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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직장인의 슬픈 자화상, ‘증후군’ 홍수시대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3-10-28 00:46:33
  • 수정 2013-10-29 18:5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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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랑새·피터팬·사춘기증후군, 심한 우울증 유발 … 항우울증제 처방받아야, 동료와 연대 중요

현대 직장인에서 자주 발생하는 파랑새·피터팬·사춘기증후군은 과도한 스트레스나 불안감 등을 유발하며 심한 경우 자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네티즌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왔던 만화가 윤태호 씨의 ‘미생(未生)’이 145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프로 바둑기사의 꿈을 포기한 주인공 ‘장그래’가 대기업 계약직으로 입사해 겪는 현실감 넘치는 에피소드는 많은 독자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 냈다. 한 네티즌은 “회사생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나에게 이만큼 절실하게 와닿고 자신을 회고하게 해주는 작품이 있을까?”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생도 결국 만화일 뿐 현실은 더욱 차갑고 냉정하며 치열하다.

벨기에의 극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Maurice Maeterlinck)가 제작한 아동극 ‘파랑새’는 현대 직장인에게 ‘행복은 먼 곳이 아닌 가까운 곳에 있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한다. 그러나 치르치르·미칠 남매가 생고생을 하며 찾았던 파랑새가 원래 살던 집 새장에 있었다는 결말은 황당함과 냉소만을 안겨줄 뿐이다. 동화 속 이야기와 달리 현실에서는 가까운 곳에서 행복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갑의 횡포, 반강제적 주입식 교육, 부모들의 치맛바람, 물질만능주의, 끝도 없는 실적압박 등은 현대인을 나약하고 병들게 만든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 6월 직장인 남녀 952명을 대상으로 직장인이 겪고 있는 증후군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5.5%는 만성피로증후군, 60.7%는 파랑새증후군, 41%는 스마일증후군 등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밖에 현대 직장인에서 나타나는 증후군은 손목터널증후군, 거북목증후군, 램프증후군 등 셀 수 없이 많다.

파랑새증후군은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새로운 이상만을 추구하는 병적인 증상을 의미한다. 앞서 예로 든 아동극 파랑새에서 명칭을 따왔다. 최근에는 신입사원이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고 퇴사를 고려하는 현상을 뜻한다. 직장생활에서의 난관을 극복하기보다는 이직을 통해 해결하려는 정신적인 미성숙을 꼬집는 것으로 현재의 의미는 일본에서부터 통용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직장을 옮기는 파랑새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8월 이직자 수는 53만4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7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증후군을 앓는 사람은 현재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장래의 행복만 꿈꾸게 된다. 그러나 구체적인 계획을 짜거나 실천하는 능력은 떨어지며, 자립심이 낮다. 우종민 인제대 백병원 정신과 교수는 “부모에게 과잉보호를 받고 자라 자율성이 제대로 발달되지 못한 경우 파랑새증후군이 쉽게 발생한다”며 “책임감 결여가 주요 특징으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직장을 갈아타고 학벌을 세탁하는 일이 잦아진다”고 설명했다.

취업포털 관계자는 “전공과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단 취업하고 보자는 ‘묻지마 지원’이나 자신의 학력이나 조건과 맞지 않는 ‘하향지원’ 등이 파랑새증후군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즉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단 아무 회사에나 들어갔지만 막상 회사생활을 하면서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젊은 신입사원에서 자주 나타나는 피터팬증후군은 육체적으로는 성숙한 어른이지만 여전히 어린이로 남아 있길 바라는 심리나 행동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약간 다른 의미로 기성세대의 관료제 문화에서 탈피해 자유로움과 변화를 추구하는 젊은 직장인들을 가리킨다. 이들은 상명하복식 관계를 강조하는 기성세대와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 신세대 직장인의 36.7%가 직장문제 개선 1순위로 ‘일방적 의사소통’을, 27.9%가 ‘비효율적 업무관행’을 꼽았다. 직장상사와의 갈등 정도를 묻는 질문에는 10.9%가 ‘자주 그렇다’, 62%가 ‘가끔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무한경쟁사회에 지친 현대 직장인들은 질풍노도의 사춘기 증상을 또 한번 겪기도 한다. 직장인 사춘기증후군은 기업들이 수시로 구조조정을 하는 현 상황에서 앞날을 걱정하는 직장인들이 슬럼프에 빠지는 심리적 불안상태를 의미한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등장한 신조어로 청소년들의 싱숭생숭한 심리상태를 빗대 표현하고 있다.

사춘기증후군은 회사에서 자신의 입지가 좁아졌을 때, 경쟁에서 낙오했을 때, 과도한 업무량에 비해 연봉이 터무니없이 적을 때 나타난다. 이로 인해 우울증·수면장애·불안감·출근기피현상 등이 초래된다. 박두흠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언제 해고당할지 모른다’라는 불안감 속에서 일하기 때문에 사춘기증후군 등에 쉽게 걸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증후군의 특징은 연령대별로 발병원인과 증상이 다르다는 점이다. 20대 직장인은 첫 직장에서 정체성이나 세계관 등을 제대로 확립하지 못할 때, 30대는 대인관계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할 때, 40~50대는 가정과 직장에서 주도적이지 못한 상황에서 불안감을 느끼며 증후군을 겪게 된다. 증상으로 20~30대는 의욕상실이나 무기력함, 40대는 삶에 대한 회의감, 50대 이상은 매사에 예민한 신경과민 등을 보인다.

램프증후군은 디즈니 만화 ‘알라딘’에 등장하는 요술램프에서 명칭을 따왔다. 이 증후군은 승진이나 취업 등에 대한 불필요한 걱정으로 크게 불안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마치 램프의 요정이 소원을 들어주기만을 기다리는 것처럼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이같은 정신과적 증후군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을 야기할 수 있다. 심한 경우 자살충동까지 겪게 된다. 자신이 △불안해서 잠을 못 잔다 △사람들이 날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짜증이 자주 나고 술이나 담배가 없으면 못 살 것 같다 △남보다 뒤쳐지느니 죽는 게 편하다 △지나가다 누군가 웃으면 날보고 비웃는 것 같다 △자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평소와 달리 몸이 여기저기 아프다 △잠을 잘 못자고 식욕이 떨어진다 △평소 좋아하던 일을 하기 싫어진다 △자주 불안해하고 초조하다 등 항목에 여러 개가 해당된다면 방치하지 말고 최대한 빨리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하라연 서울시 북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은 “부작용을 최소화시킨 항우울제를 투여하면 대개 4주 이내에 우울증 증상이 개선된다”며 “증상이 사라진 후에도 최소 6개월 이상 유지치료를 받아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운동, 영화, 종교, 사회활동 등을 활발히 하면 우울증을 치료하는 데 도움된다”며 “운동할 때에는 혼자하는 등산이나 산책보다 탁구, 배드민턴 등 함께 할 수 있는 종목을 선택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직장인증후군으로 인한 우울증을 이겨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장생활을 즐겁게 하는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이같은 증후군을 이겨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자신의 취약점이 무엇인지 파악해 보강하는 것은 증후군을 극복하는 데 도움된다. 박 교수는 “경력을 관리하거나 불만사항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자신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한 후 이를 토대로 꾸준히 자기개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거나 무능함을 자책하는 행위는 증후군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비슷한 처지의 동료와 대화하면서 서로 위로한다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된다.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가까운 동료나 지인에게 마음을 터놓고 상황을 의논하면 연대감이 생기고 마음이 편해진다”며 “서로 위로하는 순간 생각은 좀더 자유로워지며, 실적압박 등 다른 사안에 대해 체계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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