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혈액형 기증자 100명 발생시 O형은 61명만 간이식 … 肝 배분 시스템 구조적 문제
서경석(왼쪽부터)·이광웅·이남준 서울대병원 외과 교수
서경석·이광웅·이남준 서울대병원 외과 교수팀은 2008년 1월부터 2012년 9월까지 국내 뇌사자 간이식 1301건을 기증자와 수혜자의 혈액형에 따라 비교분석한 결과 O형 간이식 대기자는 간 배분과정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연구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혈액형별 뇌사 기증자와 수혜자 비율은 A형이 1.04(수혜자 376명, 기증자 333명), B형 1.13(수혜자 376명, 기증자 333명), AB형 1.63(수혜자 217명, 기증자 133명), O형 0.61(수혜자 229명, 기증자 378명)로 나타났다. 즉 같은 혈액형인 뇌사 기증자 100명이 발생하는 경우 AB형은 163명, O형은 61명이 간을 이식받게 된다. AB 혈액형 환자는 모든 혈액형으로부터 장기를 받을 수 있지만 O혈액형 환자는 오로지 O형 환자로부터만 장기를 받을 수 있는 혈액거부 반응 여부 때문이다.
연구팀은 간을 이식받을 때 나타나는 혈액형간 불평등의 원인은 국내 뇌사자 간 배분시스템에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는 CTP(Child-Turcotte-Pugh, 말기 간 질환자의 질병 중증도 표지) 점수를 바탕으로 이식 대기자의 응급도를 1, 2A, 2B, 3, 7등급 순으로 구분한다. 1·2A등급은 간이식을 받지 않으면 1주일 이내에 사망이 예상되는 위급한 상태를 의미한다.
1·2A등급 중 뇌사자와 같은 혈액형 대기자에게 가점 10점, 이식 가능한 다른 혈액형 대기자에게 가점 5점이 부여된다. 이어 기타 중증도 점수와 합산한 총점이 높은 순서대로 뇌사자 간이 배분된다.
A형 뇌사자의 간은 1·2A 등급의 A형이나 AB형 중 총점이 높은 대기자 순으로 배분된다. 이후 2B 등급의 A형과 AB형 중 총점이 높은 대기자에게 차례가 돌아간다. B형 뇌사자 간은 B형이나 AB형에게, AB형 뇌사자 간은 AB형에게 같은 방식으로 배분된다.
반면 O형 뇌사자의 간은 1·2A 등급의 O형, A형, B형, AB형 중 총점이 높은 대기자 순으로 배분된다. 이 후 2B 등급에게 같은 방식으로 차례가 돌아간다. 이 때문에 O형 뇌사자의 간은 다른 혈액형 대기자에게 배분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O형 뇌사자 간이 다른 혈액형에게 이식되는 비율은 1·2A등급에서 44.4%, 2B등급에서 30.7%로 나타났다.
이는 2B등급에서 A형의 3.9%, B형 6.2%만이 다른 혈액형에게 이식되는 것과 비교했을 때 월등히 높은 수치다. 특히 2B등급에서 AB형 뇌사자 간이 다른 혈액형 대기자에게 배분될 확류은 0%였다.
연구팀은 이같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1·2A등급 대기자에게는 O형 뇌사자 간을 기존 방식대로 배분하되 2B등급에서는 O형 대기자에게만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방식을 따르면 O형 뇌사자 간이식 비율이 기존 0.61에서 0.70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광웅 교수는 “뇌사 기증자의 간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공정하고 투명하게 배분돼야 한다”며 “혈액형에 따른 간 배분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현행 뇌사 기증자 간배분시스템을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장기이식 절차(Transplantation Proceeding)’ 10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