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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와 고양이·개를 싫어하는 어르신들의 신경전, 진실은?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3-11-29 17:42:30
  • 수정 2013-12-04 15: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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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완동물 구충제 복용 및 예방접종 필수 … 남편이 분변 치울때 장갑끼고 손 깨끗이 씻어야

톡소플라스마는 고양이의 배설물에 의해 ‘걸릴 수 있다’는 가설이 나와 있으나 국내에서는 아직 역학조사가 실시됐거나 발견된 사례가 아직 없는 상황이다.

“시어른들이 자꾸 기르는 고양이들을 다른 사람에게 분양하라고 해서 아주 스트레스 받아요.”임신 5개월차에 접어든 주부 임 모씨(30)는 식구처럼 지내는 고양이들을 단지 임신했다는 이유로 기르지 못하게 하려는 시댁과의 문제로 머리가 아프다. 3년 전부터 신혼생활을 하면서 기른 가족같은 고양이들을 ‘단지 짐승일 뿐’이라며 무조건 내다버리라는 시어른이 야속하다. 신랑도 “그럴 필요는 없지 않느냐, 알아서하겠다”고 하지만 어른들의 고집은 꺾일 줄 모른다.

우리나라에선 임신한 사람에게 기르던 고양이나 강아지 등 애완동물은 갑자기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로 전락한다. 고양이는 영물이라서 같이 있으면 해롭고, 강아지도 비위생적이란 이유다. 딱히 이유 없이, 혹은 어디서 들어서 ‘그냥 안 된다’고 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임신 7개월차인 주부 서 모씨(28)도 어른들의 성화에 결국 기르던 강아지를 동생에게 맡겨 서운한 감정이다. 서 씨는 “딱히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 무조건 안 된다는 어른들의 성화에 결국 동생에게 잠시 맡아달라고 부탁했다”며 “서운하고 한편으로는 억울하지만 출산하고 다시 데려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임산부는 무조건 동물들과 떨어져있어야만 할까? 산부인과 의사와 수의사는 ‘괜한 걱정’이라는 게 중론이다.
김미경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과장은 “애지중지 키우던 애완동물을 임신 때문에 모두 버리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며 “다만 인수공통 질병에 대해 잘 알고 임신 시 주의할 점들만 잘 지킨다면 괜찮다”고 말했다.

특히 털이 불임을 초래한다는 루머가 일상화돼 있지만 아직 입증된 것은 없다. 인체는 여러 보호막으로 구성돼 외부의 이물질을 막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예컨대 물이나 먼지처럼 미세한 크기의 외부물질도 막아낼 수 있다. 털은 수천 배나 커서 체내 면역체계를 뚫고 몸에 영향을 미칠 확률은 극히 낮다.

그러나 윤홍준 월드펫동물병원 원장은 “털에 잠재된 기생충은 항시 조심해야 한다”며 “회충 등 기생충의 충란은 개나 고양이를 통해 사람의 몸에 들어와 기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매달 구충을 시켜줘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러 기생충 감염질환 중 고양이가 걸리는 질병 중 ‘톡소플라스마(toxoplasma)감염증’이 임산부에게 해롭다는 언론보도는 많은 임산부 가족을 긴장케 한다.

톡소플라스마 감염증은 고양이가 걸리면 별다른 증상 없이 2~3주 뒤부터 2주간 톡소플라스마 충란을 배설물을 통해 배설하는 질환이다. 이런 톡소플라스마충이 사람에게 옮을 경우 유산을 유발할 수 있다.

톡소플라즈마가 소위 ‘고양이 기생충’으로 알려지게 된 이유는 개나 조류는 톡소플라즈마의 중간 숙주인 반면 고양이는 유일한 종숙주(기생충이 번식까지 가능한 숙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즉 고양이과 이외의 동물들의 경우에는 그 기생충이 장 내부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아 기생충이 분변을 통해 배출되지 않는 반면 고양이과 동물의 경우에는 장 내부까지 톡소포자충에 감염돼 배변 시 원충이 함께 배출되어 분변을 통해 또다른 동물에까지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윤 원장은 ‘사람이 톡소플라스마에 걸려 유산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우선 임산부와 고양이 모두 톡소플라스마에 대한 항체가 없어야 하고, 이미 임신 중인 사람이 우연히 톡소플라스마에 2~3주 내에 감염된 고양이의 48시간 이상 치워지지 않은 배설물을 맨손으로 만져야 하며, 손을 씻지 않고 입 등에 가져가는 세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될 경우 확률적으로 임신부의 15%에서 태아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톡소플라스마는 고양이의 배설물에 의해 ‘걸릴 수 있다’는 가정이 나와 있으나 국내에서는 아직 역학조사가 실시됐거나 발견된 사례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미국에서 조사한 바로는 톡소플라스마 감염은 고양이와의 관계와는 무관했고, 주로 농촌지역이나 어촌지역에서 많이 발생하며 ‘생식(生食)’이 주 감염경로였다. 즉 주로 농촌에서 일하는 여성이 흙 묻은 손으로 충분히 씻지 않은 야채?생선을 생식할 때 위험도가 가장 높았다.

김미경 원장은 “톡소플라스마는 면역력이 약한 임산부, 영유아에게 감염돼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6개월 미만의 새끼 고양이나 아무거나 먹고 다니는 도둑고양이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집안 청결을 유지하고, 예방접종(구충제 및 경구용 백신 등)을 맞은 집고양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어 “흙도 감염원이 될 수 있으니 만졌을 경우 손을 잘 닦아야 하며, 덜 익힌 고기류 등 생식도 중요한 감염인자여서 63도에서 3분 이상 조리하지 않은 육류는 섭취를 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원장은 “강아지도 분만 전 예방접종을 모두 끝내야 한다”며 “짖거나 물거나 미는 버릇이 있는 강아지는 신생아가 집으로 오기 전에 미리 교육을 잘 시키거나 생활공간은 분리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대형견을 키울 경우, 개는 서열화하는 본능이 남아 있기 때문에 덩치가 작은 아이를 약자로 생각하고 공격할 수 있어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 설치류나 파충류는 위생에 대한 주의력이 없는 5세 미만 아동에게 바이러스나 살모넬라균을 옮길 수 있으므로 만지지 않도록 아이를 교육하고 만졌다면 손을 씻도록 한다.

임신을 계획한다면 지켜야 할 것
- 모든 음식은 익혀서 먹는다.
- 임신중 고양이는 흙과의 접촉 피하도록 야외출입을 제한시켜야 한다.
- 임식 계획 단계부터 톡소플라스마에 대한 항체가 있는지 산부인과에서 검사받는다.
- 고양이의 배설물은 바로 그날그날 치우고, 반드시 남편이 치우도록 한다.
- 치울 때에는 장갑을 꼭 착용하고, 손을 씻는다.
- 임신을 계획한 단계부터 고양이에게 생식을 금하고 조리된 음식이나 캔푸드, 건사료만 주도록 한다.
- 고양이에게 매달 반드시 구충제를 먹인다.
- 끓인 물이나 생수만을 마시고, 지하수나 우물물은 절대 음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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