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용 약제 담당의사와 상의, 수술전 금연·금식해야 … 마취후 쓴맛 느껴져, ‘섬망’ 일시적 현상
전신·부분마취 사례가 늘고 있지만 마취에 대해 막연한 공포를 갖고 있는 사람이 아직 많다.
최근 척추수술이나 성형수술을 받는 환자가 급증함에 따라 전신마취 혹은 부분마취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많은 사람들이 마취에 대해 막연한 공포감을 갖고 있다.
마취는 약물을 이용해 의식과 감각을 없앰으로써 잠시 동안 운동·반사능력을 사라지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수술 중이나 전후에 환자가 느끼는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해 사용한다. 수술환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생명징후의 변화를 정상상태로 유지 및 관리하는 역할도 한다.
현대의학에서는 마취의 범주에 수술 전 환자를 파악해 진단 및 치료가 필요한 사항을 해결하거나 수술 후 병실로 이송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과정 등이 포함된다.
마취는 크게 전신마취, 부위마취, 국소마취로 나뉜다. 전신마취는 기화기를 통해 세보플루란·이소플루란·데스플루란 등의 호흡마취제를 지속적으로 투입, 뇌를 완전히 마취시키는 방법이다.
부위마취는 항문이나 다리 등 하반신을 수술할 때 상반신은 마취시키지 않거나, 팔뚝을 치료할 때 상박 신경총만 차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치질·탈장수술에 많이 사용하는 척추마취는 테트라카인·부비바카인·로비파카인 등 작용시간과 강도가 다른 국소마취제를 수술 부위와 연관된 척추에 주사함으로써 통증을 없앤다.
전문가들은 평소에 복용하던 약제가 있다면 수술 전 담당의사에게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창영 을지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일부 약제는 마취제와 상호작용을 일으켜 약효를 비정상적으로 증강시키거나 작용시간을 연장하는 등 마취 관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열이 나는 경우에는 감기나 다른 질병이 동반될 때가 많기 때문에 수술을 연기해야 한다. 열 자체가 에너지 등의 대사 요구를 증가시켜 수술 후 합병증의 발생률이 높아질 수 있다. 열의 원인을 제거하는 방법이 수술 밖에 없다면 수술 전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정창영 을지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수술에 들어가기 전에는 금식하는 게 좋다. 음식물을 섭취한 후 마취를 시행하면 무의식 상태에서 구토를 하거나 위 내용물이 역류해 기도로 들어갈 수 있다. 이런 경우 흡인성 페렴이나 기도폐쇄 등 치사율 높은 합병증이 발생하게 된다.
흡연자는 수술 1~2주전부터 금연해야 한다. 정상적인 기관지에서는 분비물을 제거하는 섬모운동이 계속 일어난다. 그러나 흡연은 기관지 분비물을 증가시키는 반면 섬모운동은 억제해 폐렴 등 합병증을 유발한다. 기관지 자극에 대한 반응성도 증가시켜 마취 중에 기관지 경련 및 발작으로 인한 호흡마비가 나타날 수 있다.
여성의 경우 수술 전에는 반드시 화장을 지워야 한다. 화장을 하면 해당 부위의 색깔이 달라져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마취 중에는 산소공급 및 말초혈관 순환상태를 얼굴, 입술, 손톱 등의 색깔 변화를 통해 확인한다”며 “손톱에 화장을 하면 감시장치 중 산소계측기가 산소치를 잘못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간혹 손톱에 봉선화물을 들이면 마취가 안 된다고 믿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고령환자는 마취가 필요한 큰 수술을 받을 때 주의해야 한다. 심장·간·콩팥 등 주요 장기의 기능은 30대 이후부터 감소하기 시작하며, 60대 이후부터 이같은 현상이 가속화된다. 마취와 수술은 격렬한 운동보다 더 많은 정신적·신체적 부담을 인체에 준다. 고령 환자는 이런 부담을 이겨낼 여력이 없기 때문에 뇌·폐·심장 등에 합병증이 발생하기 쉽다. 또 노인은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질환, 폐질환 등을 앓는 경우가 많아 마취 및 수술의 위험이 더 크다.
임신 초기 3개월은 태아세포분열이 왕성한 시기이기 때문에 마취제·항히스타민제·호르몬제제·환경호르몬 등으로 기형아가 태어날 수 있다.이 시기가 지난 후에는 전문의와 상담해 기형을 유발하지 않는 약물과 마취 방법을 선택하면 된다.
정 교수는 “임신부는 음식물이 위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 마취 중 위 내용물이 기도로 들어갈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일반인보다 금식 시간을 길게 잡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수술 전 전신마취를 하면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몸에 해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괜한 걱정이다. 최근 전신마취에 사용되는 흡입마취제와 정맥마취제는 뇌세포 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뇌혈관의 혈류량이나 뇌조직 대사 등에 영향을 미친다. 또 마취가 끝난 후에는 수술 전 상태로 회복되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
수술 전 척추마취를 시행하면 허리통증이 느껴진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수술 후 통증이 발생하는 원인은 마취가 풀린 탓도 있고 장시간 수술받느라 근육 등이 강직됐기 때문이다. 척추마취 후 요통은 자연스럽게 치유될 때가 많다. 통증이 지속될 경우에는 더운 물수건을 이용해 찜질을 하거나 진통제를 복용하는 등 일반적인 대증요법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정 교수는 “척추마취가 직접적으로 요통을 일으키는 게 아니기 때문에 두려움을 갖고 피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전신마취를 할 때에는 기관내에 관을 삽입한 후 마취제나 산소 등 건조가스를 투여한다. 이런 경우 가스로 인해 기도내 분비물이 증가하고 분비물 제거작용은 억제되면서 계속 침을 삼킬 수 없게 된다. 마취 중에는 가래나 분비물이 기도를 막는 상황을 억제하기 위해 침샘 및 기관지분비를 억제하는 약제를 사용한다. 이 때문에 수술 후 깨어난 환자는 입이 마르거나 쓰다고 느낄 수 있다. 정 교수는 “입이 타고 입맛이 쓴 것은 마취가 깰 때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환자가 살아있음을 알리는 신호”라고 말했다.
간혹 마취에서 깨어난 후 ‘섬망’, 즉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행동이나 말을 내뱉는 현상을 경험하는 환자가 있다. 섬망은 의학적으로 의식과 인지기능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일어나 이상 증상과 징후들이 나타나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러나 섬망 증상은 보통 단시간 내에 회복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