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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화는 개방되는데 성지식 무지한 젊은층 절반 이상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3-10-15 14:40:52
  • 수정 2013-10-17 17:4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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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51% 질외사정하거나 피임 안해 … 청소년 약 30만명 성관계 경험 有

성교육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성인돼도 원치 않는임신·성병 등 위험 노출 증가

요즘 ‘성(性)’은 방송에서 솔직한 개그 소재로 쓰일 정도로 개방됐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성경험 나이도 빨라지는 추세다. 최근 인재근 민주당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의원은 청소년 성경험에 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성경험이 있는 청소년 중 성관계를 처음 경험한 시기는 평균 만 15.1세(고교 1년)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심지어 조사대상 가운데 7.5%는 첫 관계 시기에 대해 ‘초등학교 때’라고 대답해 적잖은 충격을 줬다.
 
여성가족부도 비슷한 결과를 내놨다. ‘2012년 청소년유해환경 접촉 종합실태’에 따르면 청소년 1만5170명 중 3.1%가 성관계를 경험했다. 청소년 전체 인구를 1000만명으로 잡으면 30만명의 청소년이 성경험이 있는 것이다.
 
이른 성경험에 비해 성지식은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질병관리본부는 ‘2012년 전국청소년건강행태 조사’에서 성경험이 있는 청소년 중 57.2%가 피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피임 없이 일어난 관계는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이어졌다. 청소년 4명 중 1명꼴(24.1%)로 임신을 겪었다. 특히 중학생은 고교생에 비해 성경험 수는 적었지만 임신경험은 2배 이상 높았다. 이런 상황에 임신한 여학생 중 70~80%는 낙태한 것으로 드러났다.
즉 성문화가 개방됨에 따라 관계를 맺는 것 자체나 성에 대해 농담하는 것은 ‘그러려니’ 하지만 정작 안전한 성관계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는 소리다.

문제는 이런 청소년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성지식에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대학생들의 성지식 수준도 청소년의 수준과 별 다를 바 없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전국 대학생 6000명을 대상으로 ‘대학생의 성태도 실태조사’를 한 결과 남학생의 50%, 여학생의 29%가 성경험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이들의 성폭력·성병을 포함한 성지식을 측정해본 결과 전체 문항에 대한 정답률은 각각 56%와 54%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피임방법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의사의 처방이 반드시 필요한 피임약이나 정식으로 수입 허가가 나지 않은 불법 낙태약을 구입해 ‘셀프 낙태’하거나, 올바르지 못한 피임법으로 피임에 실패해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 경우도 적잖았다. 이런 의약품은 온라인상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있어 우리나라의 피임·낙태 인식은 개방된 성문화에 비해 굉장히 낮은 수준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해 바이엘헬스케어는 ‘2012 세계 피임의 날’을 맞아 아시아 8개국 대상으로 피임 실태에 대해 조사했다. 조사 결과 한국 남녀 응답자 가운데 67%가 피임계획 없는 성관계를 한 번 이상 경험했다고 밝혔다. 또 현재 사용하고 있는 피임방법을 물은 질문에 응답자의 27%가 ‘피임을 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고, 24%는 ‘피임법으로 질외사정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해 효과적인 피임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성문화가 개방되는 것은 하나의 자연스러운 인식변화로 볼 수 있지만 선진국에 비해 직접적이고 자세한 성교육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 문제가 될 수 있다. 성병, 낙태, 신생아 유기 등 사회적 물의로 이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성은 즐기되 반드시 ‘준비된’ 상태에서 즐겨야 한다.
 
이성적 판단없는 성관계는 자칫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회적 가치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 여성이 ‘피’를 보는 경우가 아직까지는 많을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성관계를 하면 언제라도 임신이 될 수 있으니 원치 않을 경우 피임은 필수라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피임법은 질외사정, 콘돔, 월경주기법, 경구피임약 순이다. 개인의 신체적 특징이나 때와 장소, 환경에 따라 융통성 있게 선택할 수 있다.
 
가장 많이 선호되는 질외사정 피임법은 성관계 도중 남성이 여성의 질 외부에 사정하는 피임법으로 순전히 남성의 절제력에 의존하는 방법으로 볼 수 있다. 실제적 임신확률이 굉장히 높아 어려워 전문가들은 확실한 피임효과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남성은 사정하기 전 쿠퍼액이라는 맑은 윤활액을 분비하는데, 여기에도 정자가 섞여 있을 가능성이 극히 드물게 있어 피임률이 굉장히 낮다. 특히 이 피임법은 남성이 성감이 떨어지는 게 싫다며 선호하는 피임법이다. 라텍스 등 고무 소재 콘돔에 알레르기가 없는 여성 말고는 대체로 ‘남성 파트너가 원해서’ 질외사정을 용납해주는 여성이 대부분이다.
월경주기법은 말 그대로 여성의 생리주기에 맞춰 임신 가능성이 높은 날에는 관계를 맺지 않는 피임방법이다. 생리주기가 불규칙한 여성이라면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가장 쉽고 부작용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피임법으로 남성은 콘돔을 사용하고, 여성은 경구피임약을 복용해 동시에 피임하는 ‘더블피임’을 꼽는다. 어떤 것이든 완벽한 피임법은 없지만 남성과 여성이 함께 피임하는 ‘더블피임’의 성공률이 100%에 가까울 정도로 높다. 여기에 여성이 배란 시기를 피해 성관계를 가지면 ‘퍼펙트’라 할 수 있다. 

