 느낌이 들 수 있다. 이런 환자들의 불만은 갑상선암 수술환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적잖게 확인할 수 있다.
익명을 전제로 한 한 의사는 “갑상선암을 로봇수술로 절개하다 성대 관련 신경이 망가져 고음 발성이 어려워진 케이스도 있다”며 “병원들이 고액의 로봇수술 비용을 기대해 불필요하게 로봇수술을 권유하는 데 대해 의사 사회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로봇수술은 고가의 장비를 이용하기 때문에 비용이 1200만원 이상을 호가한다.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므로 환자가 수술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 반면 기존 절개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부담이 100만~200만원 선에 그친다.
외국인은 수술 흉터에 관대한 반면 한국인은 수술 흉터에 연연하는 성향이 지나친 게 로봇수술이 주목받게 된 원인의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류준선 국립암센터 갑상선암센터장(내분비외과 전문의)은 “치료 효과, 재발 위험성, 통증, 수술 후 감각 등을 모두 고려할 때 목 부위를 절개하는 수술이 내시경이나 로봇보다 나을 수 있다”며 “내시경과 로봇 수술은 미용 면에서 괜찮지만 겨드랑이나 유방 부위에서 목까지 절개해야 하므로 수술 범위가 넓다”고 설명했다.

이용상 교수도 “암의 진행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거나 암 덩어리가 아주 클 때에는 절개를 이용한 수술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갑상선암 수술법은 환자의 선호도와 객관적인 상태에 따라 주치의의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며 “다만 무조건 최신 수술이라고 해서 기존 수술법에 비해 지나친 환상을 갖고 무작정 기대치만 높게 잡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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