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때아닌 낙하산 인사, 경인지방식약청 이전문제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식약처가 현직 고위 직원을 원장으로 앉히기 위해 식품안전정보원 이사회를 협박하고 이사회 결정을 뒤집도록 강요하는 등 권한 남용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21일 밝혔다.
김 의원 측 주장에 따르면 지난 4월 25일 식품안전정보원 이사회는 6월 25일로 임기가 만료될 예정인 원장에 대해 연임을 의결했다. 정관에 따라 식약처장은 이사회 의결에 대해 승인 또는 불승인의 의사결정을 해야 하지만 ‘보류’라는 불명확한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정보원 이사회는 식약처에 의결사항에 대한 불승인 문서를 요구하고 원장 공모 등 다음 절차를 진행하려 했다. 그러나 지난 7월 13일 이사회에 참석한 식약처 과장은 “의결 자체가 문제로써 식약처의 지휘·감독을 벗어난 행위에 대해 응분의 책임이 뒤따를 것”이라며 협박성 언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식약처 강권으로 진행된 두 차례의 식품안전정보원장 공모에 식약처 현직 고위공무원인 오모 씨가 단독 응모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10일 시행된 첫 공모에 오 씨가 단독 응모하자, 같은 달 19일 재공모가 실시됐다. 그러나 2차 공모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지난 8월 14일 열린 식품안전정보원 이사회에서는 원장추천위원회의 심사결과 상정된 오 씨에 대한 원장 적격 여부를 논의했다. 당시 여러 이사들은 “누가봐도 낙하산 인사가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한 이사는 식약처의 부당한 압력에 반대해 이사직을 사퇴한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이사회는 식약처의 협박과 회유에도 단독 응모한 오 씨의 원장선임안을 부결시켰다. 그러나 지난 8월 27일 열린 3차 원장공모에서 오 씨가 다시 한번 최종 후보로 선정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부적격으로 결정된 사람이 최종후보가 된 것이다. 3차 원장공모 이후 현재까지 이사회는 개최되지 않고 있으며, 현재 이사회는 식약처의 압력과 낙하산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주 의원은 “낙하산으로 임명된 기관장은 정부나 상급기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조직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고, 조직 내 불화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이 반대하는 낙하산 인사 강행을 지시하고 행동에 옮긴 관련자는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경인지방식약청이 과천청사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절차와 규정을 무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명연 새누리당 의원(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은 21일 열린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경인지방청이 청사 공사와 물품구매를 하는 과정에서 분명한 사유 없이 수의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 측 주장에 따르면 3억원 규모의 청사 이전 및 검사소 설치공사, 7000만원 상당의 사무용 집기 구입, 2000만원 상당의 에어컨 구입 등 과천청사 이전과 관련한 모든 공사와 물품구입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국가계약법 시행령은 모든 관공서의 공사 및 물품 구입은 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해 경쟁입찰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쟁입찰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될 때에는 추정가격이 2억원 이하인 건설공사나 5000만원 이하의 물품구매의 경우에 한해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
또 경인지방청이 구매한 12대 에어컨 중 8대 제품은 4~5등급 제품인 것으로 밝혀졌다. ‘공공기관 에너지이용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정부청사 내 전자기기는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인 제품을 우선 구입해야 한다.
김 의원은 “경인지방식약청은 앞으로 발생할 공사나 물품구매에 있어 국가계약법을 준수해야 한다”며 “수의계약을 할 경우에도 꼼꼼히 따져봄으로써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잘못을 범하지 말아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