콘돔의 피임 실패율은 10~20%에 이르지만, 이는 거의 사용법 실수에서 비롯된 수치다. 사용 전 정확하게 사용법을 숙지해야 한다. 콘돔의 두께는 0.015~0.09㎜로 다양하며 얇을수록 찢어지기 쉽다. 사용 전 콘돔 끝 부분에 있는 돌출 부위를 살짝 비틀어 공기를 빼고 쓰면 된다. 유통기한 확인도 필수다. 보통 콘돔에는 살정제 및 윤활유가 첨가돼 3년 정도의 유통기한이 지나면 신축성이 떨어진다.
 
여성이 경구피임약을 복용할 경우 기억해야 할 것은 ‘매일 같은 시간에, 규칙적으로’이다. 경구피임약은 보통 생리시작 첫날부터 복용해 1일 1정씩 복용하는데 7일간의 휴약기간이 있는 약이 있는가 하면, 월말에 호르몬 성분이 없는 약을 포함시켜 휴약기간 없이 계속 복용하는 것도 있다.
가능하면 매일 일정한 시간에 복용해야 하는데 대개 취침 전에 복용하는 게 편리하다. 만약 복용하는 것을 잊었다면 12시간 내에 약을 먹으면 된다. 방장훈 호산여성병원장은 “최근 처방되는 경구피임약은 저용량제제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하루만 빼먹어도 피임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제대로 복용할 경우 피임효과는 99%이지만 시간 등 복용법을 신경 쓰지 않고 매일 복용하는 정도라면 평균 피임률은 92% 정도다. 약을 불규칙하게 복용하면 피임효과가 떨어짐은 물론이고 불규칙한 출혈(부정출혈)이 초래돼 불편하다.
뿐만 아니라 호르몬제제인 만큼 약과 잘 맞지 않는 사람도 있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성욕감퇴, 가슴통증, 가슴성장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심하면 우울증이 생길 수 있고, 이를 겪은 환자라면 의사와 상담 후 처방받는 것을 권한다. 부작용이 발생했더라도 약을 끊으면 증상이 사라진다.

약제에 따라 호르몬 함량도 달라 자신에게 맞는 약을 찾는 게 필요하다. 한 패키지를 다 복용한 후 다른 약으로 바꿀 때에도 방법이 다르다. 예컨대 호르몬 함량이 동일하거나 낮은 약에서 높은 약으로 바꿀 때에는 7일간 휴약하고 그대로 8일째부터 복용하면 되지만, 호르몬 함량이 높은 약에서 낮은 약으로 바꾸려면 휴약기 없이 바로 새로운 피임약을 복용해야 한다.
 
35세 흡연여성이라면 혈전이 유발될 수 있어 더 조심할 필요가 있다. 다만 하루 몇 개비를 피우는지, 몇 ㎜짜리 담배인지에 대해서는 불분명하다. 흡연을 하면 병원에서 상담 후 복용하는 게 권장된다.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매일 규칙적으로 챙겨야 된다는 점, 피임약을 따로 들고 다니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불편할 수 있다. 요즘엔 경구피임약과 동일한 효과를 주면서 주사 한 번으로 3개월 간 피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한국화이자의 ‘사야나(SAYANA, 성분명 메드록시프로게스테론아세테이트)’ 피임법이 눈길을 끈다. 이 피임법은 3개월(12~14주)에 1회씩 앞쪽 넓적다리나 복부에 주사한다. 다른 피임약을 복용하다가 이 주사제로 피임 방법을 변경하고 싶다면 마지막 활성 성분을 사용한 날짜로부터 일주일 이내에 1차 주사를 놓는다. 출산 후 2개월부터 시술할 수 있고, 안전한 피임이 보장된다.
이 피임법은 피하주사로 시행된다. 방 원장은 “사야나는 프로게스테론 단일 성분으로 난포의 발달과 배란을 막고 자궁내막을 얇게 해 피임이 가능하게 유도한다”며 “피임효과가 3개월간 지속돼 매일 복용해야 했던 기존 경구피임약보다 편리하다”고 말했다.
 
정갑린 한빛여성의원 원장은 “사야나 피임법은 미국·독일·네덜란드 등 여러 국가에서 출시된 보편적인 피임법이지만 국내서는 이제 막 홍보에 나서는 단계”라며 “처음에 도입됐을 때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괜찮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3개월 전 처음 시술받은 여성들에게 호평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매일 약을 따로 챙겨먹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선호된다”며 “처음엔 여성들이 약을 먹기 어려운 환경이 놓일 수 있는 출장, 바캉스 등에 대비해 단기적 목적으로 사용하겠다는 뜻에서 이 피임법을 썼지만 이후에도 만족도가 높아 경구피임약 대신 이를 지속적으로 이용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적인 면에서도 경구피임약보다 경제적일 수 있다. 경구피임약은 한 번에 처방비 1만5000원과 약값 2만원대로(약국에 따라 다름) 대략 3만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사야나 피임법은 1회 주사 시 6만원 선으로 3개월간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이 피임법은 자궁내막증에도 치료효과가 있다. 만약 자궁내막증에 통증을 느끼고 있을 경우 사야나 주사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자궁내막증은 자궁내막세포가 난소나 난관 등 자궁이 아닌 부위로 퍼져 증식하는 질환으로 생리불순, 성교불쾌증, 골반통증, 골반압통, 골반경화 등을 유발한다. 이 제제는 자궁내막증으로 인한 통증을 관리하는 용도로 올해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았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을 개선하는 목적으로도 사용된다.
정 원장은 “경구피임약은 ‘생리주기 조절’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지만, 사야나 피임법은 매일 먹는 불편없이 없는 대신 생리주기를 맞춰주는 효과는 없어 둘 중 자신이 편하게 느껴지는 피임법을 골라 사용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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