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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렵고 따가운 질염, 원인균 다양해 파악과정 필수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3-10-06 23:48:34
  • 수정 2013-10-10 16:4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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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균성·트리코모나스·칸디다성 질염 대표적 … ‘트리코모나스’ 성관계로 감염, 남성 함께 치료해야

가려움증·배뇨통·분비물과다 등 증상 비슷 … 상황에 따라 질 분비물 색·냄새 달라

여대생 성 모씨(24·여)는 최근 외출하러 나가는 게 두렵다. 얼마 전부터 음부가 가렵더니 증상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더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여겨 아침저녁으로 여성세정제를 이용해 봤지만 전혀 소용 없었다. 최근엔 냉(질 분비물)이 심해지면서 불쾌한 악취까지 나 더 곤란하다. 최근 조별과제에서는 “어디서 이상한 냄새 나지 않아?”라는 말에 괜히 찔리기까지 했을 정도다. 하지만 쉽게 병원문을 두드리지는 못했다. ‘생활이 문란했구나’, ‘평소 얼마나 지저분했으면 이 지경까지 왔을까’ 등이 들릴까봐 아예 오해살 말은 하지 말자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증상은 점점 심해졌고, 결국 미루고 미루던 산부인과를 찾아가니 ‘질염’이란 진단이 나왔다.

질염은 ‘여성의 감기’라고 불릴 정도로 흔한 질병이다. 질 내부 균형이 무너지면서 박테리아· 바이러스·곰팡이균이 증식해 생긴다. 습한 여름에 빈번할 거라고 여겨지지만 레깅스, 스타킹, 스키니진, 레이스속옷 등 사계절 내내 통풍이 잘 되지 않는 옷을 입는다면 계절을 가리지 않고 언제든 발병할 수 있다. 수영장이나 대중목욕탕을 이용했다면 물을 통해 세균 감염이 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꽉 끼는 옷이나 속옷 착용은 세균이 증식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면서 질내 수소이온농도(pH)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발생된다.

질염에 노출되면 질 주위 및 외음부가 가렵고 따끔따끔하다. 또 질 분비물이 증가하고 배뇨 시 동통 및 부종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속옷에 묻은 분비물은 악취를 풍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성 씨처럼 혼자 전전긍긍하는 여성이 대부분이다. 보통 인터넷에서 증상을 검색해 여성세정제를 사용하는 정도의 자가치료에 그친다. 단순히 ‘창피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질염을 방치하면 다른 여성질환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진다. 이런 경우 배뇨기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임산부는 질염을 조기에 치료할 필요가 있다. 임신 중에는 아무래도 면역력이 떨어진다. 이런 상태에서 트리코모나스균으로 인해 질염이 생기면 임신 중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질염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치료하는 게 바람직하다.

방장훈 호산여성병원장은 “질염은 여성의 75%가 일생 동안 한번 이상은 경험하는 흔한 질병”이라며 “방치하면 증상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만성화될 수 있고 심할 경우 다른 자궁이나 나팔관에 염증을 일으켜 여성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조기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건강한 질 내부의 pH지수는 3.8~4.2로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유산균 및 유익한 세균에게 가장 알맞은 환경이다. 질 내부의 pH가 높아져 알칼리성으로 변하면 질염을 일으키는 병원성 세균이 증식하고 유해한 세균이 쉽게 침입하면서 질내 미생물 분포의 균형이 깨진다. 세균성 질염이나 노인성(위축성) 질염은 이렇게 해서 생긴다. 특히 폐경 이후에는 질 내부를 산성으로 유지해주는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이 줄고, 분비물도 감소하면서 가벼운 자극에도 쉽게 상처가 나 세균에 더 쉽게 감염될 수 있다.

질염 증상이 나타났다면 병원에서 냉 검사부터 받아야 한다. 가려움증, 배뇨통 등 증상은 비슷하지만 원인 균은 여러 가지이기 때문이다. 세균성 질염, 트리코모나스(Trichomonas) 질염, 칸디다성 (candidiasis, 진균) 질염등으로 분류된다. 원인균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원인균부터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주로 산성도 측정이나 도말검사(세균을 현미경으로 검사하는 방법)를 시행한다.

트리코모나스 질염은 성관계 후 질에 사는 기생충(트리코모나스)에 의해 발병된다. 가장 흔한 것은 칸디다성 질염이다. 질염은 특히 질 분비물을 보면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다. 건강한 여성도 평소에 투명하고 흰 분비물이 발생하며 생리주기에 따라 질 분비물이 늘어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분비물은 냄새도 없고 맑다. 트리코모나스 질염은 노란색이나 초록색의 심한 악취가 나는 분비물이, 칸디다 질염은 치즈같은 분비물이 나온다. 또 분비물이 회색을 띄거나 생선 비린내 같은 악취가 나면 질 내부가 트리코모나스나 칸디다가 아닌 다른 세균에 감염됐다는 뜻이다. 

