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퇴골두무혈성괴사증, 과음·스테로이드 남용 피해야… 괴사 심하면 인공관절치환술
엉덩이 안쪽에 통증이 지속적으로 느껴진다면 대퇴골두무혈성괴사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50대 건설노동자인 김강호 씨(가명)는 몇개월 전부터 양반다리를 할 때마다 엉덩이 쪽에 통증이 느껴졌다. 평소 고된 일로 다리나 허리에 통증이 잦았던 김 씨는 별 걱정 없이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의사로부터 고관절(엉덩이관절) 대퇴골 부분이 괴사가 심해 인공관절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큰 충격을 받았다. 병명은 이전까지 들어보지 못했던 ‘대퇴골두무혈성괴사’였다.
이처럼 고관절 이상으로 발생하는 통증은 환자 스스로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 허리·무릎질환은 상대적으로 질환 발병률이 높고, 대중에 많이 알려져 증상 및 예방법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고관절질환에 대한 인식은 아직 낮은 편이다.
고관절은 골반과 넓적다리를 이어주는 볼과 소켓(ball & socket) 형태의 관절이다. 걷고 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운동 범위도 크다. 매우 견고하고 안정적인 관절에 속하지만 퇴행성이나 외상 등으로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관절은 엉덩이 안쪽에 위치하고 있어 손상 초기에는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조기진단이 어렵고 통증은 심해지며 증상이 악화된 후에야 발견될 때가 많다.
대퇴골두무혈성괴사증은 골반과 맞닿는 넓적다리뼈의 머리부분(대퇴골두)에서 혈액순환 장애가 발생해 해당 부위가 썩어가는 질환이다. 음주, 약물 복용, 외상 등이 주요 발병 원인이다. 평소 음주량이 많거나 스테로이드성 약물을 오래 복용한 사람에서 잘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아직까지 이 질환의 대한 특별한 예방법은 발견되지 않았다. 평소 음주를 절제하고 부신피질 호르몬제제를 과다하게 사용하는 것을 피하는 게 좋다.
괴사로 골두가 함몰되기 이전에는 다발성 천공술 등을 실시해 손상 부위를 재생시킨다. 괴사 부위가 크거나 심한 경우에는 결과가 가장 확실한 인공관절치환술로 치료한다. 이는 손상된 대퇴골두를 제거한 후 골반뼈 쪽의 관절골(비구)과 대퇴골두를 특수세라믹 소재의 인공관절로 바꿔주는 수술이다. 수술 후 당분간은 다리를 모으거나 꼬는 자세를 피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고관절 인공관절치환술은 전치환과 부분치환을 합쳐 2만여건이 실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고관절질환에 대한 인식은 낮은 편이나 질환을 앓고 수술받는 사람이 적잖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형권 바른본병원 병원장은 “대퇴골두무혈성괴사증은 뼈가 괴사되기는 하지만 다른 부위로 전염되지는 않으며 치료가 가능하다”며 “인공관절수술을 통해 통증이 없는 정상에 가까운 상태로 회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절개를 최소화하고 탈구 등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경험이 풍부한 의사에게 수술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술방법으로는 전방접근법과 후방접근법이 있다. 국내에서는 주로 수술이 용이한 후방접근법을 쓴다. 안 원장은 “후방접근법은 상대적으로 쉽지만 관절 뒷면에 있는 근육을 상당 부분 절개한 후 다시 봉합하기 때문에 탈구 위험이 높은 편”이라며 “전방접근법은 최소한의 부위만 절개함으로써 탈구 위험이 훨씬 적고 회복이 빠르며 수술 다음 날부터 보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