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악수술은 단순히 ‘얼굴 작아지는 마법’이 아닌 턱관절 등에 기능적 이상이 생겼을 때 받아야 하는 것으로, 수술에 대한 정밀한 이해가 필요하다.
“스튜어디스가 되고 싶어서 양악수술을 받아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스튜어디스를 꿈꾸던 이 모씨(26)는 4년 전 학원에서 ‘턱이 조금 거슬리니 취업에 좋은 이미지를 주려면 양악수술을 고려해 보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 씨는 평소에도 자신의 얼굴형이나 얼굴크기가 거슬리던 참이었다. 키도 크고 늘씬한 전형적인 서구형 몸매와 귀여운 얼굴은 호감을 주기에 충분했지만 마른 체형 때문에 오히려 얼굴형이 더 부각돼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딱히 턱이나 얼굴형이 건강에 해를 끼치거나 일반 여성에 비해 유난히 얼굴이 큰 것도 아니었다.
이 씨는 “요새는 워낙 예쁘고 날씬한 사람이 많아서 웬만한 외모가 아니면 스튜어디스 면접에 불이익을 받을 거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며 “경험도 없었고,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만 봐도 진짜 그럴것만 같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결국 2009년 겨울방학을 이용해 양악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에도 한달 동안 입도 제대로 벌리지 못하고 미음·죽 등 유동식만 먹었다. 처음엔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피가 고이기도 해 심장보다 머리를 높게 만들어야 했다. 비록 수술과정은 힘들었지만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결과로 이 씨는 당연히 스튜어디스 시험에 합격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원망스럽게도 취직시험에 떨어졌다. 그는 “많은 여대생이 선호하는 메이저항공사 국제선 승무원에 지원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면접에 들어가려면 외모보다 스펙부터 먼저 챙겼어야 했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4년이 흐른 요즘 그는 “예전처럼 드라마틱하게 예쁘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며 “오히려 양악수술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처음 본 사람도 ‘딱 보니 양악받은 느낌이 난다’고 말을 던질 때 난처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무례한 게 맞지만, 틀린 말도 아니라 그냥 웃어넘긴다”고 덧붙였다.
보험업에 종사하는 양 모씨(26)도 비슷한 케이스다. 그는 캐나다에서 대학시절을 보냈다. 평소에 남들보다 조금 더 나온 광대뼈가 좋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한인모임만 나가면 매번 “광대랑 턱만 어떻게 손보면 정말 좋을텐데”라는 소리를 듣는 바람에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결국 양 씨도 귀국 후 겨울방학을 이용해 수술대에 누웠다. 그렇지 않아도 어느 정도 신경 쓰였던 부분인데다가 남들이 계속 지적하자 ‘이 부분만 어떻게 하면 정말 예뻐지겠지’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양 씨가 수술 후 오랜만에 한인모임을 찾으니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달라진 모습에 “정말 예뻐졌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요즘엔 “흔한 얼굴로 변한 것 같다”며 또다른 스트레스를 안겨주니 ‘병 주고, 약 주고, 다시 병 주는’ 꼴이라 화가 치밀어 오른다.
양 씨는 “특별히 건강에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수술받고 결국 흔한 얼굴을 얻게 됐다”며 “선택한 것은 나지만 조금은 후회되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아직도 턱을 심하게 벌리는 것은 자제하는 편인데, 수술 전에는 평범하게 했던 행동들이 수술 후에는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토로했다.
외모가 사회적 가치의 하나로 떠오르다보니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아름다워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얼굴형도 하나의 미의 기준으로 자리잡았다. 이는 분명 이미지에 큰 영향을 주는 부분이지만 대개 골격 자체를 타고나기 때문에 형태를 바꾸려면 답은 수술밖에 없다. 이럴 경우 사람들은 “양악(수술)이나 받아야겠다”고 쉽게 이야기한다. 개원가의 추산에 따르면 양악수술은 한 해 전국적으로 약 5000건 정도 이뤄진다. 쌍꺼풀, 코성형, 지방흡입에 이어 4위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많은 연예인들의 안면윤곽수술 사실이 화제가 되면서 더욱 ‘친근한 수술’로 여겨지고 있다. 개그우먼 김지혜·강유미 씨, 배우 신은경·이파니·신이 씨, 그룹 룰라의 멤버 김지현 씨 등 많은 연예인들의 수술 전후 결과는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양악수술을 받은 개그맨 임혁필 씨는 한 방송에서 “미용목적으로 받는 양악수술엔 반대한다”며 “내 경우는 부정교합이 워낙 심각해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해 소화기관에까지 영향을 줄 정도였기 때문에 수술을 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악수술은 사실 선천적으로 주걱턱이나 돌출입 등 부정교합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 시행돼야 한다. 턱이나 광대뼈 부위를 절개해 치아가 맞물릴 수 있도록 톱과 드릴 등을 이용해 뼈를 깎은 뒤 나사 등으로 다시 고정시키는 대수술이다. 위험성만 놓고 본다면 암수술과 맞먹는 수준이지만 ‘얼굴이 작아지는 부가적 효과’에만 이목이 집중돼 수술에 대한 정밀한 이해 없이 ‘얼굴 작아지는 수술’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양악수술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관련 피해 부작용만 해도 지난해 35건을 기록했다. 지난 26일에는 부산의 한 성형외과에서 양악수술·코수술을 받은 여대생이 입원치료를 받다가 9일 만에 숨졌다. 지난 6월에는 서울 강남에서 턱수술을 받은 30대 여성이 의식불명 상태에서 한달 만에 목숨을 잃었고, 8월에는 후유증으로 고민하던 한 남성이 한강에 투신했다. 지난해 10월에도 전북 전주에서 23살 여대생이 후유증에 비관해오다 자신의 방에서 넥타이로 목을 매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안면부는 수많은 신경과 혈관이 지나가는 곳으로 양악수술은 자칫 출혈, 통증·감각이상, 안면신경손상, 부정교합, 청력이상, 저작(咀嚼)기능장애, 턱관절이상, 얼굴비대칭 등을 초래할 수 있다.