방 원장은 “칸디다균의 경우 건강한 여성의 질 속에도 존재하는 진균”이라며 “평소엔 해롭지 않지만 컨디션이 나빠지거나 스트레스·과로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면 갑자기 번식돼 문제를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임약을 오래 먹어 체내 호르몬 농도가 변하거나 항생제를 자주 먹어 면역체계가 약해지는 경우, 몸에 꽉 끼는 옷을 입어 습한 환경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질 속 칸디다균은 빠른 속도로 증식하고, 한번 발생하면 면역이 떨어질 때마다 재발하기도 쉬워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렇듯 질염의 원인균을 파악한 후에는 경구치료 및 질에 삽입하는 질정으로 치료한다. 항진균제를 사용하면 대개 2~3일 내에 증상이 사라진다. 하지만 재발이 잦은 만큼 처방받은 약을 복용법을 지켜 끝까지 먹는 게 관건이다.

또 성관계를 통해 서로 옮길 수 있으므로 치료기간 중에는 성 접촉을 피하는 게 권장된다. 트리코모나스 질염의 경우 남자도 보균자가 될 수 있으므로 함께 치료받는다. 여성만 치료할 경우에는 완치됐다 하더라도 나중에 성관계를 통해 또다시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질염을 예방하려면 스키니진이나 레깅스, 스타킹 등 꽉 조이고 통풍이 되지 않는 옷은 자제하고 속옷은 통기성이 좋은 면제품을 입는다. 다리를 꼬고 앉는 습관도 버리는 게 좋다. 외음부 청결 유지도 중요하다. 알칼리성 비누는 질내 산도 균형을 깨뜨릴 수 있어 사용을 피한다. 알칼리성 세제는 질염의 원인균을 막는 몸에 좋은 다른 균들까지 죽여버린다. 즉 향 위주의 화장품세정제보다는 질염을 유발하는 원인균을 제거하고 질내 pH를 유지 할 수 있도록 돕는 전문 여성세정제를 사용하는 게 좋다. 세정제로 질 내부와 주변을 씻어내면 곰팡이나 세균이 제거되고 냄새도 없앨 수 있다. 물에 타 희석해 쓰는 세정액과 질 속에 직접 넣는 좌약 형태 중 편한 것을 고르면 된다.

여성세정제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질 내부의 약산성 환경을 유지하면서 병원균을 소독하는 것이다. 유통되는 일부 세정제 중엔 냄새만 일시적으로 없애는 제품도 있는데 실질적인 예방 및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질세정제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면 질 내부의 pH가 변하면서 오히려 병원균에 감염되기 더 쉬운 상태가 될 수 있다. 질염 치료 목적으로는 하루에 1~2회, 질염 예방이나 청결, 냄새 제거 목적으로는 일주일에 1~2회 쓰는 게 적당하다. 생리기간 중에는 탐폰 및 생리대를 자주 교환해 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방 워장은 “간혹 통풍이 잘 돼야 한다는 말을 ‘완전건조’라는 것으로 오해해 드라이기로 외음부와 질을 완전히 건조시키는 여성들이 있는데, 이런 습관도 버려야 한다”며 “이럴 경우 질 안에 있는 정상적인 균들까지 파괴돼 곤란하니 적당히 자연건조하는 게 포인트”라고 조언했다.

질염에 걸린 경험이 있거나, 질염을 아예 겪고 싶지 않은 여성에겐 ‘좌훈(坐薰)’도 추천된다. 좌훈은 쑥이나 옻을 말려서 항아리나 좌변기에 넣고 불을 붙여서 연기가 잦아들면 약 30분 동안 옷을 벗고 그 위에 앉아서 열기와 연기를 쐬도록 하는 것이다.

김달래 한의원 원장은 “좌훈은 한의학적으로 아랫배가 차고 가슴이나 머리에 화(火)가 많은 사람에게 좋다”며 “훈(薰)은 쑥을 태워 그 연기를 피부, 회음부 및 질, 항문에 직접 쏘이는 것으로 염증성 질환에도 사용되고 체온을 올리기 위해서 자주 쓰이던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랫배가 차서 생기는 여성들의 질환(부인병 등)에 효과적”이라며 “이는 냉대하, 질염, 방광염, 아랫배 냉증, 생리통, 복통, 설사, 치질 등에 적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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