후유증에 그치는 게 아니라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해부학적으로 뼈와 혈관신경 등을 분리한 뒤 목적대로 턱 모양을 교정하면서 나머지를 차폐하면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방심하면 안면의 정맥혈관을 터뜨릴 수 있다. 출혈이 경미한 경우 전기소작기로 정맥을 지혈하면 되지만 전문의가 당황하거나 경험이 일천하면 출혈이 더 커지는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 또는 지혈이 잘 됐다고 생각해서 봉합 후 덮었는데 혈관이 잘 잡히지 않아 출혈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 수술 중에 출혈이 기도를 막아 질식사를 유발할 수 있고, 위턱과 아래턱 사이의 기도 유지에 실패하면 목숨을 잃을 우려도 있다.
턱수술처럼 출혈이 많은 수술에선 심장운동을 억제함으로써 혈압 및 혈류량을 떨어뜨리는 베타차단제 계열의 약물을 사용하는 사례가 적잖다. 적정용량보다 베타차단제가 조금 더 투여되거나, 환자가 베타차단제에 대한 감수성이 높을 경우 갑작스럽게 심장이 멈추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성형외과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응급처치 장비를 비치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최동익 민주당 의원의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전국 성형외과 1091곳 중 환자에게 심장마비가 발생했을 경우 심박동을 되살리는 심장전기충격기를 갖춘 곳은 206곳(19%)에 불과했다. 성형외과 10곳 중 8곳이 응급상황에서 사용할 심장전기충격기 및 인공호흡장비를 모두 비치하지 않고 있었다.
박상훈 아이디성형외과 원장은 “미국의 경우 약95%에서 긴급 수혈팩을 갖다놓고 수술에 나서지만 국내서는 한번 해동시킨 혈액을 당일 쓰지 못하면 모두 폐기처분하기 때문에 1년에 한번 정도 일어날까 말까한 위험에 대비해 혈액팩을 구비하는 곳이 한두 군데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양악수술 자체를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 양악수술이 꼭 필요한 사람도 있다. 양병은 한림대 성심병원 구강외과 교수는 “양악수술은 원래 미용목적이 아닌 치료목적의 수술”이라며 “부정교합, 얼굴의 심한 부조화, 위아래 턱이 서로 잘 안 맞는 경우, 얼굴의 기형이 심한 사람은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치아는 위아래 정상적인 물림이 이뤄졌을 때 제기능을 할 수 있다”며 “부정교합이 심하면 보통 치아교정을 시행하게 되는데, 위아래 턱이 서로 잘 맞물리지 ‘뼈문제’라면 양악수술을 받아 교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부정교합이 심하면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해 소화기능에 문제가 생겨 만성소화불량, 위경련 등을 앓을 수 있다. 발음이 어눌하거나 새는 등 말할 때에도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심할 경우 턱의 통증까지 초래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는 “부정교합이 심하면 간혹 정상적으로 사용돼야 할 치아가 쓰이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이유 없이 치주질환이 생기거나 충치가 발생하는 등 퇴화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이런 사람들은 수술을 받으면 위험도를 감수하더라도 수술로 얻는 이점이 크기 때문에 수술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단순히 미용목적의 무분별한 수술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성형외과에서 양악수술을 받는 환자 중에는 이물림이 정상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에 따르면 이럴 경우 이가 물리는 상태는 변화시키지 않고 턱모양만 디자인하는 수술을 받게 된다. 즉 그대로 아래턱만 뒤로 집어넣는데, 하악만 넣으면 치아맞물림이 틀어지기 때문에 위턱까지 들어서 밀어 넣는다. 결국 턱이 갸름해지면서 ‘동안’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양 교수는 “치아맞물림이 정상인 사람들의 턱을 지나치게 집어넣으면 결국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이런 경우엔 정상적이었던 턱관절 모양과 씹는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등 부작용 발생하기 쉽다”고 조언했다.
안전한 안면윤곽성형수술 및 양악수술을 받으려면
1.성형외과 구강악안면외과의 유기적인 협진이 가능한 곳을 찾는다.
2.선 치열교정 후 성형수술을 원칙으로 한다.
3.치과 교정과 전문의의 전문성이 입증된 곳을 찾는다.
4.의대에서 제대로 트레이닝 받은 전문의를 찾는다.
-안면윤곽성형을 심층 교육하는 의대는 국내서 4개 이하에 불과.
5.마취과 전문의가 수술 내내 환자를 살펴야 한다.
6.양악수술 등 고위험 수술에 대비해 수혈준비를 갖춰야 한다.
7.양악수술의 경우 의사가 하루에 여러건 수술을 삼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